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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끈질긴 서퍼 - 40대 회사원 킵 고잉 다이어리
김현지 지음 / 여름귤 / 2020년 9월
평점 :
난 손이 작다. 그래서 크기가 큰 물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책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부터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크고 무거운 책들은 피하게 된다. 그래서 문고본처럼 가벼운 재질의 종이로 만들어진 외국도서들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인데, 모처럼 이런 가벼운 책을 만났다. 내 손에 쏘옥 들어오는 크기에 가볍고 심플한 책. 바로 <가장 끈질긴 서퍼>이다.
나와 같은 40대의 저자가 쓴 글이라 처음부터 후한 점수를 주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물론 싱글이라는 점에서는 아줌마인 나와 다르지만 그녀가 지향하고 좋아하는 것들, 유의미하게 생각하는 것들 중 나와 통하는 부분들이 많아 책장이 쉽게쉽게 넘어갔다. 마치 저자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로 읽는 내내 익숙한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일상을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 한 때 블로그에 매일 매일 일기를 쓰며 하루의 흔적들을 사진과 함께 남기곤 했었다. 그러나 바쁜 워킹맘에게는 그조차 사치였기에 결국 오래 가지 못하고 그만 두고 말았다. 그런데 저자는 오랜 시간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있었던 일상의 기록들을 담담하고 깔끔하게 남겨두었다. 그리고 그 내용들로 이 책을 펴게 된 것이다. 무언가를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는 것만큼 지리하고 따분한 것도 없다. 연초에 다이어리나 노트를 사서 쓰기 시작하다가도 한 달을 못 채우고 잠재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역시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인 '김쥐돌'님은 존경 받아 마땅하다. 기특하고 또 기특하다 (내가 나이가 더 많기에 이런 표현도 맘껏 해본다. )
올초 직장에서 너무 힘든 일이 많아 결국 잠시 직장을 쉬고 있는 요즘이어서인지 저자의 일기들 중 유난히 와닿는 내용이 있었다.
* 더 할까 말까 할 때가 바로 안 할 때다 나이 앞자리에 4자 들어가는 순간부터 무조건 이 말을 책상머리에 써붙여놔야 한다고 외칩니다. 조금만 더 하면 좋을 것 같을 때가 바로 안 할 때다! 내일 할 일을 오늘 해치우면 네 건강도 해치워진다! 넌 일을 못할 때가 아니라 몸이 상할 때 갈아치워진다! '이것만 더 하면'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릴 때, '아하, 이때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날 때로구나'라고 인식하도록 하자. - p. 14 - |
'내일 할 일을 오늘 해치우면 네 건강도 해치워진다' 그야말로 명언이다. 한때 워커홀릭이었던 사람로서 진심으로 새겨들어야 할 말이라 생각하며 밑줄을 그어두었다.
나와 같은 북 호더이고, 혼자서 여행 다니기 좋아하고, 여러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불편한 감정 안고 사는 걸 몹시도 힘들어하는 등 나와 공통점이 너무도 많은 쥐돌님의 글을 보니 출간한 다른 책은 더 없는지 궁금했다. 책 여기 저기를 뒤적이는데 책 뒷편에 있는 책날개에서 두 권이 더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 제주 가서 살까요'라는 책이 조만간 나의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겨질 것 같다.
한동안 일기 쓰기를 잠정중단한 상태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다시 끄적이고 싶다. 저자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 매일 쓰면, 매일 소원을 이루는 삶을 살 수 있으니까." (p. 165)
매일매일 나의 오늘을 끄적이다 보면 나 역시 밀려오는 삶의 파도를 타넘는 '가장 끈질긴 서퍼'가 되리라 믿는다. 좋아! 오늘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