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도치의 회고록>은 제목 그대로 가시도치가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이야기이다.
아프리카에는 사람에 따라 평생 어떤 짐승을 ‘평화의 분신’, 혹은 ‘해로운 분신’으로 거느리고 산다는 민담이 있다.
이 소설은 ‘카방디’라는 남자의 ‘해로운 분신’으로 살았던 가시도치 ‘느굼바’가 바오바브나무에게 자신의 생애를 이야기하면서 시작된다. 아버지에서 아들에게 또 그 아들에게 내려오는 전통을 카방디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열 살이 되자 ‘해로운 분신’을 만들어 준다. 카방디의 ‘해로운 분신’은 가시도치 ‘느굼바’. 느굼바는 사람의 습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사람들을 보러 다니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 가시도치들에게 이야기해준다. 가시도치 영감님의 말에 의해 느굼바의 부모도 ‘해로운 분신’이라는 짐작을 하고 있던 느굼바는 어느 날 자신의 주인에게 이끌리 듯 카방디를 찾아가고 그가 어릴 때부터 옆에서 지켜본다. 그리고 카방디의 아버지는 아흔아홉 번째로 사람을 ‘잡아먹고’ 마을 주민들에 의해 죽고 만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카방디는 어머니와 함께 세케팡베라 마을에 정착하게 되고 느굼바도 주인을 따라와 그 곳 숲속에 살게 된다.
몇 년 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카방디는 자신의 ‘해로운 분신’인 느굼바를 이용해 사람들을 ‘잡아먹는’다.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에 의해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카방디는 어느 날 죄 없는 어린아이를 죽이라고 가시도치에게 명령하고 가시도치는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그렇게 자신의 흉을 보는 사람들과 물건을 외상으로 안준 상인, 그리고 사소한 일들로 인해 아흔아홉 명의 사람을 죽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화살이 카방디에게 돌아오고 가시도치 ‘느굼바’는 그 곳을 도망친다. 원래 주인이 죽거나 분신이 죽으면 같이 죽는 운명인데 주인이 죽었음에도 느굼바는 죽지 않고 바오바브나무에게 그 모든 일들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마을에 있는 다른 ‘해로운 분신’을 없애는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짝을 찾고 싶어 하는 소박한(??) 꿈도 꾸게 된다.
이렇듯 가시도치가 화자로 등장해 사람들의 이기적이고 모순된 모습을 비꼬아 비판한다. 그리고 도대체 인간과 동물 중 누가 더 짐승 같은 존재인지 반문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모두 ‘평화의 분신’과 ‘해로운 분신’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그 사람의 성품에 따라 어느 한쪽이 크든, 작든 하겠지만 말이다.
아프리카 소설은 처음 접해보는 거라 그런지 새로운 세계에 잠시 들어갔다 온 기분이었다. 소설 곳곳에 아프리카의 전통 풍습과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책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알랭 마방쿠의 전작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를 잠시 스쳐가듯 본 기억이 있다. 그 책은 <가시도치의 회고록>과는 다른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프리카 소설이 아직 우리에게 낯설지만 영미소설이나 일본소설처럼 우리에게 친숙해질 수 있도록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