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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반성문 - 원로 여교사와 중견 남교사의 에듀레터
박윤숙.문주호 지음 / 창해 / 2022년 1월
평점 :
코로나 19로 인해 2020년, 202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그 2년 사이에 있었던 큰애의 중학교 졸업식, 고등학교 입학식은 물론이요, 둘째의 초등학교 졸업식, 중학교 입학식이 얼렁뚱땅 넘어가 버린 것 같아서 아이들도 나도 아쉬움이 크다. 학부모로서 그 때만이라도 잠시 아이의 담임 선생님을 뵙고 인사도 드리고, 짧게나마 안부를 전하기도 하는데 얇은 이 마스크 한 장은 생각외로 거리감을 주기에 충분했기에 예전처럼 얼굴 보며 허리숙여 감사인사 드릴 상황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 2년간 아이들을 맡아 주셨던 담임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크게 3가지가 전부이다. 원격수업 중 컴퓨터 화면에서 그나마 뵐 수 있었던 마스크 쓰지 않으신 모습, 자가진단 하라고 알려주시던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 학교에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선별진료소에 가서 PCR 검사 받아야 한다고 다급하게 알려주시던 문자메시지. 코로나는 학교에서의 추억까지도 이렇게나 장르를 바꿔버렸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어가는 학교 현장에서 코로나 사태까지 감당해야 하는 선생님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힘든 2년을 보내시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교사반성문>이라는 책을 읽는 내내 책 구석구석에서 선생님들의 고충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교직경력 23년차의 남선생님과 교직경력 40년차의 여선생님이 모든 선생님들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이야기 나누는 장면들 속에서 옛 시절에 대한 그리움, 각박해져 가는 교육 현장에서의 씁쓸한 모습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로 인해 급작스레 변경해야 하는 수업의 패러다임에 대한 부담감까지 고스란히 전해왔다. 그야말로 '잘해야 본전'인 교사들의 애환이 그들의 대화 곳곳에 묻어나고도 남았다.
현직 수석교사인 남선생님과 이제 퇴직을 앞두고 계신 여선생님은 그들의 교육경험을 주고받으며 담임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및 자세, 부장 교사의 고충과 보람, 신규 교사들에게 들려주는 조언, 선배 교사로서의 고충, 퇴직에 관한 이야기 등 그야말로 '교사 백문백답'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아주 디테일한 이야기까지 주고 받고 있다. 그러하기에 평소 일반인이라면 들여다볼 수도, 알 수도 없는 '학교이야기'를 쏙쏙들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이런 환경 속에서, 이런 애환을 가지고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계시구나!' 싶은 생각에 학부모로서 머리 숙여 감사인사 드리고 싶은 마음마저 생길 정도였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세상이 각박해지고 단절되어가는 요즘, 이 책을 통해 교사와 학부모, 선배 교사와 후배 교사, 학교 관리자와 일반 교사들 사이가 좀 더 부드러워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긴다. 그래서 특별히 현직 선생님들을 비롯해서 이제 막 임용된 신규 교사나 교직을 꿈꾸는 교육대학교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읽다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느껴야 한다. '교사 반성문'이 아니라 '모두의 반성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