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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난임일기
김정옥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9월
평점 :
'분노의 난임일기'
제목만 봐도 난임부부의 애환과 고충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물론 내가 난임부부였던 것은 아니지만, 친구나 주위 지인들 중에 난임으로 인해 고생을 많이 한 경우를 봤기에 그들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힘들었는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4년간 난임의 시간을 보내며 남편과 함께 겪은 난임에 대한 에피소드 및 의학정보들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여 연재한 웹툰모음집이다. 저자는 친한 친구인 하니, 빛나와의 우정 뿐 아니라 그녀들의 결혼과정 및 출산, 육아, 난임에 얽힌 이야기 또한 무겁지 않게 만화로 담아내었다.
내용 중 저자로 나오는 '옥자'는 피임 없이 2년간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 벌써 30대 중반에 들어선 옥자는 조바심을 느끼며 휴대폰에 가임기 앱을 깔아두고 가임기를 체크해가며 임신을 시도하나 좀처럼 성공하지 못한다. 꼬박꼬박 엽산을 챙겨먹고, 컨디션이 나쁘지 않도록 몸관리를 하며 남편과 함께 적극적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지만 임신은 쉽게 되지 않는다. 결국 난임병원을 찾은 부부는 각자 남자로서, 여자로서의 검사를 하게 되고 별다른 이상도 없고 전혀 문제가 없음을 알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자 결국 부부는 인공수정을 시도하나 그 역시 성공하지 못한다. 역시 난임이었던 친구 하니는 다행히 인공수정에 성공해서 쌍둥이를 낳게 되지만, 옥자 부부는 두 번의 인공 수정, 두 번의 체외 수정을 끝으로 잠시 멈추기로 한다.
쉽게 내린 결정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남편과 나는 우리 스스로를 위해 남들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길을 틀었다.
보상 심리나 집착이 아닌, 아이를 원하는 수수한 마음으로 자연 임신 시도에 집중하면서 임신이 될 때 그 순간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싶다. 훗날 육아의 힘든 시간이 찾아와도 후회 없이 임하고 싶다. ... 이것이 오랜 고민 끝에 내린 우리의 결정이다. - p. 296~297 - |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익살스러운 말들로 인해 책의 내용은 시종일관 가벼운 분위기로 흘러가는 듯 하나,
만화 사이사이 옥자 부부의 진심이 담긴 글들을 읽다보면 난임부부들의 고통이 얼마나 클 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간다. 개인 사생활도 없이 오직 임신성공을 향해 달려가다가 실패하며 얻은 좌절감은 기본이고, 이후 병원에서의 각종 검사 및 처치 등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갔을 그 순간순간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왔기에 단지 재미있게 웃으며 볼 내용의 책은 아니다.
사실 결혼한 지인들을 볼 때마다,
"애기는 언제 가질거에요?"
라고 별 생각없이 물어볼 때가 많았다. 결혼 햇수가 좀 되었는데 아기가 없는 부부에게는 더욱 자주 물어보며 관심을 표하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무척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개인 사생활에 관해서 우리가 함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이제 막 결혼한 부부 뿐만 아니라 결혼한지 좀 되었지만 아직 아이가 없는 부부들에게도 절대로 2세 계획에 관해서는 물어서 안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들이 먼저 얘기하지 않는 한 물어보지 않는 게 그들을 배려한 것임을 이제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하던 말이 떠오른다.
제발 부탁한다. 남의 집 가족계획은 묻지 말기를. 생각 없이 내뱉는 사람들의 말에 난임 부부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 p. 321 - |
그래. 우리 모두 함구하자. 결혼한 부부들을 정말 생각한다면 그들이 얘기하기 전까지는 우리 모두 함구하자. 그게 현대사회의 미덕임을 절대 잊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