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 여행이 준 가장 큰 선물
김가득 지음 / 더로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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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봄 생각지도 않은 목돈이 생겼다. 15년 전쯤, 지인의 부탁으로 매달 10만원씩 적금상품에 가입해 준 적이 있었는데 그게 만기가 된 것이다. 큰아이 대학 등록금으로 쓰면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적금을 넣기 시작했는데, 자동이체로 등록해두고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았더랬다. 매달 당연히 10만원씩 나가는 거라고만 생각했지 벌써 만기가 됐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해서 수중에 제법 큰 목돈이 생기자 마음이 바뀌어서 등록금이 아닌 가족여행을 계획하게 되었고 늘 꿈만 꾸던 유럽으로 8월에 보름간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평소 영어에 관심이 많고 영어를 즐기는 둘째와 나는 하루 종일 영어가 들리는 곳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이 나고 흥분됐다.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싶은 마음에 필요 없는 물을 또 사러 가고, 아는 길도 일부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그렇게 즐겁게 여행을 다녀왔다. 그래서일까? 호주로 워홀을 다녀오고 세계 여기저기를 누비며 온 몸으로 부딪혀가며 세상과 소통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게 여겨졌다. 사람들은 저자에게 그 힘든 고생을 왜 사서 하냐며 안타까워할 지 모르지만, 나는 그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넘어져가면서도 다시 도전하고 도전하는 그가 부러웠다. 그의 젊음과 패기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스포츠 에이전시를 꿈꾸며 체대 진학을 위해 입시 준비를 하던 저자는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다리 부상으로 인해 운동을 접어야 했고 대학 진학 또한 포기해야만 했다. 그의 삶의 원동력인 운동을 할 수 없게 된 그는 좌절의 늪에 빠질 뻔 했으나 당차게 이겨내고 호주로 워홀을 떠나게 된다.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어학공부를 하며 영어실력을 제법 쌓은 후 본격적인 워홀을 시작하나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하며 몸 뿐 아니라 마음에 상처를 깊게 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 워홀을 계기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뜨였고 자신감이 생겨나 세계여행이라는 큰 꿈을 꾸게 되어 여러 나라로 여행을 다니게 된다. 미국을 시작으로 다양한 나라들을 여행하는데 그 중 가장 현실감 있게 다가온 건 스위스에서의 스카이다이빙이었다. 20만원짜리 체코 스카이다이빙과 60만원짜리 스위스 스카이다이빙 중 어느 것을 고를까 고민하다가 마음이 더 끌리는 스위스를 선택했다는 그. 지난 여름에 스위스 인터라켄을 다녀온 후여서인지 그가 어디서 숙박을 했고, 어디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했는지 눈에 훤히 보이는 듯해서 더 공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이 준 가장 큰 선물은 '기억'이라는 저자의 말을 그 어느 때보다도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난 종종 유럽을 여행하는 꿈을 꾸곤 한다. 그리고 환상을 보는 듯 눈앞에 종종 유럽의 풍경들이 그려지기도 한다. 시골의 한적한 풍경이 참 예뻤던 런던의 코츠월드, 금방이라도 엘리자베스 여왕이 걸어나올 것 같은 버킹엄 궁과 그 주변의 녹음짙은 공원,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던 로마의 콜로세움, 곤돌라가 운치 있던 베네치아, 버스킹 연주가 너무나도 낭만적이었던 피렌체의 두오모 광장,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은 스위스 인터라켄. 여행은 나에게도 그렇게 '기억'을 선물해주었다.

       코로나로 인해 계획된 여행을 접어야 했던 저자가 다시 2차 여행을 떠나길 기대해본다. 분명 그렇게 하리라 믿는다. 이번에는 또 어떤 곳으로 다녀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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