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 흥미로운 역사가 담긴 16통의 가장 사적인 기록, 편지 세계사
송영심 지음 / 팜파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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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링컨이 한 소녀로부터 받은 편지를 본 적이 있다. 링컨이 대통령 선거에 나가기 전에 받은 편지인데 내용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구레나룻이 있으면 더 멋있을 것이다', '여자들은 구레나룻이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 '구레나룻을 기르면 대통령에 당선이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는데 마르고 날카로운 인상의 링컨에게 수염을 길러보라는 소녀의 제안이 담긴 편지였다. 당찬 그 소녀는 답장을 써달라는 내용도 빼놓지 않았는데, 링컨은 답장을 썼을 뿐 아니라 대통령에 당선이 된 후 오랫동안 구레나룻을 멋지게 길렀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정도로 말이다.

     이렇듯 편지는 말로 전달하는 것과는 또 다르게 진심을 더 깊이 담아 전할 수 있는 따뜻한 매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온라인 매체로 둘러싸인 요즘 시대에도 우리는 손편지에 큰 감동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러 통의 편지가 담긴 책이다. 조금 독특한 것은 발신인들이 일반인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들이라는 것.

편지에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는 메시지,

삶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도 희망을 희구하는 마음,

그리운 조국에 보내는 안쓰럽기 이를 데 없는 부탁들,

울분을 토하며 나라를 생각하고

죽음의 현장으로 달려가면서도

애써 웃으며 벗에게 보내는 메시지,

접고 또 접고 들킬까봐 또 접은 비밀 편지의 흔적,

내일이면 처형장에서 숨이 끊어지는데

오늘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누이를 만나며

눈짓으로 램프 아래 숨긴 시를 알리는

역사적 인물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 p. 4~5 中 -



     사마천, 임칙서, 마리 앙투아네트, 체 게바라, 민영환, 김원봉, 윤봉길, 콜럼버스, 링컨 등 우리가 역사 속에서 만난 이들의 편지가 담겨 있는데 역사 속의 모습과 사뭇 다른 이들도 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이는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비록 그녀가 한 나라의 왕비임에도 불구하고 사치스럽게 생활하고, 세 아이의 엄마이면서도 연인을 둘 정도로 사생활이 깔끔한 것은 아니었으나 상냥하고 인정 많은 성품을 가졌음을 편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사형이 집행되는 날 새벽에 눈물 범벅으로 시누이에게 아이들을 당부하는 내용, 자신들의 죽음으로 인해 복수하지 말아달 것 등의 내용으로 쓴 편지를 보면 뭉클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반전인물이 있었으니 링컨이다. 노예 해방의 상징적인 인물인 그가 쓴 편지를 보면 그가 남북전쟁에 임한 이유가 흑인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에게 노예 해방은 단지 미국 연방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흑인의 인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기획적으로' 노예 해방 선언을 한다. 이런 모든 정황이 편지에 담겨있는데 정말 사적인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역사적 인물들이 쓴 16통의 편지를 통해 공식적인 모습에서는 볼 수 없는 지극히 사적인 사연들을 고스란히 알 수 있어서 참신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다.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첫사랑과 극적으로 상봉한 후 오히려 실망스러웠다는 후일담을 들려주던 어느 연예인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나 할까? 그래도 동일한 역사적 사건과, 동일한 역사적 인물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요즘 한창 역사를 배우는 둘째에게도 이 책을 권해줄까 한다. 역사를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감동과 반전의 재미 또한 맛볼 수 있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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