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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단순한 것의 힘 - 인생을 바꾸는 미니멀워크
탁진현 지음 / 홍익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고 이렇게 무언가를 금방 적용해보긴 처음이다. '가방 속 정리해서 가볍게 들고 다니기', '마음이 복잡할 때 청소부터
하기' 이 두 가지를 매일 실천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한 날 바로 가방 속을 뒤집어 엎었다. 그러고는 말끔히 비우고
정리해서 정말 필요한 물건들 몇 개만 들고 다니기로 했다. 지갑, 파우치, 차키, 볼펜, 티슈. 이게 다다. 그전에는 온갖 물건들로 넘쳐났다.
행여나 그 물건이 필요한데 없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담아다닌 물건 가짓수만 세어도 20여 개는 될 정도였다.
'백인백(bag-in-bag)'이라고 해서 큰 쇼퍼백 안에 담는 수납용 미니가방을 가방안에 넣어두고는 온갖 것을 다 넣어두었다. 식탁이나 책상에
임시로 설치할 수 있는 가방걸이부터 시작해서 포스트 잇, 물티슈, 티슈, 손거울, 두통약, 여성용품, 수첩, 손수건, 필통, 오다가다 받는
광고지 및 홍보용 물티슈 등등....... 이러니 나의 출근가방은 늘 무겁고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잘 몰랐으며, 차키를 찾으려면 가방 여기
저기에 손을 집어 넣어 뒤적거려야 찾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싶다. 뿐만 아니라 더 가관이었던 것은 언젠가 퇴근길에 직장동료가 건네 준
귤을 가방에 넣어두었는데, 그걸 가방에 넣고 며칠 그냥 들고 다니다가 결국 가방 속에 있던 귤에 초록색 곰팡이가 피어서 그 비싼 가방 안이
곰팡이 천지가 되어버린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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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방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라이프스타일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가방에 잡동사니가 많아서 무겁다는 것은 다른 것들의 관리도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집은 물론 회사의 책상까지
어수선하고, 불필요한 물건이나 불편한 관계까지 떠안고 사는 사람이라서 스트레스가 많다. 반면 가방에 꼭 필요한 것만 넣어서 가볍게 다니는 사람은
집이나 회사에서도 깔끔하고 스트레스도 적다. 그런 점에서 가방의 무게는 일의 무게이고, 나아가 인생의 무게다. 일이 힘들게 느껴진다면 자신의
가방 무게부터 점검해야 한다.
- 본문 1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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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대로 출근가방이 복잡하다보니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더 생겨나는 경우가 많았고, 직장에 가서도 가방을 열어보기조차 싫은
아이러니한 상황도 생겼다. 이렇듯 나의 현 상태를 무엇보다 잘 말해주는 출근가방 에피소드로 이 책을 여는 저자의 글을 읽고 난 무언가에 홀린 듯
책을 덮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어 한 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내고 말았다.
가방은 일단 정리가 되었으나, 사실 집안의 많은 물건들, 옷, 책들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무엇보다 날마다 늘어나고
있는 서재의 책들을 보면 나중에는 집이 책으로 덮여버리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들 정도이다. 저자는 이런 나에게도 알맞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
'버리기 박스'를 이용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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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장식품과 잡다한 물건은 [비우기 박스]를 마련해 다 치워버린다. 박스
안 물건은 중고로 팔거나 기부하고 그럴 수 없는 건 버려서 처분한다. 물건을 더 빠르게 줄이고 싶다면 '언제 돌아올지 모를 장기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하고 여행가방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만 골라 넣어보는 것도 도움된다.
(중간
생략)
[비우기 박스]에 넣어야 할 것
1. 기한 지난 것
2. 별 애정 없는 물건
3. 여러 개 있는 물건
4. 디지털화할 수 있는 물건
5. 1년 이상 쓰지 않은 물건
- 본문 33~3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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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돌아올지 모를 장기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하고 물건을 정리해보라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여행 중
호텔에서의 편안했던 기분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 여행지에서 호텔 객실로 처음 들어갔을 때 시야에 들어오는 그 깔끔함, 그 단순함을 떠올리며
집안을 정리해보란다. 호텔 침대에 덮여있는 무늬 없이 깨끗한 침구류, 단출한 책상, 그리고 옷장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호텔 내부의 모습을 보며
마음까지 깔끔해졌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집안을 정리할 때의 요령이 생겨날 거라고 한다. 그야말로 확실한 방법이지 싶다.
그리고 이 책의 맨 마지막에 보면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참고한 많은 책들의 제목들을 소개하고 있다. 평소 나는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소개하는 책을 찾아 읽는 '꼬리물기식 독서'법을 즐기는 편인데, 저자가 소개해 두 27권의 책들도 하나 둘 읽어보려고 한다.
직장에서의 능률이 잘 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맘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 시작한 날부터 가방의 60%를 덜어내는 경험을
시작으로 직장에 있는 사무용 책상 주변도 하나 둘 정리중이다. 역시 저자의 말대로 일하는 공간이 단순해지고 나니 일의 속도도 빨라지고 성취감
또한 커졌다. 이제는 집안을 그렇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우선 목표는 옷, 책, 아이들 물건이다. 곧 다가올 겨울방학동안 아이들과 함께 우리집
체중 줄이기 작전에 돌입해볼까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장 단순한 것의 힘'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