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임칙서, 마리 앙투아네트, 체 게바라, 민영환, 김원봉, 윤봉길, 콜럼버스, 링컨 등 우리가 역사 속에서 만난 이들의 편지가 담겨 있는데 역사 속의 모습과 사뭇 다른 이들도 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이는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비록 그녀가 한 나라의 왕비임에도 불구하고 사치스럽게 생활하고, 세 아이의 엄마이면서도 연인을 둘 정도로 사생활이 깔끔한 것은 아니었으나 상냥하고 인정 많은 성품을 가졌음을 편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사형이 집행되는 날 새벽에 눈물 범벅으로 시누이에게 아이들을 당부하는 내용, 자신들의 죽음으로 인해 복수하지 말아달 것 등의 내용으로 쓴 편지를 보면 뭉클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반전인물이 있었으니 링컨이다. 노예 해방의 상징적인 인물인 그가 쓴 편지를 보면 그가 남북전쟁에 임한 이유가 흑인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에게 노예 해방은 단지 미국 연방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흑인의 인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기획적으로' 노예 해방 선언을 한다. 이런 모든 정황이 편지에 담겨있는데 정말 사적인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역사적 인물들이 쓴 16통의 편지를 통해 공식적인 모습에서는 볼 수 없는 지극히 사적인 사연들을 고스란히 알 수 있어서 참신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다.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첫사랑과 극적으로 상봉한 후 오히려 실망스러웠다는 후일담을 들려주던 어느 연예인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나 할까? 그래도 동일한 역사적 사건과, 동일한 역사적 인물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요즘 한창 역사를 배우는 둘째에게도 이 책을 권해줄까 한다. 역사를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감동과 반전의 재미 또한 맛볼 수 있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