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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DIARY (Future Me 5 years)
윤동주 100년 포럼 지음 / starlogo(스타로고)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언젠가 광고를 보던 중에 시 한 편이 나왔다. 배우 유호정씨의 음성을 빌어 시가 흘러나왔는데, 듣는 순간 마음에 콕 와서 박히는
기분이었다. 이런 걸 두고 '감흥을 받았다'라고 하겠지? 광고를 봤는데, 정작 그 광고가 무슨 광고였는지는 모르겠고 하루종일 그 시가 계속
머리속을 맴돌았다. 하늘에서 흰 눈이 내렸는데, 땅이 추울까봐 이불처럼 덮어준다는 내용의 시...... 그 시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시인이 누구인지 너무도 궁금해서 당장 포털사이트를 검색해서 결국 찾아냈다. 그 시는 바로 윤동주의 '눈'이라는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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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
윤동주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히
왔네
지붕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
포털사이트에서 이 시를 찾아낸 순간 드는 생각은 '역시 윤동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소복히 내린 눈을 보며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 주는 이불'이라고 생각한 따뜻하고 동심 가득한 시....... 윤동주 시인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시다
싶었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 쯤은 베껴 써보고, 연애편지에도 적어서 보내고, 일기장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했던 시의 대부분이
윤동주 시였을 정도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근하게 와닿는 윤동주 시인...... 청년으로 죽어 영원한 젊은이로 남아서인지 윤동주 시인은 유난히
젊은층에서 인기를 많이 끄는 듯 한다. 이제 40대에 들어선 나이기는 하나 나역시 그 젊은이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나에게 윤동주
시인은 '교회오빠'같은 존재이고(윤동주 시인은 크리스천이었다),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추억의 한 장면을 차지하는 소중한 사람이다.
그런 윤동주 시인의 시와 그가 사랑한 시들이 담긴 다이어리를 만나게 되었다. 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10대 청소년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들의 브로마이드나 사진, 관련 물품들을 얻고 깡충깡충 뛰는 모습처럼 나 역시 이 다이어리를 받아든 순간 딱 그
심정이었다. 제자리에서 깡충깡충 뛰...........고 싶었으니 말이다.
'Future Me 5 years'라는 타이틀대로 이 다이어리는 5년간 쓸 수 있는 다이어리다. 별을 사랑한 윤동주였기에
다이어리 표지는 반짝거리며 빛나는 별들로 가득하다. 표지를 열면 윤동주가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비롯해서 하숙집, 장례식, 묘지, 고향역 등의
사진들이 있으며 1월부터 12월까지 5년동안 반복해서 쓸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각 페이지마다 맨 위에 시 한 구절씩이 소개되어 있는데,
1월 1일의 시를 보니 윤동주의 '서시'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로
1년을 시작한다. 그리고 12월 31일의 시를 보니 역시 '서시'이다.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로 1년을 마무리한다. '윤동주 Diary'라는 타이틀에 참 걸맞는 구성이다 싶다.
윤동주 시인의 시 외에 그가 사랑한 시인들인 프랑시스 잠, 장 콕도, 폴 발레리, 보들레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 등의 시도 골고루 소개되어 있어서 날마다 시 한 구절들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도, 끝낼수도 있다. 나는 주로 밤에
다이어리를 쓰는 편인데, 시와 함께하루를 마무리하며 밤마다 오늘은 이 시인, 내일은 저 시인등 다양한 시인들을 만나는 기분이 들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올해가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이다보니 여기 저기서 윤동주의 이름이 들려온다. 문학을 넘어서서 음악, 뮤지컬, 영화로
되살아나고 있으며 서점가에서도 윤동주 유고시집이 발행 당시의 초판 버전으로 출간되기도 하는 등 윤동주 열풍이 곳곳에서 부는 듯하다. 나역시
유고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사서 읽으며 그 열풍에 동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윤동주를 주제로 힙합노래를 제작해서 부르는 걸 봤다. 가사가 참 와닿았다.
"
때론 사는 게 허무하고 무기력할 때
당신의 육첩방을
밝혀던 등불을 기억할게
당신의 시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길..."
5년동안 이 다이어리를 쓰면서 날마다 나를 돌아보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싶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말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떨린다. 날마다 윤동주 시인을 만나는 것만 같을 5년...... 아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