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 - 짱구쌤의 세상에 없던 학교 이야기
이장규 지음 / 르네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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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에 tv를 보던 중 가슴이 찡해올 정도로 감동을 받은 뉴스가 있었다. 2004년에 6학년을 가르치신 이장규 선생님이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20년 뒤에 만날 것을 약속했는데, 그 약속이 실제로 지켜졌다는 내용이었다. 20년 뒤인 2024년 1월 1일 1시에 학교 운동장에서 만나기로 한 그들의 약속이 실제로 지켜지는 모습이 담긴 그 영상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왔고 유튜브에서도 한동안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약속을 기억하고 지킨 학생들도 기특하고 대견하지만 그렇게 선생님과 친구들을 기억하고 모교의 운동장으로 찾아오게 만든 이장규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러던 중 선생님의 책이 발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에 얼른 <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장규 선생님은 92년도에 교사로 임용되어 28년간 학급문집 <어깨동무>를 펴내셨다고 한다. 그러다 2020년에 공모형 교장이 되어 전남 구례 용방초등학교에서 근무를 하시며 틈틈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는데 그때 모아둔 글과 그림을 엮어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교문 앞 아침맞이로 하루를 시작해서 첫 통학차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라디오와 연결한 블루투스 스피커로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고 교문에서 아이들을 기다렸다는 이장규 선생님. 유치원생을 포함한 전교생 70여 명이 다 등교할 때까지 한 명 한 명에게 하이파이브로 인사를 나누며 학생들과 교감하는 다정다감한 선생님. 학교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그의 삶의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이름인 '장규'와 볼록 튀어나온 뒤통수에서 착안을 얻은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교장선생님에게 '짱구샘'이라고 부르며 삼촌 대하듯 허물없이 가까이 지내며 이장규 선생님에게 힐링의 에너지를 준다고 한다.


  "짱구샘, 오늘은 무슨 차예요? 김칫국물 맛이 나네요?"

"보이차야."

"그럼 남자만 먹어요?"

"짱구샘, 세상이 참 따뜻해진 것 같아요."

"그래. 살다 보면 따뜻한 일 참 많단다."

"그러니까 모두 반팔을 입고 다니잖아요."

"..............."


- 본문 中 -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는 규칙이 가득하고, 다소 경직된 분위기이며, 근엄하신 교장선생님이 계시는 그런 이미지이다. 그런데 이장규 선생님이 4년간 근무하셨던 용방초등학교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읽다보면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친환경적이고 자유로우며 교사와 학생간에 거리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낯선(?) 분위기로 가득하다. 교사는 학생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학생들은 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주며 하루하루를 알콩달콩 살아간다.


     책을 다 읽고나니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일단 제자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어 20년이 된 후에도 사제간의 뜨거운 상봉을 하신 이장규 선생님이 부럽다. 그리고 요즘 핫한 푸바오와 사육사 할아버지처럼 학생들과 알콩달콩 하루하루 깨를 볶으신(?) 이장규 교장선생님이 부럽다. 끝으로 그런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이 부럽다.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로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무척이나 애매해져버린 한국의 교육계에 이 책으로 인해 따뜻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교사는 가르치는 자로 당연히 존중받고, 학생은 제자로서 당연히 사랑받으며, 학부모는 조력자로 당연히 인정받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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