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사기 전에 약간 고민했다. 이거 동화 아닌가하고.

솔직히 이런 이야기 뻔하다고 생각했다. 혼자 어느 섬에 표류하여 온갖 모험을 하고, 그 속에서 고난도 겪고 하다가 결국엔 구조 되거나 스스로 빠져나오거나 하는. 그러나 이 소설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특히 동물원집 아들인 주인공으로 인해 동물이 많이 등장한다. 그 중 함께 있게 된 하이에나와 호랑이, 오랑우탄, 얼룩말. 그 넷은 적자생존의 원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니, 작가가 지나치게 그 원칙을 설명하려 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내 앞에서 일어나는 듯이 한글자, 한글자 읽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잔인한 장면이 그려졌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글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생생하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애초 작가의 상상력도 대단하다. 동물과의 표류라니. 하지만 서두가 지나치게 길지 않았나 싶다. 책을 잡자마자 모험의 시작을 생각했던 나로서는 당황스럽게도 100페이지가 넘도록 표류는 커녕 낌새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약 130-40페이지 정도가면 책장이 술술 넘어가니 걱정말고 읽어보길 바란다.

상상력을 기르는 건 어린이들보다 어른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상상력과 창의력의 중요성을 귀가 따갑도록 듣고, 갖가지 책을 읽는다. 하지만 막상 어른들은 어떤가. 대학생이라고 해서 전공서적이나 읽고, 딱히 따로 독서를 한다고 해도 연애소설, 역사소설 정도만 접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이것도 학생때나 해당되지 졸업 후를 생각하면 독서는 뒷 전에 두고 생활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난 아직 대학생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럴 ‹š 이 소설, 파이이야기. 몇 년동안 머릿 속에서만 굳어있던 상상력을 되살려준다. 장담한다. 독서는 간접경험, 간접경험 주문처럼 외우고 있지만, 이렇게 진정으로 느껴 본 건 아마 처음일 것이다. 따분한 삶에 지쳐있다면 파이가 되어 모험을 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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