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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나태주 지음, 임동식 그림 / 열림원 / 2022년 10월
평점 :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처음 이 시를 만났을 때 한참을 멍하게 있었던 기억이 난다. 3연 5행의 짧은 시 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가 내게 주는 파장은 상상 이상으로 컸기 때문이다. 특히 맨 마지막 행의 '너도 그렇다'라는 문구를 읽는 순간 내 마음에 퍼져나가는 그 떨림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마치 근육통으로 욱신거리는 다리에 스프레이 파스를 뿌렸을 때 느껴지는 알싸하게 매운듯한 시원함이라고나 할까? 밥을 먹고 씹던 후라보노 껌이라고나 할까? 답답한 공기로 가득한 방의 창문을 활짝 열었을 때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같다고나 할까? '풀꽃'이라는 시는 내게 그렇게 다가왔었다. 그리고 난 그 때 나태주라는 시인을 제대로 내 마음에 각인시켰더랬다.
나태주 시인은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43년 동안 초등교사로 재직한 후 현재까지도 시인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어서인지 김용택 시인처럼 나태주 시인 역시 쉬운 우리말, 예쁜 우리말로 시를 써내려간다. 그래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가 읽어도 쉽게 이해되고, 감동받는 게 아닐까 싶다.
이번 시집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림과 관련이 있는 시집이다. 같은 공주 출신으로서 1945년 동갑내기인 임동식 화가의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감상대로 나태주 시인이 써내려가 시들을 임동식 화가의 그림과 함께 묶어낸 책이다. 한 편의 시화집인 셈이다.
언제부터인가 임동식 화가의 그림에서 '시를 읽어내고 싶었다'는 나태주 시인은 그의 그림 속에 숨겨놓은 시들을 찾아내어 이 시집을 펴냈다고 한다. 시 속에서 소개되고 있는 임동식 화가는 '나무를 사랑해 나무를 그리다가 끝내 나무가 되어버린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책에 소개된 그림들에는 나무, 풀, 꽃, 들판 등 자연의 모습들이 많이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시와 그림은 마치 한 사람이 쓰고 그린 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임동식 화가의 그림 51점, 그 그림을 보고 써내려간 나태주 시인의 시 48편, 그리고 나태주 시인의 애송시 6편이 담긴 이 시화집을 보노라면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힐링과 안식을 찾게 되는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바쁜 일상 속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하며 정신없이 달려온 현대인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동갑내기 두 남자가 그리고 표현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모두가 힐링이 되고 치유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