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
군지 메구 지음, 이재화 옮김, 최형선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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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는데 내 마음이 훈훈해져옴이 느껴진다.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이라는 책의 부제가 붙여진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고 설날이고할 것 없이, 기린의 부고가 뜨는 순간 그 어떤 약속도 취소한 채 기린에게 달려가는 기린 박사 군지 메구. 그녀의 열정과 사명감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뜨겁고도 투철하다. 바로 그녀가 좋아하는 일이 그 일이기 때문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기린이기에 기린의 해부까지 담담히 받아들이는 그녀. 그런 그녀가 있었기에 '기린의 제 1 흉추가 8번째 목뼈로 기능한다'는 연구결과 또한 얻게 된 것이다.



      군지 메구는 열아홉 살에 처음으로 기린을 해부한 이래로 지금까지 30마리의 기린을 해부했다고 한다. 전국 각지의 동물원에서 기증한 기린 사체 덕분에 수많은 해부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수많은 기린 해부 과정을 거쳐 마침내 기린의 '8번째 목뼈'를 발견하여 기린 박사 학위까지 받게 되었다. 다행히 기린은 신장에 비해 몸통이 작아서 대형 동물 치고는 작업(?)이 쉬운 편이라고는 하나 800~1200킬로그램의 거구인 기린을 해부한다는 건 여성으로서 여간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피부와 근육을 도려낸 기린 사체를 '쇄골기'라는 큰 용기 안에 넣고 75도로 2~3주 정도 푹 삶은 후 뼈 주변에 붙어 있던 근유과 힘줄을 제거한 후 뼈를 깨끗이 씻어 건조하는 과정이 끝나야 드디어 골격 표본을 완성한다는데 그 과정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최장 13일간 해부를 한 적도 있다는 저자는 그 해부가 헛된 시간이 되지 않도록 끊임 없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기린의 8번째 목뼈'에 관한 귀중한 연구결과까지 얻게 됐으니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 또한 함께 해보게 되었다.

       요즘 고등학교 1학년인 큰아이와 진로에 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아직 자기의 꿈과 진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늘 얘기하곤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즐겁고 재미있게 오래오래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기린 연구가 군지 메구는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인 나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해주는 것만 같다.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렇게 말이다.

        책의 후반부 '나가는 말'에서 저자는 다시 한 번 강조하여 말하고 있다.

       혼자 힘으로는 아무리 해도 바뀌지 않는 것이 이 세상에는 정말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벽에 부딪혔을 때, 손에 든 카드를 잘 이용해 어떻게 길을 개척해 가느냐입니다. 벗어날 수 없는 제약 속에서 몸의 기본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획득한 '기린의 8번째 목뼈'는 제게 그런 교훈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또 하나, 기린과 함께 보낸 10년 동안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의 소중함입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같은 흥미를 가진 사람이 다가옵니다.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나 기회를 주는 사람도 만납니다.

                                     - '나가는 말' 中 -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해주려고 한다. 다행히 아이가 동물을 좋아하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을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 우리 아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자신의 진로를 찾는 데 있어 그 좋아하는 것이 충분히 반영되길 바라본다. 책표지에 쓰여 있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가장 옳은 것이다!'라는 문구가 아이에게 의미있게 다가가길 아울러 함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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