젊은 날의 초상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2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1987 6

 

1. 변명(辨明)

 

 지난 시절 꽤 오랜 기간 동안 읽고, 생각하며 쓰는 것이 제게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길었던 학생 시절의 매듭은 즐거움을 위한 읽고 쓰기는 낮은 수준의 욕구충족(欲求充足)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하게끔 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만족할만한 사회적 경쟁력(競爭力)이 생길 때까지 즐거움의 추구는 유예(猶豫)하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은 참는 것이 능사(能事)였습니다. 하지만 즐거움을 유예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배가(倍加)될 만큼 세상살이가 쉬울 리 없습니다. 사라진 즐거움의 공간(空間)에 욕심(慾心)과 초조(焦燥)함이 대신 자리 잡으면서 오히려 일상에 더 사로잡혀 허우적거리는 꼴만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힘겨워하다가 이제야 욕심과 초조함을 떨쳐버리려 합니다.

 

2. 같음 그러나 다름

 

 제가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이문열, 李文烈젊은 날의 肖像을 처음 읽은 건 15년 전쯤으로 고등학생 시절입니다. 작가 이문열은 작가 이어령과 함께 제가 선호(選好)했던 작가로 그 시절 저는 그의 지나친 교양주의(敎養主義)도 남발(濫發)하는 한자어(漢字語)도 좋았습니다. 마치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제 교양도 함께 고양(高揚) 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치를 잃어 가던 이념(理念)의 희미한 꼬투리를 잡고 고민하고 동경했던 그 시절과 시간이 흐른 지금 같을 수 없습니다. 나름의 가치 체계를 갖추었기 때문인지 혹은 무가치 했던 보수적 가치의 편승(便乘)에도 대한 거부감이 없을 만큼 무뎌져 버려서인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3. 젊은 날의 초상 그리고 감상

 

 책은 영훈이란 이름의 화자(話者)가 회상(回想)하는 자전적(自傳的)이야기입니다. 형식적으로는 1부 하구(河口), 2부 우리 기쁜 젊은 날, 그리고 3부 그해 겨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강진, 학교, 그리고 학교를 떠난 공간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배경의 변화와 무관하게 나로 칭해지는 화자의 정신적 성장기(成長期)로 봐도 무방(無妨)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3가지 이야기를 작가가 스킬, skill을 동원해 엮어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 책에서도 작가 이문열 특유의 넘치는 문자(文字) 사용과 각종 문철(文哲)의 직간접 인용을 통한 교조(敎條)적 서술 그리고 과장(誇張)과 미화(美化)은 여전합니다. 이런 특징이 어린 시절 작가 이문열을 선호하는 이유였는데, 지금은 아쉬움이 더 큽니다. 작가 이문열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구도자(求道者)의 가치관이나 준엄(峻嚴)한 자기 반성적 성향을 보이곤 하는데, 이러한 모습이 과장과 미화를 통해 외연적(外延的)으로 보이려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疑懼心)들기 때문입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에 담고 실천하는 것은 분명 다르고, 그 둘의 합치(合致)는 소설가(小說家)가 아닌 사상가(思想家)에게 기대해야 하는 것이므로 아쉬움과 의구심을 넘어서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4. 맺음말

 

1981년에 출판된 소설을 2011년에 읽는 느낌은 참으로 기이(奇異)했습니다. 잊고 있었던 15년 전 생각에 대한 향수(鄕愁)와 그 때와는 달라진 지금 모습과의 대비(對比)뿐만 아니라 근래 방황하는 내 자신에게 이 책에서 줄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가 그 기이함은 첫 번째라면,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달라진 시대상과 가치관은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이러한 신선함이 과연 이 책을 고전(古典) 반열에 오르게 할 지 그리고 지금 통용해도 좋은 60, 70년대의 시대적 가치를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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