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유명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붉은 죽음의 가면>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의 단편 소설들을 엮은 책으로 유명한 <검은 고양이>, <어셔 저택의 붕괴> 등 총 1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모두 공포 소설로 되어 있는데 단편들 중에서는 애드거의 심리적 상황이 나타나 있는 작품들도 있었다. <베리니체>, <리지아>, <엘레오노라>는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이 나타나 있는 작품인데 포가 사랑했던 어머니, 양어머니, 첫사랑 여인,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신부의 죽음이 많은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야기 속의 여인들을 죽게 하고 그 여인들을 사랑했던 남자들의 심리적 상태가 포가 느꼈던 절망의 일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미국 문학의 일반적인 흐름과 다르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한 세기 가까이 인정받지 못했던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은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에 의해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차츰 알려지기 시작한다. <붉은 죽음의 가면>에는 공포소설만 나와 있는데 그는 ‘환상’, ‘풍자’, ‘추리’를 테마로 많은 작품을 썼는데 이번 공포 단편집을 읽어보고 나니 그의 다른 작품들도 무척 흥미로울 것 같다. 나는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떠올리면 항상 공포소설가라는 생각났는데 공포가 아닌 다른 작품들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냈을지 궁금하다.
14편의 단편들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몬티야도 술통>이다. 친구에서 많은 상처를 받은 나는 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가 가장 자신있어하고 좋아하는 포도주로 나의 집까지 유인한다. 그리고 아몬티야도가 진품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와 같이 지하실로 내려가게 되고 술에 취한 그를 걱정하는 척 하며 지하실에서 나가자고 한다. 하지만 술에 취한 친구는 괜한 오기에 끝가지 아몬티야도를 보겠다고 하고 그를 지하실 끝까지 데리고 간다. 그리고 나는 그 끝에서 친구를 화강암 바위에 묶어버리고는 그가 묶여 있는 토굴을 막기 시작한다. 아직 술에 취한 그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잠시 얼이 빠지지만 곧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에게 사정을 한다. 하지만 나는 토굴 입구를 벽돌로 마지막까지 다 채우고 석회를 발랐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십 년 동안 그 벽을 건드린 사람은 없었다...
이 단편을 읽고 한동안 그 토굴 안에 갇힌 친구의 심정이 되어보았다. 그가 그 안에서 얼마나 견뎠을지 모르지만, 그 며칠 동안 (아니면 몇 시간...) 폐쇄된 공간에서 느꼈을 공포를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이렇듯 포는 책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 공포심을 오래 느끼도록 한다. <아몬티야도 술통>에서처럼 다른 작품들도 등장인물들이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포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공포심을 글이 아니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쓰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그냥 별 생각 없이 읽으면 그렇게 무섭지 않는 상황도 내가 등장인물이 되어 느끼면서 읽으면 공포감은 몇 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