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영어생활자로 살아남는 법 - 발음에 집착하는 당신이 알아야 할 일터의 언어, 태도에 관하여
백애리 지음 / 그래도봄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여러분 저도 강원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춘천에서 공부했고요.

지금은 스위스 제네바에 와서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p. 5 中 -



     '강원도', '춘천', '국제기구' 이 세 단어는 책을 막 읽기 시작한 나를 단박에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던 추억이 있기에 마치 고향사람을 만난 기분이 들었고, 아무나 들어가기 힘든 국제기구에서 일을 한다는 사실에 책을 읽기도 전에 저자에 대한 경외심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2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다는 저자는 일을 재밌어하고 나름 인정받던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보수도 적었고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일을 하면 할수록 영혼까지 망가지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결국 스스로를 착취당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게 하기 위해 강한 여성이 되고 싶었고 그 첫번 째 시도가 여권을 갱신하는 것이었다. 만료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여권을 마포구청에 가서 갱신한 것. 그것이 국제기구에서 일하게 되기까지의 시작, 즉 트리거(trigger)인 셈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어학원을 통해 LA 근교 우범지대(?) 동네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어학원 공부를 시작하게 되고 부당한 대우와 안전하지 못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그녀는 어학원 교장과 담판을 짓고 샌프란시스코로 전학을 하게 된다. 사실 원어민들과 간단한 대화하는 것도 어려운데 교장선생님을 상대로 담판을 짓다니!! 그녀는 그 노하우를 소개하면 두 문장만 기억하라고 한다. "It is not acceptable.", "I don't agree with you.". 두 문장만 외우면 된다는 저자의 대담함에 박수가 나올 정도이다.

그렇게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른 삶의 방식과 풍경을 조금씩 배워가던 그녀는 스위스 제네바의 NGO 와이즈멘 본부에 유스 인턴을 지원하게 되며 바라던 대로 합격소식을 전해듣는다. 우리가 일명 '스펙'이라고 불리는 공인 성적이 합격의 기준이 아니라 그동안 쓸데없는 경험이라고 무시 당하기 일쑤였던 봉사활동, 외부 기고문, 발표 등 그녀의 수많은 활동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 부분을 단 몇 줄로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 몇 줄 사이의 행간에서 그녀가 꿈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용기를 내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27살의 젊은이라고 보기엔 너무 대견하고 기특했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열정이 닮고 싶었다.

     NGO에 합격한 그녀는 유럽으로 떠나 그곳에서 글로벌 환경에서 필요한 포용성을 하나 둘 배워간다. 그곳에서 배운 언어적,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일을 대하는 태도, 공평한 관계 맺음 등으로 한층 더 영글어간 그녀는 현재 유엔 산하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며 국제공무원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회원국들의 법과 정책 모범사례를 연구하는 콘퍼런스를 조직하고 기획하는 팀에서 일을 한다는데 점점 성장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과연 최종 목표지가 어디일지 사뭇 기대가 된다.

     나도 영어에 관심이 많아 날마다 영어공부를 하고 있고,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해외로 어학연수를 가고 싶을 정도이기에 그녀의 얘기를 주욱 살펴보며 묘한 대리만족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존경스럽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지낼수도 있었던 하루하루의 삶에 이끌려가는 게 아니라 자신이 주인이 되어 삶을 개척해간 그녀의 도전정신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제목만 보고 단지 영어공부 체험담이겠거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그것보다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인 것 같아 10대~20대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다. 그래서 이제 곧 대학생이 되는 딸아이에게도 이 책을 건네주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딸아이에게 이 책이 또 하나의 '트리거(trigger)'가 되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