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 자기만의 시간 갭이어로 진짜 인생을 만나다
안시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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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올해는 참 힘든 한 해였다. 직장생활을 한 지 17년차가 되는 올해를 뒤돌아보니 남들이 소위 말하는 '슬럼프'라는 웅덩이에 빠져서 하염없이 허우적거린 기억들로만 가득하니 말이다. 물론 워킹맘으로서 직장일 뿐 아니라 초등학생 두 아이 뒤치다꺼리에 집안일까지 하는 게 사실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매일 억지로다시피 하루 하루를 버틴 기분이라고나 할까?

    한 직장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다보니 사뭇 지루함 및 권태로움이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상황과 여건만 된다면 이직하고 싶은 충동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들 뿐 아니라, 이직이 아니라면 직장을 관두고 내가 좋아하는 책읽기만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간절했다. (취업이 간절한 어느 누군가는 행복한 고민이라고 눈을 흘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힘들어하던 찰나 이 책을 만났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인 '한국 갭이어' 대표 안시준씨는 나같은 40대가 아닌 10~20대 학생들 및 취준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한 길안내를 하기 위해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슬럼프에 빠진 17년차 직장인 아줌마'인 나에게 너무나도 안성맞춤인 책임을 밝히고 싶다. 저자는 책 소개글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자신만의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꿈을' 꾸는 것과 '꿈만' 꾸는 건 완전히 다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몸이 자라면 새 옷으로 바꿔 입듯, 삶의 변화를 원한다면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그것은 시간, 환경, 그리고 용기다. 여러분이 삶의 변화를 꿈꾼다면 자신에게 '시간, 환경, 용기'를 선물하기 바란다 "

                - 본문 8~9쪽 인용 -

   본론에 들어가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개글만 읽었음에도 뭔가 가슴이 찌릿했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자신만의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을법한 일반적인 사실이지만 나처럼 시간이 곧 돈이요 경쟁력인 워킹맘에게는 그게 바람으로 끝나는 일이 많다보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그 누구보다 간절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나도 알지....그치만 현실이 그게 안되는 걸 어떡해?'하고 평소처럼 넘기는 게 아니라, '맞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 잠깐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자구!'라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서 스믈스믈 기어오름이 느껴졌다.

 

 

    저자는 한국에 '갭이어(Gap year)' 문화를 처음 알린 갭이어 전도사(현재 '한국갭이어' 대표)로서 '갭이어'란, 인생에 전환점이 필요하거나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탐색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갭이어 문화를 만드는 일을 본인의 삶의 목표로 삼게 된 계기가 바로 '여행'이라고 한다. 스무 살에 떠난 무전여행이 그의 삶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옷, 물병, 소금,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떠난 다섯 차례의 국내 무전여행을 시작으로 16개월 동안 5대륙 39개국을 여행하며 깨달은 것이, 삶의 변화를 꿈꾸기 위해서는 '시간, 환경, 용기'가 필요한데 그것을 갖추기 위해서는 여행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적극 강조하고 있다.

 " 여행은 나를 바닥부터 변화시켰다. 애써 쏟아 부어도 채워지지 않던 깨진 독 같던 마음에 뭔가가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뻥 뚫려 있던 마음속으로 들어온 건 신뢰였다. 내 자신을 믿어도 된다는 마음, 세상은 살만하다는 믿음. 그렇게 나는 여행을 통해 세상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배우게 되었다"

             - 본문 34쪽 인용 -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참 기특(?)했다. 나보다도 한참 어린 청년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선배인 나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심지가 굵으며 인생경험이 많은 선배처럼 느껴졌으니 말이다. 특히 다음 글이 내 맘에 참 많이 와닿았다. 

   " 컨설팅을 받기 위해 찾아온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부분이이었다. 자신의 경험 안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 보고 살아가려는 친구들이 많았다. 마치 과거에 입은 옷을 평생 벗지 않고 살아가는 듯했다. 열일곱 살 때 입은 옷으로 서른 살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에게는 자기 울타리 안을 제외한 모든 곳이 낯선 곳이었다. 울타리 안에서 바깥세상에 나가는 걸 두려워하고 걱정한 채 머물러만 있다면 변화는 없다. 깨지고 아프더라도 새로운 환경 속에 들어가면 많은 것들을 배우고,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 "

