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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부자 - 바보라서 행복한 부자 이야기!
박정수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7년 3월
평점 :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방금 마라톤을 완주하고 결승점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책만 읽은 건데도 마치 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여기 저기를 바삐 다녀 온 것 같은 기분........ 그만큼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좀 편하게 살지........'라는 안쓰러운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장녀라 그런지 첫째이자 장남인 주인공의 어깨위에 놓인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충분히 공감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는내내 이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 본인인 박정수라는 사람이 안쓰럽고 딱했다. 옆에
있다면 가서 한 번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요 주인공인 박정수는 아파트가 300채가 넘는 부자이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이야기를 소설 형식을 빌어서
쓴 실화소설 <바보부자>외에도 <왕초보도 100% 성공하는 부동산 투자 100문 100답>, <부동산 왕초보의
금융자산 100% 활용비버 부동산&금융 100문 100답>이라는 두 권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등극시킨 저력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300채가 넘는 부자에,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조용하게 편히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어렵게 터득한 재테크 정보 및
관련 지식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애쓰는 이른바 '홍익인간'의 이념을 제대로 실천하는 1인이다. 책을 읽다보니 왜 이렇게 사람들에게
이런 고급정보(?)들을 알려주고자 애쓰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박정수의 정신적 멘토이자 그 누구보다 후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래서 책의 첫 페이지에 보면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 영전에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씌어있다.
박정수의 아버지는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교장선생님으로 퇴직할 때까지 평생 교직에 몸을 담으시며
교과서같은 삶을 사셨던 반듯하신 분이셨다. 그런 아버지이시다보니 사춘기로 예민한 학창시절, 저자는 아버지의 조언들을 잔소리로 생각하고 답답하게
여기며 아버지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대학교 선택부터 아버지의 뜻과 상관없이 지방대로 가게 되었고, 회사에 남아있기조차 힘들던 IMF
시절에 보란듯이 공기업인 KTX에 입사해놓고서도 회사의 분위기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감히 사표를 쓰고 나옴으로써 아버지를 또 한 번
좌절시키게 된다. 그리고는 미국계 보험회사로 들어간다. 결국 KTX에 사표를 낸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아들과 연락을 끊으면서 부자 사이는
멀어지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아들을 고향집으로 부르시고는 말없이 아들을 데리고 파크랜드로 가서 양복 한 벌을 사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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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영업을 하려면 사람을 많이 만나야 쓰는데, 입성이 초라하면 사람들이
더욱 얕보고 상대도 안 해 줄겨. 한 벌 사줄 텡게 언능 맘에 드는 놈으로 골라라."
- 본문 18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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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는 눈물을 쏟으며 아버지가 사주시는 양복 한 벌을 가지고 서울로 다시 돌아온다. 이 장면에서 울컥했다. 비록 눈으로 그
장면을 직접 보진 못하지만, 어떤 분위기일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으니 말이다. 당신의 마음에 대못을 치고도 남을 정도로 고집불통인 아들의
행로를 보며 하나 둘 내려놓으셨을 아버지....... 쥐약을 입 근처까지 가져다 대고 이래도 아비말을 듣지 않겠냐고 배수의 진을 치는 아버지의
강한 고집조차 외면한 아들을 보며 이젠 정말 내 품을 떠났구나라는 현실을 직시하며 한없이 작아지셨을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마음
하나하나가 느껴졌기에 나도 모르게 목이 메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한없이 엄하시고 대쪽같으셨던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오버랩되기도 해서 더욱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런 아버지가 결국 췌장암으로 돌아가시게 되고, 저자는 아버지에게 씻을 수 없는 불효자로서의 죄책감을 느끼며 몹시도
괴로워한다. 그래서 아버지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아버지께 못다한 효도를 하는 마음으로 살아 생전 늘 말씀하시던 "저로 하여금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하라!"를 실천하고자 이렇게 숨가쁘게 달려온 것이라고 한다.
IMF 시기에 KTX 입사한 지방대 출신, 보험회사에서 골드메달 획득, 회사에서 어이없게 쫓겨남, 어렵게 들어간 자회사에서
1위 챔피언 달성, 위암 3기 판정, 투병 중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 두 번의 이혼, 부동산의 신이라고 불리는 신영직 사장과의 만남, 아파트
300채의 거부....... 이렇듯 굵직굵직한 삶의 에피소드로 가득한 박정수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박정수에 대한 감탄과 경이감이 드는 동시에
줄곧 드는 생각은 '아버지'였다. 그의 아버지....... 무뚝뚝하고 융통성 없어보이며 원칙주의의 답답한 옛날분이시긴 해도 아들을 향한
사랑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이셨던 아버지..... 물론 그의 삶을 다 들여다본 것이 아니긴 하나 적어도 책속에 소개된 그의
아버지에 관한 내용을 보면 부인할 수 없는 바이다. 아버지에 관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위에서
언급했던 '파크랜드 양복 사건'이고 이 말고도 또 하나가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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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결혼에 실패한 직후 아버지는 토요일마다 나를 전주로 부르셨다. KTX를
그만두고 보험회사로 옮긴 뒤 실적이 한 건도 없어 실의에 빠져 지내는 때였다.
(중간 생략)
다음 날 서울로 올라가는 내게 아버지는 편지봉투를 내미셨다. 봉투 속에는 한
주 동안 쓸 식비와 차비가량의 돈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봉투가 특별한 이유는 겉봉에 쓰인 아버지의 달필이었다.
" 모든 사람에게 모범이 되도록 매사
솔선수범하거라!"
" 정직하게 살고, 순간의 이익을 좇지 마라!"
" 사사로운 욕심에 사로잡혀 큰일을 그르치지
말거라!"
"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하라!"
" 정직하고 희망적인 세상,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거라!"
정성스럽게 붓펜으로 쓴 편지는 아버지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
주도 거른 적이 없으셨다.
- 본문 433~43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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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아버지의 사랑을 펜에 듬뿍 묻혀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쓰시면서 행여나 그 사랑이 날아갈 새라 조심조심 써내려가지
않으셨을까? '보험회사 판매 실적 1등' '아파트 300채의 거부' 이런 타이틀보다도 더 저자가 부러운 건 이런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음이다.
아들이 세상 속에서 우뚝 설 수 있도록 끊임없이 조언해주시고, 바람막이가 되어주시고, 지지와 격력를 잃지 않으셨던 사랑 넘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계셨기에 오늘날의 박정수라는 사람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부동산 지식을 얻을 수 있을까?', '노하우 좀 배워볼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는데, 덮을 때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이
10여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사무치게 났다. 내가 이 자리에 서 있기까지도 아버지의 숨은 노고가 컸기에 더 그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저자가 많이 부럽다. 물론 지금은 그의 아버지도 돌아가셨지만, 그래도 그런 큰 사랑을 받은 저자가............ 몹시도 부럽다. 아파트
300채보다 더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