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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수취인 불명
새벽 세시 지음 / 경향BP / 2018년 2월
평점 :
책을 받아들고 제목을 보는 순간 '새벽 세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 있어 '새벽 세시'는 어떤 순간이며, 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새벽 세 시'는 우리 몸의 모든 감각기관들이 최고점을 찍는 순간이 아닐까 싶을 만큼 아주 감상적일 때다.
특히나 일반적인 생활리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대다수가 곤히 잠들어 있을 때라,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아주 개인적인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20대 때를 돌이켜보면 나도 새벽시간을 참 즐겼던 것 같다. 때로는 대학시절의 많은 과제를 해결하느라 새벽의 어둠을 밝히기도 했고,
때로는 이 책 속의 화자처럼 실연의 아픔으로 뜬 눈으로 새벽을 보내며 cd 플레이어를 무한반복으로 듣고 또 들으며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 때만 해도 저녁형 인간이이었던 내가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정신없이 30대를 보내고 나더니, 이제 점점 나이들어 가는 것인지
밤 12시를 넘기는 게 아주 어렵게 되어버렸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자정을 넘어서면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을 때가 이제 손에
꼽힐 만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20대의 그 때가 그립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고요한 새벽에 나 혼자 깨어 있다는 게
때로는 짜릿하기도 했는데 말이다.
책을 읽다보니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저자의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인지는 모르나 읽다보면 구절구절 감정의 디테일함에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는 걸 보니 경험없이 상상만으로 써내려간 글은 아니다 싶다. 사랑으로 인한 아픈 마음을 어쩜 이리 잘 표현해놨는지 마치
출산의 고통을 겪어낸 산모가 자신의 출산경험을 한 권의 수기로 써놓은 듯한 느낌이다. 그 정도로 리얼리티로 충만한 글 모음집이다.
책 뒷 표지에 저자가 써놓은 글을 읽는데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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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지만 차마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속으로 계속해서 곱씹으면서,
언젠가는 진심이 통하기만을 기도했던 지난 밤들의 기록을 이곳에 담습니다. 마음은 늘 마음 같지가 않고, 사랑은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가 없어서, 구구절절 적어 내려간 문장들의 끝에 결국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아마 이 편지들은 어쩌면 당신 또한
누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일 수도 있겠네요. 오늘도 사랑이 있어 또 하루를 살아가는 당신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을 드립니다. 이건
거짓 하나 없는 진심이자, 매일 읊조리던 쓸쓸한 혼잣말이에요. 당신은 그저 보고 웃어주길 바라요.
- 책 뒷표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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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 때 불처럼 뜨겁게 사랑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며 그 때의 추억들속에 잠시 잠겨본다. 밤새 쓰고 또 쓰던
편지들........ 밤새 그렇게 써내려간 편지들이었건만 아침에 읽어보고는 내가 쓴 편지임에도 부끄러워 찢어버렸던 그 편지들.......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 있던 나의 옛 추억들이 하나 둘 소환되어 온다. 세월의 무게에 무뎌져버린 내 감정들이 다시 말랑말랑해져 가는 걸 보니
아직 나도 피가 뜨겁긴 한가보다. 더 나아가 감정이 회춘된 기분이다. 잠시나마 가슴 뜨거웠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거나 옛 추억을 소환하고 싶은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