             - 본문 102~103쪽 인용 -

      '과거에 입은 옷을 평생 벗지 않고 살아가는 듯했다'라는 문장이 맘에 콕 와서 박혔다. 나를 두고 하는 소리같았다.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하고, 꺼린다. 그래서 늘 익숙한 것만 찾는다. 외식을 해도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보다, 지난 번에 먹었더니 맛있던 음식만 주로 찾고, 길도 익숙한 길로만 다니며,  새로운 사람과의 교제를 시작하는 것에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현재 직장이 내 맘에 쏙 드는 것도 아니요, 하루하루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계속 몸 담아 온 직장이니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마음으로 지내오고 있는 게 나의 현실이다. 이 옷을 벗고 새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긴 하지만, 올해 불혹의 나이인 내가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한다는 건 언감생심 꿈 꾸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스스로 결정내리고 있은지 오래이다. '깨지고 아프더라도 새로운 환경 속에 들어가면 많은 것들을 배우고,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라고 하는 저자의 말에 용기가 생겼다.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고?' 갑자기 작은 희망이 보였다. 도전하고 싶다는 용기가 마음 한 구석에서 용틀임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40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섰다라고 생각하며 약간 의기소침해하고 있었는데, 다시 20대 청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 좋은 회춘(?)도 맛보며  '나 아직 살아있다구~~'라는 호기마저 들었다. 고마운 우리 저자님~~ ^^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정말로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 구절을 발견했다.

  " 결과적으로 나는 여행하며 갭이어를 보낸 셈이지만, 비단 갭이어는 꼭 여행이 아니어도 좋다. 누군가는 1년 동안 별만 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운동을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요리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통점은 시간을 들여 자신의 인생을 충분히 숙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

          - 본문 174쪽 인용 -

     '꼭 여행이 아니어도 좋다'는 말에 더 용기가 생겼다. '저자는 본인이 좋아하는 여행을 통해 갭이어를 제대로 보냈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통해 갭이어를 보낼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고, 지금 당장 뭘 해보고 싶은지..........  그랬더니 하나가 떠올랐다. '하루종일 도서관 열람실에서 내가 읽고 싶은 책 쌓아놓고 맘 편하게 역사관련책 보기'였다. 그리고 하나 더는 '서울에 있는 궁궐에 가보기'였다. 부끄럽지만 지방에 사는 소시민이다보니 그 유명한 조선시대의 법궁이었던 경복궁에도 못가봤다. 역사를 좋아하고, 특히 궁궐에 관심이 많은 나는 주로 책을 통해 궁궐에 관해 공부는 많이 했는데 실제 본 적이 없어서 늘 궁궐투어를 해보는 게 희망사항이었다. 그런데 가정에, 직장에 매인 몸이다 보니 그 작은 희망사항이 아직껏 희망사항으로만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어느새 내 마음은 이미 20대 청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래서 마침 직장을 하루 쉬게 된 오늘...... 드디어 도서관에 갔다.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아이들 없이 나 혼자서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보내기'를 실천한 것이다. 마침 아이들이 방학을 한 터라 태권도 학원에서 눈썰매 타러 놀이공원에 간 덕분에 나는 자유부인(?)이 되어 도서관에서 맘놓고 궁궐 관련 책들을 볼 수 있었다. 하루종일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경운궁), 경희궁에 푹 빠져서 읽다보니 이젠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달력을 폈다. 그리고 스케줄을 이리저리 체크해보다가 저질렀다(?).  모바일로 KTX 회원가입부터 한 후 KTX 표를 예매한 것이다. 실로 놀라운 일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그렇게 어려워하고, 나 혼자서 새로운 곳에 가는 걸 두려워하는 편인데 혼자서 하루 경복궁 투어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KTX 표까지 끊었으니 말이다. 이 모든 게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변화이다. 

 

 

   "오직 당신만의 갭이어를 즐겨라! 그러면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당신의 갭이어를 열렬히 응원할 것이다!"

              - 본문 294쪽 인용 -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냥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았던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실천하기 위해 첫발을 떼도록 너무나도 큰 용기를 준 저자에게 감사하다. 많은 시간도 아니고 오늘 하루 하고 싶었던 일을 맘놓고 해봤을 뿐인데, 2차 계획까지 속전속결로 세우게 되고 실천까지 하게 되고 이제 그 날을 기다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루의 경험이 이 정도니 저자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계획에 맞게 갭이어를 보낸다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다 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아직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40대 아줌마인 나도 도전하는 중이며 꿈도 하나 생겼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실제로 역사관련 책을 쌓아놓고 보던 중 제2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문화 해설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머리도 굳고, 마음도 굳은 불혹의 아줌마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고, 꿈까지 꾸게 해 준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 땅의 많은 학생들, 청년들, 그리고 나처럼 인생의 중반기에 직장생활의 권태기에 빠진 사람들이 '꿈으로 가는 통로'인 자기만의 시간 '갭이어'를 통해 진짜 인생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모두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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