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 소중한 이와 나누고픈 따뜻한 이야기
이창수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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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색 표지가 싱그럽다. 표지를 건드리기만 해도 초록색 풀물이 배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참 좋다.

       제목만 봤을 때는 여성작가분의 글이지 않을까 짐작을 했는데 웬걸! 1986년부터 교직에 몸담고 있으며 현재 중학교 교감선생님으로 근무중이신 중년의 남자분이다. 뜻밖이었다. 분명 표지도 제목도 '소중한 이와 나누고픈 따뜻한 이야기'라는 부제 어디에서도 '아저씨'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오죽했으면 책 날개에 씌어있는 저자의 소개글을 몇 번이나 일고 또 읽어는지 모른다.  



       책표지를 넘기고 서문으로 들어가기 전 한 문장이 나를 반긴다.

      " 이 책이 당신에게 따뜻한 선물이 되면 좋겠습니다."

      어찌보면 상투적인 저자의 한 마디일 수 있겠으나, 그래도 진심이 전해져옴을 느낀다. 제목과 부제에서 이미 난 저자를 향한 신뢰가 점점 쌓여갔는지도 모른다. 아직 서문도 목차도 읽기 전이고, 저자와의 래포가 형성되기도 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뭔가에 홀린 듯 혹여나 두 장이 한꺼번에 넘어가지는 않을까 조심 조심 한 장씩 넘기며 진지하게 서문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나의 예감은 적중했다. 서문을 읽는데 벌써 느낌이 온다. 제목과 부제가 상투적인 문구가 아니라는 확신 또한 들면서 말이다.

        이 책을 집어든 당신의 사연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상처는 누가 위로해 주나요?

  

         당신 생의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당신은 위로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이 책이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서문 中 -

         지금 내게 딱 맞는 책이라 더욱 그랬는지 모른다. 내가 지금 상처로 가득하기에 말이다.

         3, 4, 5월 석 달 동안 직장에서 너무 힘든 일이 있었다. 팀원들이 함께 해야하는 프로젝트를 내가 거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기본이었고 거기에 계속적으로 일거리들이 하나 둘 더 얹어질 때마다 나는 몸과 맘이 상해가고 있었다. 부당하다고, 이건 내 일이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마디 말조차 못했고, 꾸역꾸역 그렇게 일을 하고, 집에 와서는 집안일을 해야 했으며, 몇 달 전에 계획된 이사까지 하며 견뎌내다가 결국 나는 방전되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평소 있던 지병이 재발하는 바람에 결국 나는 직장도 쉬어야 했고 무조건 요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읽기도 전부터 나는 위로를 받고 있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 표지에서 한 번 힐링이 되었고,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라는 제목에서 또 한 번 힐링이 되었으며 '소중한 이와 나누고픈 따뜻한 이야기'라는 부제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방울이 또르륵 떨어졌다. 그야말로 내 상태가 바닥이긴 했나보다. 그러고 서문을 읽었는데, '당신은 위로받을 자격이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그만 울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그 정도로 나는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었던 것이다. 책을 읽기도 전에 눈물 한 바가지 흘리고는 한 장 한 장 본문을 읽어 나갔다.



          중학교 교감선생님이셔서 사실 문체가 다소 지루하진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문장의 호흡은 짧고 간결하여 책장이 쉽게 넘어가며 책의 폭 또한 좁은 문고본 스타일의 책이라 가독성이 좋다. 그리고 각 꼭지들마다의 주제 또한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가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흥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이라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좀처럼 멈추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재들의 이야기 묶음이다. 그러면서 한 주제가 끝나가는 부분에는 어록이라고 해도 될 만큼 기억하고 싶은 글귀들로 가득하다. 읽으면서 그런 부분들에는 형광펜으로 칠해가며 읽었는데, 나중에는 책의 여기저기에 칠한 부분들로 가득할 정도로 좋은 글귀들이 많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누군가에게 집중하고 공감해 주는 것은 말하는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된다.

위로란 잘 익은 언어를 적정한 온도로 전달할 때만 효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차분히 귀 기울여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 본문 53쪽 中 -



 다른 사람의 실수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를 건널 때 조심, 또 조심하듯

  신중하게 이 말을 한 번 더 떠올려보자.

   "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 본문 95쪽 中 -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새로운 걸 손에 넣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살아간다.

또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기도 한다.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삶이 헛된 것은 아니겠지만,

내일만을 기대하며 오늘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은 아닌지 곰곰 생각해본다.

기대하던 내일도 그 순간이 되면 오늘이 되고,

이런 오늘이 쌓여 삶이 만들어지는거니까.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오늘은 어제 죽어가던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라고!

인생은 오늘을 사는 거다!

- 본문 127쪽 中 -



우리는 세월이라는 조각배를 타고 삶의 바다를 건너고 있다.

잔잔할 때도 있고, 거센 파도가 밀려올 때도 있지만,

어쨌든 깊고 푸른 바다를 항해한다.

  - 본문 145쪽 中 -



세월이라는 철로를 질주하는 인생 열차는 정해진 정거장이 없다.

열차에 탑승한 자신이 세우는 곳이 정거장이 된다.

자신이 기관사이다.

가끔씩 원하는 곳에 열차를 세워 휴식도 취하고 주위를 감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차의 속력에 묻혀 정신없이 폭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 생각해본다.

    - 본문 148쪽 中 -



어느 책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구를 보았다.

칭찬의 기술 중 가장 중요한 기술은 '가끔씩 자기 자신을 칭찬하는 것'이라고.

이렇듯 자신이 만들어가는 길을 걸으면서 힘이 들 때는 자신을 격려하고 위로해주자.

' 그래 이 정도면 애썼어. 잘 버텼어!'

'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잘 참으며 왔잖아! '

' 가다가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되잖아! '

이렇게 따뜻하게.

      - 본문 227쪽 中 -





          본문 내용들 중 세월을 철로에 비유한 대목에서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정해진 정거장 없이 달리는 나의 인생열차의 기관사는 나.

   나는 과연 안전속도를 지키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너무 빨리 달리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과 함께 점점 가속된다면 나도 언젠가는 폭주하는 열차의 기관사가 되겠다 싶은 생각에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다. 달리다가 잠시 세우고 싶은 곳이 나오면 정차해서 꽃구경도 하고 바람도 쐬며 주위를 감상해가며 달리는 기관사이고 싶다. 여태껏 너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지금은 멈춰보린 나의 열차. 지금은 재정비가 필요한 시간이다. 여기저기 수리해야 할 곳들도 정비하고, 연료도 가득 채우고, 무엇보다 안전속도를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잠시 여기저기 손보는 이 시간에 이 책을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젠 제 속도로 잘 달려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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