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
이지혜 지음 / 파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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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하면 나의 어릴 적 옛친구 같은 느낌이 든다. 초등학생이던 시절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다니게 된 피아노학원(당시 학원비도 기억난다. 2만 5천원이었는데 체르니로 올라가면서 3만원이 되던 ....). 한창 '바이엘'을 치고 난 후  '체르니 100번'과 함께 치게 된 '피아노 명곡집'. 난 그 책에서 처음으로 클래식 곡을 만나게 되었다. 명곡집의 1번 곡이던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치던 그 날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악보 군데 군데 표시된 마크를 보며 페달을 밟을 때마다 피아노 소리가 증폭되던 그 짜릿함은 물론이고, 봉고차가 후진할 때 나오던 '띠리디리 띠리디리디~~~~' 멜로디가 바로 이 곡이었다는 반가움과 함께 내가 드디어 유명 음악가의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우쭐해졌는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당시 집에 있던 낡은 전축으로 동생들과 함께 클래식 음악 테이프(때로는 LP판도 틀었다)를 틀어놓고 곡이름과 작곡자를 맞추는 게임도 하며 보낸 추억들도 생각나는 걸 보면 늘 음악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집안 환경에 감사가 된다. 그 때 내가 느낀 감동과 설렘은 아직도 생생하니 말이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서인지 다행히 지금도 클래식을 가까이 하기에 라디오 클래식 채널을 아예 고정해놓고 라디오를 틀면 저절로 흘러나오게 해두고 지내는 편이다. 그런데 음악을 듣다가도 한 가지 아쉬운 건 그냥 곡을 듣고만 있기에 답답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맘같아선 전문가 선생님을 옆에 모셔두고 모르는 곡이 나올 때마다, 좋은 곡이 흘러나올 때마다 이 곡이 어떤 곡인지, 누구의 곡인지 등 질문을 던지고 싶을 정도이다. 이런 나의 답답함과 갈급함을 조금이라도 해결해줄 수 있는 책이 나왔으니 바로 <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이다.

      


        이 책은 <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4계절을 주제로 '이맘때'에 듣기 좋은 클래식을 추천하고 있다. 2002년부터 클래식 음악 해설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해설가이자 공연기획자이기도 하며 2018~2019년에는 KBS 라디오 <김선근의 럭키세븐>에서 '누구나의 클래식'이라는 코너를 맡으며 유쾌한 클래식 음악 해설로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 때 활동한 내공이 쌓이고 쌓여 이 책이 발간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저자는 그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선곡을 위해 4계절과 24절기의 의미를 탐구하면서 자연 만물과 생태가 변화하는 모습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주변의 변화 뿐 아니라 저자 본인의 내면의 변화를 관찰하는 계기도 되었다고 한다. 4계절에 걸쳐 각 계절의 특색과 분위기 등을 기록하며 저자만의 노트를 만들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4계절에 잘 어울리는 클래식 곡들을 엄선하여 이 책에 소개하고 있다. 지금 계절이 가을이어서인지 이 책의 제일 처음 차례는 '봄'이 아니라 '가을'이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가을은 다양한 예술행사가 가장 많이 열리는 계절인 만큼 적극적으로 예술 세계에 참여하기에 좋은 계절이란다. 사색하기 좋은 계절인 이 가을에 어울리는 곡으로 여러 가지를 추천하고 있는데, 첫번 째 곡이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재작년에 TV 드라마 제목이기도 한 곡이라 더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외에 쇼팽의 '녹턴', 엘가의 '첼로 협주곡' 등 친숙한 곡들이 몇 개 보여 반가웠다.



           곡 마다 곡의 역사, 작곡자의 생애, 당시의 문화 등을 쉽고 흥미있게 설명하고 있어서 클래식 책이지만 부담없이 잘 넘어간다. '각 곡마다 QR 코드가 있어서 실제 그 곡을 들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1년 4계절에 걸쳐 각 계절마다 어울리는 곡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구성이 무척 실용성 있고 클래식에 대한 접근성 또한 좋게 하는 등 클래식 초보자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어서 누가 읽어도 참 좋을 책이다 싶다. 깊어가는 이 가을에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하기에도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한동안 우리집 CD 플레이어 옆에 이 책을 둬야겠다. 그래서 계절에 어울리는 클래식 곡을 선곡하고 싶을 때 유용하게 활용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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