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 공지영의 섬진 산책
공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춘기 소녀 시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읽고 '나는 커서 결혼 안 할거야'라고 친구들과 굳은 다짐을 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 때 공지영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 그녀이기에 나에게 공지영이라는 작가는 마치 큰언니같은 분이다. 한창 예민하던 시절 나에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다가온 그녀는 이후로도 내가 성인이 되어 직장인 생활을 하던 때까지 책을 통해 끊임없이 나에게 조언을 해주는 그런 분이었다. 그렇게 내게 있어 유의미한 작가님인데 그녀를 둘러싼 많은 소송사건들, 개인적인 사생활로 인해 여러 사람들의 입방에 오르내리는 일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참 아팠다. 그랬던 그녀가 따끈따끈한 새책을 안고 떠억 나타났으니 제목이 정말 가슴 찡하다. 교회 복음송 제목이기도 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목만 보는데도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힘든 순간들을 어찌 보냈는지, 지금은 어찌 보내는지가 한 눈에 그려지는 것만 같다.



         이 책은 그녀가 섬진강 가에 작업실을 마련하여 그곳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들을 보내는 동안 세 후배가 방문한 일들을 편안한 대화체로 서술하고 있다. 각자의 삶 속에서 죽을만큼 힘든 그 세 후배들은 '공 언니'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한다. 숱한 질곡의 삶을 겪은 '공 언니'는 후배들과 편한 분위기 가운데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어느 순간 후배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들을 좀 더 가볍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놀라운 능력(?)을 선보인다. 말 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자만이 선보이 수 있는 신공이다. 정말 공지영 작가는 '큰언니' 같은 분임에 틀림없다. 모든 여성들의 큰언니.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나도 그녀처럼 힐링하는 나만의 장소를 가지고 싶다. 그녀의 표현대로 나는 아직 두 딸아이의 '공식육아'가 끝나지 않았기에 당장 시행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나도 꼭 그렇게 해보리라 다짐해본다. 그래도 아쉽지만은 않은 게 그녀에게서 배운 '내 자신 사랑하기'를 지금 내 삶속에서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리라고 믿는다.

          그런데 세상 모든 것을 다 하지 않는다 해도 꼭 해야 하는 이 "자기 자신 사랑하기!"가 연습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H에게 할 말을 준비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매일 빠지지 않고 꾸준히 연습이 필요한 일이야."

                                                  - P.52 ~ P.53 -                                             

            저자는 우리에게 얘기하고 있다. 


          " 삶이 그대를 속이고 괴롭게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 자신을 사랑하라!"고.


           나의 '큰 언니'인 공 작가님의 말대로 이제 더 나를 사랑하려고 한다. 늘 가족들에 치이기 바빴던 나를 찾고, 나를 좀 더 챙겨주어야겠다. 한없이 외로웠을 '나'를 돌아보게 해 준 공 작가님께 큰 감사를 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