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 - 레나의 스페인 반년살이
레나 지음 / 에고의바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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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 살 시절부터 5대륙을 넘나들며 세계 21개 국, 50여 개의 도시를 여행했다는 책 날개에 간략히 안내되어 있는 저자 소개글을 읽고 입이 떠억 벌어졌다. 자칭 집순이이고 집콕러버라고 하는데 언제 그 많은 나라와 도시들을 다녔을까 싶은 생각에 마냥 존경스러워진다. 그럴 수 있는 젊음과 용기 또한 부럽다. 부러우면 진다는데 책날개 글만 읽고도 이렇게 나는 책을 읽기도 전에 얼굴도 모르는 저자에게 지고 말았다.


     2015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집을 나선 저자. 그녀는 그 길로 해외로 나가서 약 반 년 간의 해외살이를 하고난 후 다행히도 원래 일하던 업계로 돌아가 다시 취업에 성공을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무엇인가에 도전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익숙한 곳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자신을 오롯이 볼 수 있게 해 준 반 년간의 소중한 여행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이렇게 책으로 펴냈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해 본 저자가 또 한 번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세계 여행을 하며 나 자신을 더 알아가는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해서 얻게 된 소중한 경험을 책으로 펴낸 저자의 용기와 도전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스페인어로 '가득한'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 '예나'. 저자는 그런 자기의 이름을 10년이 넘도록 '임신'이라는 뜻으로 오해하고 있었단다. 모든 건 뉴질랜드에서 만난 홈스테이 가족 브리짓의 스페인 남자친구의 강렬했던 손동작에서 비롯된 해프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결국 오해를 풀게 된 그녀는 자신의 이름에 담긴 스페인어 의미가 좋아서 '예나'를 스페인어 식으로 'Llena'라고 적어 놓고 '레나'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필명으로 SNS 닉네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단다. 



     그녀의 이번 여행은 발렌시아에서 시작되었고 그 곳에서 여러 인연들을 만나게 된다. 길에서 만나 절친이 된 한국인 친구 '로씨오', '카우치서핑'을 통해 알게 된 '감동파괴남' 독일인 친구 벤과 지각을 밥 먹듯 하는 시모나, 셰어하우스를 쓰면서 만나게 된 집부인 마르타, 그리고 마르타의 고양이 토마사. 집순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저자인 레나는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그리고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마드리드,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모로코, 오스트리아, 독일 등에서 여러 가지 추억을 만들어간다. 저자의 표현대로 '온전히 나로 존재하는 시간'을 제대로 보낸 것이다. 


되돌아보면 그것은 무엇을 이루는 과정이 아니었다.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소속된 회사도, 직업의 타이틀도, 무엇을 해야한다는 의무감도 갖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나이에 대해서도 그렇게 민감하지 않은 나라에서

하루하루 밥 해 먹고, 그날 무엇을 할지에 집중하는 시간들이었다.

도피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맞다.

길을 잃었다고 한다면 그것도 괜찮았다. 

그저 하루하루 나로 지내는 게 좋았다.

- 프롤로그 中 -

    

   내 나이 벌써 40대 중반. 누군가 내게 다시 20대로 돌아가게 해주겠다고 해도 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나의 20대는 많이 불안했고 힘들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단박에 돌아가겠다고 하고 싶다. 그래서 나도 저자처럼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여러 친구들도 사귀며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며 살아보고 싶다. '하루하루 나로 지내는 것'. 그것이 남은 인생을 살아가게 할 에너지 원천이 된다는 걸 이제는 알기에 그렇게 해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코로나로 두 발이 묶인 채 살다보니 여행이야기만 읽어도 마냥 좋고 행복하다. 이런 행복을 맛보게 해 준 레나 작가님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나도 더 나이 들기 전에 꼭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도전해보리라 다짐에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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