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기특한 불행 - 카피라이터 오지윤 산문집
오지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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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tv를 보던 중 한 드라마에 눈이 갔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이야기인데 설정이 색달랐고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가 특이하면서도 사랑스러웠다. 자폐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과 눈도 잘 못 맞추고 말투에도 아이같은 어눌함이 보이지만, 보통의 변호사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점들을 발견하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통찰력을 가졌고, 법과 사람을 사랑하는 가슴 따뜻함으로 문제를 색다른 시각으로 해결하는 한 변호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드라마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참이나 그 드라마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 책을 읽는데 그 드라마에서 만났던 큰 두 눈에 귀여운 단발머리의 소녀같은 우영우 변호사가 오버랩 되었다. 카피라이터와 마케터로 일하며 집에서 글쓰기를 좋아하고, 무심한듯 따뜻한 엉덩이를 내어주는 반려묘 오복이를 보면 기운이 나며,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신 아빠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파킨슨 씨에게 조금 천천히 와 달라고 말할 거라는 저자. 어린 시절 그녀의 절친이 되어주셨던 할아버지의 성함 '득주'를 팔꿈치 위에 새기고 '주섬주섬'과 '기어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며 자신의 엄마가 일요일에 교회 가서 안녕감을 얻듯이 자신은 일요일에 침대에 오래도록 누워 안녕감을 얻는다는 그녀는 우영우 변호사처럼 글 여기 저기에서 사랑스러움을 한껏 뿜어내고 있다. 

     <작고 기특한 불행>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평범하지 않다. 세상을 아주 자세하게 관찰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음이 분명하다. 마치 뛰어난 미각 덕분에 굳이 발견하지 않다도 될 맛을 느껴서 입이 짧은 미식가처럼 그녀는 일반인들은 모르고 그냥 넘길 일들에 눈이 가고 마음이 가곤하여 때로는 그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고, 때로는 남들이 모르는 색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하며 오늘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에필로그에 남긴 그녀의 메시지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내 몸에 사는 친구들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나는 매일 노력할 생각이다.

  거창한 노력은 아니다.

  쾌락과 안녕감과 배부름과 호기심과 낄낄거림이 계속되면 그게 행복이니까.

  '봬감'이라는 단어가 고상한 드레스를 입으면 '행복'이 되는 것뿐이다.

                   - p. 223 中 -

     자신의 세로토닌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길들여가고 있어서 행복하다는 그녀의 마지막 멘트가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다닌다. 남들과 똑같지 않은 나만의 방식으로 행복해지기. 마치 저자가 나에게 조언해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 노트를 펼쳤다. 나도 저자처럼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을 적어볼까 한다. 그녀의 말대로 행복은 순간이고 여운도 짧은 반면, 불행은 자주 오고 여운도 쓸데없이 기니까 여운이 채 사라지기 전에 나를 기분좋게 해주는 단어들을 얼른 적어봐야겠다. 그러다보면 나도 내 몸에 사는 친구들에게 잘 보여서 지금보다 좀 더 자주 행복함을 느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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