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다
잭 린치 지음, 송정은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잭 린치, Jack Lynch 지음 | 송정은 옮김 | 추수밭 | 200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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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www.londonmet.ac.uk


 셰익스피어하면 토마스 칼라일이 영웅숭배론 에서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말이 먼저 생각난다. 셰익스피어가 영국에 있어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은 잘 알겠지만, 그래도 인더스 문명의 기원이자 영국의 10배가 넘는 영토에 인구를 가진 인도와도 바꾸지 않다는 말에 실소(失笑)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인도의 문화나 역사는 제쳐 두고서라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조차도 차분히 읽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토마스 칼라일의 말을 쉽게 부정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 책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다 : 문화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Becoming Shakespeare: The Unlikely Afterlife That Turned a Provincial Playwright into the Bard 를 읽어 가면서, 토마스 칼라일은 과연 셰익스피어의 원작들을 제대로 읽어 봤을까 하는 의구심(疑懼心)이 들었다.

 

 이 책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다는 직접적인 셰익스피어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사후(死後)에 작품을 둘러 벌어진 이야기를 현대의 관점을 통해서 보고 이해한다. 이 첫 번째 작업은 권리청원을 비롯한 잉글랜그 내전을 둘러싼 영국의 정치 현황에 대해 이야기다. 연극을 죄악의 근원으로 여기고 도외시(度外視)한 청교도(淸敎徒)가 혁명을 통해 권력을 잡고, 연극을 탄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연극도 청교도가 정권을 잡은 동안은 다른 연극들과 마찬가지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던 것이, 찰스 2세가 왕정복고로 즉위하고 나서야 영국에서 연극은 다시 상연될 수 있었다. 이 때도 만약 당장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당시 감각에 맞는 대본이 있었다면, 셰익스피어는 잊혀지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연극이 금지되었던 탓에 연기를 할 배우만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상연할 수 있는 대본도 부족했고, 그 덕분에 잊혀졌던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책의 서두(書頭)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17세기 후반의 공연장 모습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연극에 대한 청교도들의 시선은 사실 여전히 싸늘한 상태였다. 토머스 배터턴 Tomas Betterton을 비롯해 콜리 시버 Colley Cibber, 제임스 퀸James Quin, 데이비를 캐릭 David Carrick, 사라 시든스 Sarah Siddons, 존 필립 켐블 John Philp Kemble, 메리 로빈슨 Mary Robinson, 도로시 조던 Dorothy Jordan, 그리고 에드먼드 킨 Edmund Kean 같은 배우가 시대에 따라 등장했고, 셰익스피어 연극과 함께 세상에 스타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연극은 청교도들의 멸시(蔑視)에서 벗어나 사교의 장으로써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청교도 혁명 이후 펼쳐진 새로운 영국의 연극사는 보통 사람들의 관심을 갖는 대상은 아니다. 그래서 특별히 영국 연극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부분은 Pass~!

 


 

 셰익스피어는 벌써 오래 전부터 영국이 낳은 세계적 극작가로 칭송(稱頌) 받고 있다. 덕분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읽어야 할 고전의 반열(班列)에 올라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셰익스피어는 결코 자신의 대본을 읽을 거리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온전한 상태의 인쇄물은 커녕 친필 원고조차 없다. 그리고 전해지는 초기 대본 또한 천재적 극작가의 작품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은 수많은 극작가, 배우, 비평가, 그리고 학자들에 의해서 보충되고 개작(改作)되었고, 그러한 변형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공연되고 출판되었다. 그러면서 셰익스피어가 갖는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극작가의 지위는 오히려 강화된다.

 

 글의 서두에서 토마스 칼라일은 과연 셰익스피어의 원작들을 제대로 읽어 봤을까 의구심을 가졌다. 사실 토마스 칼라일 역시 셰익스피어에게서 보이는 아쉬운 점을 보충해 준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저자인 잭 린치가 말처럼, 셰익스피어의 성취를 얕보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조력자도, 바탕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장점은 부각시키고, 아쉬움은 축소하고 보충하는 역사의 힘을 간과(看過)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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