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인문학 - 야구와 동양고전의 만남
윤병호 지음 / 렛츠북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결혼 후 생겨난 취미생활을 꼽으라 한다면 야구경기 시청이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즐기는 편인데  tv 중계방송을 보기는 하나 일부러 챙겨가며 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결혼 이후 남편이 봄부터 가을까지 야구시즌 내내 저녁마다 야구 중계방송을 보는 옆에 같이 있다가 나도 모르게 점점 야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게다가 때마치 그 무렵 내가 좋아하던 팀의 성적이 좋을 때가 더 신나게 응원하며 보다보니 점점 야구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나중엔 새벽시간에 있는 메이저 리그 경기까지 챙겨가며 보게 될 정도로 매니아가 되어갔다.

         경기할 때 입은 유니폼 색깔을 보고 홈경기인지, 원정경기인지 구분하는 정도는 기본이고,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는 것만 봐도 대충 안타일지 희생플라이일지 홈런일지 어느 정도 감이 왔으니 아줌마 치고는 제법 야구 볼 줄(?) 안다고 큰소리 칠 만 하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야구와 인문학을 접목시킨 책이 있다고 하니 무척이나 참신하게 여겨졌다. 어떤 면에서 야구와 인문학의 공통요소를 찾아냈는지 알고 싶어 서둘러 책장을 넘겨보았다.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고 겨울동안 진행되는 '스토브 리그'를 비롯해서 '스프링 캠프', '라인업', 어이없는 실책을 범하는 '본헤드 플레이', '벤치클리어링' 등 다양한 야구용어가 사용되어지는 경우와 같은 맥락인 경우를 동양고전에서 찾아 소개하는 저자의 창의융합능력은 그야말로 참신하다 못해 탁월한 정도이다. 어쩜 스포츠와 인문학의 공통분모를 이렇게도 잘 찾아서 매치시켜놓았는지 하나 하나 볼 때마다 그야말로 '줄긋기'에 능한 저자의 능력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많은 내용들 중 '벤치클리어링'과 '공동체 의식'을 접목시킨 부분이 가장 인상깊게 남는다.

          벤치 클리어링은 공평한 싸움, 공정한 싸움을 보장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야구 경기가 진행 중인 그라운드에서는 항상 공격 쪽 선수보다 수비쪽 선수가 더 많습니다.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몸싸움이 벌어질 때  함께 달려가지 않는 선수는 이기적인 선수로 찍히게 됩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에 그런 이기적인 선수들에게 벌금을 물리기까지 합니다. 벤치 클리어링이 '동료를 보호하고, 팀의 단합을 공고히 하는' 행위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조직에서 한방이 있는 홈런타자이거나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특급 소방수여도 자신의 커리어만 신경 쓰고, 조직을 생각하지 않은 채 조직의 구성원으로 함께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스스로가 고립되어, 정작 내가 빈볼을 맞는 상황에서는 구성원들이 나를 위해 벤치 클리어링을 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은 '내 일'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의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입니다.

                                  - p. 126~127 -



            요즘 서점에 가보면 그야말로 '인문학의 르네상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인문학 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고전에서 발췌한 내용들이라 그야말로 우리의 정신세계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귀한 책들이긴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같은 리듬으로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집중해서 읽다가도 중간에서 늘어지고 지치고 결국 다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나의 경우에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야구와 접목시켜서인지 하나하나 쏙쏙 들어와서 무척 재미있게 읽은 인문학 도서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다. 책이라면 펴보기조차 거부하는 남편에게 당장 건네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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