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 - 40년차 간호사가 기록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반짝이는 마음들
전지은 지음 / 라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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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코로나19는 우리 주위에서 떠날 생각이 없나보다. 확진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우리는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고, 이제 곧 '위드 코로나'의 국면에 접어들 거라고는 하나 아직도 사람 많은 곳은 피하게 되니 말이다. 물론 한창 확진자가 급증하고 코로나19가 우리의 코밑까지 가까이 오는 듯한 공포감에 휩싸이던 때에 비하면 그야말로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나,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나는 아직도 두렵기만 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 많은 이들의 죽음을 목도해야만 했던 우리에게 '코로나 19'는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두려움을 느낄 새도 없이 현장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 내몰린 이들과 함께 하며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을 보노라면 그들의 숭고한 사명의식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래서였을까? 40년차 간호사가 기록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반짝이는 마음들'이라는 부제에 시선이 꽂히며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한국에서 간호사 일을 시작했으며 미국에 건너가 계속 간호사 일을 하다보니 햇수로 41년을 간호사로 근무한 저자. 그녀가 돌본 환자 수만 5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녀의 표현대로 '간호사로 산 기간이 그렇지 않은 기간보다 길어'졌으니 그녀가 얼마나 긴 시간을 환자들과 함께 했는지 알고도 남겠다.

      저자는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 펜로즈 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 겸 상담가 역할을 하는 케이스 매니저로 일하며 틈틈이 글을 써 왔다. 그것도 그냥 글쓰기로 만족한 것이 아니라 국내신문사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입상을 하며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나 그녀가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면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담겨있는 이 책은 인생의 마무리를 하는 순간에 그들이 남긴 말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할 정도로 큰 울림을 준다. 

     60년을 함께 살았던 노부부, 자신의 의지와 달리 할아버지의 의지로 고통스러운 연명치료를 해 온 할머니는 아픔 속에서도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했다. 뒤늦게야 할아버지는 이 모든 게 자신의 욕심이었음을 깨닫고, 사랑의 미련을 내려놓으며 "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인생의 마지막 배웅 길에 그들이 남기는 말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어떤 이는 사랑을, 어떤 이는 감사를, 어떤 이는 미안함을 남긴다. 그리고 그곳에 삶이, 사랑이 있다.

                                    - p. 8~9 中 -




      40대 중반이 되고 나니 삶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도 조금은 달라진 기분이다. 이제 인생의 후반전에 접어들었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간 이 앙 다물고 두 손 불끈 쥐고 전반전을 달려왔다면 이젠 몸에서 힘을 좀 빼고 싶다. 어깨에서도, 눈에서도, 입가에서도, 두 손에서도. 그리고 한껏 유연해진 입으로 가족들에게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안아주고 싶다. 사실 '사랑한다'고 말하는게 나에겐 세상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 간접적으로 만난 많은 분들이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표현하라고. 시간이 우리에게 무한정 있는 게 아니라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 저자를 비롯해서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며 좀 더 많이 사랑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미련없이 용서하는 그런 사람이 되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책장을 덮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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