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서의 기적 - 평범한 사람도 특별하게 만드는
정미숙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책을 참 좋아한다. 아니 엄밀히 말해 책이 아니라 책 읽는 활동을 좋아한다.
어릴 때 집에서 외삼촌이 보던 서유기 만화전집이 한 질 가득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6~7살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외삼촌이 재밌게 보는 게 부러워서 글도 잘 모르던 내가 나도 읽겠다고 한 권씩 꺼내보다가 한글을 쉽게 깨우치게 되었다. 그 만화에서 시작된 글자에 대한 갈망이었는지 그 후로도 난 책만 있으면 무조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집에 놀러 가서도 책만 보다가 친구의 원망을 사기도 하고, 친구집에 있던 새 전집 책들을 몇 권씩 빌려오다가 결국 그 전집을 다 읽어내어 친구 어머니의 눈총을 사기도 했던 기억(정작 그 친구는 손도 대지도 않은 새책이었으니 그 어머니 마음이 이해가 된다).
이렇듯 난 어릴 때부터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아이였고 4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아줌마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쉽게 손이 갔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독서'에 관한 책이고, 무엇보다 40대 초반에 우울증과 갱년기 증상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삶의 의욕을 잃던 한 '아줌마'가 독서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이야기라니 더욱 마음이 갔다.
2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었을 뿐인데 오전 11시부터 밤 12시까지 15년 간 매일 반복되는 치킨집 장사에서 드디어 '해방'되어, 저자가 원하는 갤러리 같은 분위기의 아늑한 식당을 열어 딸과 함께 칼국수를 맛있게 끓여내며 짬짬이 독서까지 하게 된 저자. 놀라울 정도로 변화된 그녀의 삶의 모습은 책제목처럼 그야말로 '기적'이다. 그녀의 표현대로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타임루프에 갇혀 있었는데, 독서를 통해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삶을 개척할 수 있었으니 어찌 기적이 아니겠는가.
일과 삶, 모두에서 나를 찾기 위해 독서를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좋은 것은 책을 읽는 것밖에 없었다. 책을 읽기 전의 나는 내 생각대로 삶을 살지 못했다. 나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행복에 맞추며 살았다. 나는 항상 좋은 딸,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기를 원했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기를 바라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휘둘리는 삶을 살았다. 이런 삶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가고 있었다. (중간 생략 )
책을 읽기 전의 나에게 세상은 참 무섭고 두려운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세상은 하고 싶은 것이 생기고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내가 부정적인 마음이 강했을 때는 세상이 부정적으로 보이고, 내가 긍정적이면 이 세상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지금은 책이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은면 성장이 멈추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독서는 유일하게 내 영혼에 쉼을 주는 시간이다. - p. 17~19 - |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저자의 이야기들을 보며 같이 울고 웃으며 한 권을 다 읽었다. 어린 시절의 슬펐던 기억들, 다른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잘 받는 성격, 남편과 잘 소통하지 못한 점 등을 보며 저자의 그 마음이 어땠을지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나도 다행히 인생에서 가장 힘들던 순간 신앙의 힘과 함께 독서로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는데 저자 역시 그 고난 가운데서 책을 통해 힘을 낼 수 있었다니 그야말로 독서의 무한한 능력을 또 한 번 검증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가장 힘든 시기에 책을 만나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한 저자는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 꿈을 찾아 도전해보라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저자가 주는 용기를 단단히 부여잡고 제대로 고민 한 번 해봐야겠다. 그래서 나는 과연 뭘 제일 하고 싶어하는지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 그동안 나몰라라 팽개쳐 두기 일쑤였던 내 자신을 이제야 제대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