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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똥!
알레산드라 레케나 지음, 길례르미 카르스텐 그림, 김여진 옮김 / 다봄 / 2023년 7월
평점 :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실수가 일어날 수 있다. 그림책 속 마크의 의도치 않았지만 급똥이 마려워 아빠와 누나를 여러 차례 168계단을 오르내리게 한다. 여러 차례 오르내리게 했지만 아빠와 누나가 항상 함께 해주는 모습에서 안심이 되는 가족의 건강함을 보게 된다. 정작 화장실에 앉으면 똥은 나오지 않는다. ㅠㅠ 다시 수영장 풀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려고 하면 똥이 마렵다. 그러다 그만! 실수로 수영장 풀에 똥을 눠버린다...ㅠ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마크도 안심하게 되고 상처 받지 않고 다음번엔 이런 일이 있을 때 마크도 대비하게 만들고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어떻게 대해야 되는지를 배우게 되는 기회를 준 것 같아 마음이 안도되고 편안해지고 미소 지어지게 된다.
작년 이맘때쯤 내가 다니는 수영장에서 문자가 왔다. 내일 하루 임시 휴업을 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는지 수소문 된 결과 마크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아쿠아로빅을 하시는 어르신 중에 한 분이 풀에서 똥 실수를 하게 되었고, 그것으로 수영장 물을 모두 빼고 다시 넣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수영장의 물은 정말 많아서 모두 빼고 다시 넣은데 500만원 정도의 돈이 든다고 들었다. 어떤 회원은 투덜거렸다. 왜? 배가 아프면 풀에 들어가지 말지? 누구야? 예산 낭비가 얼마야? 하며 아우성이었지만 한편으로 실수한 사람이 나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사람은 어떤 마음이 드실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수영장에서 똥 실수가 일어나는 것을 본 나로서는 이 책이 사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우리 중에 누군가가 실수 할 때 그것을 기회 삼아 배움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급에서 아이들 사이에 실수가 일어날 수 있다. 실수는 실수인데 한 아이들 몰아 세운다고 우리 공동체에 좋을 것은 없다. 지금은 다른 친구의 실수지만 나라고 실수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으니 말이다. 일전에 중학교에서 운동회(체육대회)에서 반별 대항을 하는데, 줄다리를 줄을 우리반 아이 중 누군가가 먼저 잡는 바람에 실격패 한 일이 있었는데, 이 때 아이들은 실수한 친구에게 포용적이기 보다는 몰아세우고, "너 때문이야"하는 말로 그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이나 말에 저항하거나 딴지 걸기를 하는 것을 본 적 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아이들은 그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점점 확대되면 왕따 놀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순간이었다. 교실은 학교는 여러 사람이 살고 다른 사람의 실수를 포용해 주고 다음에 그 실수가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며, 특히, 학급에서 영향력이 있는 교사나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먼저 보여줌으로 해서 수용되는 학급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학급에서 소변 실수나 대변 실수 하는 학생이 왕왕있다. 혹여나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질까봐 담임 교사로서 많이 조심한다. 보건실에 보관하고 있는 여분의 옷(학교 체육복)이 있으니 학생을 심부름 보내듯 아이들 보건실로 가게 하고, 보건 선생님께 메신져로 부탁한 적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교사의 헛점을 많이 이야기 해준적이 있는데, 이럴 때 아이들은 교사를 편안하게 느끼게 해줬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