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노트 - 내 인생의 북킷리스트
김진식 지음, 김미란 엮음 / 백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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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버지는 한국인의 평균 수명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54세라는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내 나이 벌써 40대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으니 정말 젊디 젊으실 때 돌아가신 셈이다. 그래서인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을 정도이다. 특히 아버지를 떠올리면 늘 돋보기 안경을 끼고 책을 보시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또래 분들에 비해 노안이 빨리 오셔서 40대 초반부터 돋보기 안경을 쓰셨던 아버지는 퇴근 후 피곤해서 연신 하품을 하시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셨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나의 모습과 참 많이도 비슷하다. 나도 또래에 비해 노안이 빨리 와서 돋보기 안경을 쓰고 책을 보는데, 돋보기 안경을 꺼낼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저자, 아니 엮은이의 아버지도 우리 아버지처럼 책을 늘 가까이하셨다고 한다. 게다가 독서로만 끝내지 않고 읽은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비롯해서 당신께서 느낀 점들, 일상 생활에서 적용한 내용 등을 일기 쓰듯 독서노트를 쓰셨다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수백 권이 넘는 책을 읽고 써내려가셨다고 하니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나와 비슷한 또래인 듯한 이 책의 엮은이 즉, 저자의 따님은 아버지의 손때 묻은 독서노트에서 글들을 발췌하여 이 책을 펴냈다고 하는데 무척이나 감정이입이 된다. 아버지의 손글씨로 가득한 낡은 노트를 펼쳐 두고 한 자, 한 자 읽어내려갔을 때 과연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온 가족을 지켜주시던 든든하고 강인한 아버지가 꾹꾹 눌러써내려 가셨을 그 글들을 읽는동안 신부전증 진단을 받고 20년째 투석을 해오고 계시다는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여러 번 눈물을 삼키지 않았을까. 때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읽어내려갔을 순간도 있었으리라고 조심스런 짐작도 해본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화려한 미사여구나 전문가적인 어휘들도 없고, 때로는 문맥이나 문장 구조가 의식의 흐름대로 나열되어 있어 개연성이 떨어질' 때도 있겠지만, 아버지의 손글씨 속에서 그녀는 그 당시의 아버지와 재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그녀는 철없던 사춘기 시절을 보내며 아버지와 불통했던 10대로도 돌아갔을 것이고, 바쁘다고 집밖에 있던 시간이 더 많았을 2, 30대로도 돌아가서 그 시절의 아버지와 소통하며 늦었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왔을 것이다.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독서노트의 사진들을 통해 저자의 필체를 볼 수 있어 좋았다. 글씨는 그 사람의 마음이라더니 정말 필체에서 힘이 느껴지고 강직함이 묻어난다. 비록 우리 아버지의 글씨는 아니지만 글씨만 보는것만으로도 뭔가 모를 든든함 마저 느껴졌다.

     책을 덮고나니 저자의 따님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예전에 비해 아버지의 기력이 많이 쇠해지셨겠지만 그래도 그녀의 곁에 계셔주지 않은가. 게다가 이 책을 펴내게 되면서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을 것이고, 책이 발간되면서 아버지가 얼마나 좋아하셨을지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이것이야말로 효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엮은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녀의 아버지를 통해 우리 아버지를 느낄 수 있었고, 잠시나마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려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오래오래 건강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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