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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차박캠핑 이야기 - 호텔비가 뱃속으로 들어오면 더 즐겁다
오영교 지음 / 파르페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지난 여름에 남편이 차를 바꿨다. 둘째 태어나던 해에 샀던 승용차가 우리집 패밀리카였는데 둘째가 올해 초등 6학년이니 차도 제법 잔고장이 날 때가 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 손을 봐야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결국 새차를 장만하기로 합의를 하고 이번에는 SUV로 바꾸게 되었다. 멋진 차가 남자들의 로망이라더니 차를 사기 위해 여기 저기 다니더 무렵 남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생기있고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는 이제 '차박'을 할 수 있겠다며 이런 저런 시나리오를 들려주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평소 별자리에 관심이 많은 나를 위해 썬루프를 장착했다며 별보러 가자고 하는 말에 나도 귀가 번쩍 뜨이며 그 '차박'이라는 단어가 그제서야 들어왔다. 남편의 설명으로는 한 마디로 차가 곧 숙박시설이 된다는 건데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하다가 그만 흐지부지 넘어갔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책을 처음 받아드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조명 하나 없는 깜깜한 시골 한적한 곳에 차를 파킹해두고 썬루프 밖으로 머리 내밀고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관찰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렇게 가슴이 뛰는 것이었다.이렇게 나를 가슴 설레게 한 차박에 관한 책이니 단박에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누적 방문자 수 2천만을 기록한 차박캠핑 대표 블로그 <피터팬 캠핑>의 블로거이자 카페 <그린 캠핑 캠페인>의 운영자가 쓴 책이다. 차박캠핑의 매력에 푹 빠져서 캠핑을 다니기 쉬운 교통의 중심인 천안으로 이사갈 정도로 그는 열정적인 캠퍼이다.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호텔비를 아껴 차라리 배 속에 집어넣겠다'를 평소 신념으로 삼을 정도로 그는 평범한 여행이 아닌 그만의 독창적인 차박캠핑을 즐기며 가족들과 추억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그의 가족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 가족 중 누군가 이렇게 선봉에 서서 이끌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가족여행이 되는 법인데,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멋진 남편, 멋진 아빠 덕분에 매일같이 루프탑텐트를 펼치며 차박캠핑을 즐길 수 있으니 몹시도 부럽다.
아직도 스스로를 캠핑 초보자라고 소개하는 저자는 캠핑을 다녀보는 동안 직접 겪은 다양한 정보를 책에 고스란히 소개하고 있다. 차박 캠핑을 위해 차를 어떻게 개조해야하는지, 캠핑장은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안전한 캠핑을 위한 10대 수칙, 저자가 직접 추천하는 캠핑장 BEST 3, 가성비 좋은 캠핑 도구 안내, 여기 저기 캠핑 다니면 생긴 추억들 등 많은 이야깃거리들 또한 저자는 편한 어조로 쉽게 풀어낸다. 그가 실제 차박을 했을 때의 차 모습 및 주변 풍경들, 캠핑에 사용했던 도구들 등 초보 캠퍼들에게 필요한 정보들 또한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어서 그야말로 '차박캠핑 가이드북'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그린 캠핑'을 강조하며 '자연에 나의 흔적을 최소화하고 남기지 않도록 하라'고 저자는 신신당부하고 있으며 본인 또한 철저히 지키고 있으니 '지혜로운 캠퍼'이다.
며칠 전, 남편과 함께 저녁운동 겸 근처 바닷가를 걷는데 하늘에 오리온 자리가 보였다. 단박에 삼태성을 찾은 기쁨에 남편과 한참 별자리 이야기를 하던 중, 말 나온 김에 별자리 관측하러 차박캠핑 한 번 가자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 여름에는 감히 엄두가 나질 않아 시도조차 못해봤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렇게 많은 준비는 필요없겠다 싶어서 조만간 한 번 가볼까 한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는 추세라, 사람 많이 없는 조용한 곳으로 가볍게 다녀올까 싶다. 차박은 부지런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는 생각에 감히 꿈도 꾸지 못하던 내게 이렇게 용기 내어 도전해볼 수 있게 해 준 저자 '피터팬' 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