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직접 겪어봤어? - 얼굴은 화끈화끈, 가슴은 두근두근, 감정은 들쑥날쑥
이현숙 지음 / 비타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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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로 기억난다. 시장에 다녀오시던 엄마가 무심히 책 한 권을 툭 던져주고 가셨다. 원래 무뚝뚝하신 엄마라 그러려니 했는데, 책을 받아들고서는 왜 엄마가 별다른 말씀 없이 주셨는지 알 것 같았다. 바로 성교육 도서였기 때문이다. 사실 80년대 당시 어느 집 부모님이 자녀와 눈을 맞추며 성교육을 해주셨겠는가.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나 역시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할 때는 뭔가 모르게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못한데 말이다.

       그렇게 만난 성교육 책으로 제 2차 성징에 관해 알게 되었고, 이제 곧 나도 '생리'를 하겠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서던 기억이 난다. 물론 엄마가 생리대를 보여주시며 혹시 이러이런 증상이 있으면 엄마한테 바로 얘기하라고 말씀은 해주셨지만, 그래도 당시 내가 받아들이기엔 '생리'란 왠지 무섭고 두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그 책을 읽었기에 나중에 생리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그나마 덜 놀랄 수 있었고, 차분히 잘 대처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사춘기에 점점 진입하던 내가 결혼해서 두 아이를 낳고, 이제는 중년의 시기로 들어가며 다가올 '갱년기'를 준비하려고 한다. 물론 친정엄마, 시어머니 두 분이 갱년기를 겪으시는 걸 보긴 했지만, 그렇게 힘들어 하시는 것 같지는 않기에 당시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갱년기는 연세 드신 분들의 이야기라고만 여기던 때였기에 당연히 나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여겼던게 어찌보면 30대 초반의 나에겐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던 내가 이제 '갱년기 직접 겪어 봤어?'라는 책을 통해 조금은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어보았다.




        갱년기 치료 전문 한의원의 원장님인 저자는 첫 환자였던 어머니의 호전과정을 보며 갱년기의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후 다양한 갱년기 여성을 만나왔고, 40대 초반의 무렵에 본인에게 찾아온 갱년기를 겪으면서 환자들을 더 이해하게 되고 갱년기가 얼마나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인지 잘 알게 되었기에 갱년기 치료에 몰입하였다고 한다.

    49세 전후에나 나타나야 할 증상들이 몸의 허실 정도에 따라 40대 초중반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내 몸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갱년기를 폐경기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생애 주기적 관점에서 준비하고 관리해야하는 일로 좀 더 넓게 바라보게 되었다.

                                                                          - 프롤로그 中 -

         40대 초반에 갱년기가 찾아왔다는 저자의 경험담을 보며 뜨끔했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20, 30대를 너무 질주하며 에너지를 쏟은 사람은 갱년기를 일찍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중간 점검단계가 바로 갱년기이기 때문에 몸이 한 번 쉬어주어야 하는 사람은 그렇게 빨리도 올 수 있다는 것인데, 문득 현재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 역시 워킹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직장과 가정을 오가며 그야말로 고군분투하며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특히 이번 3, 4, 5월 석 달간은 그야말로 '미친듯이' 일에 빠져 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몸을 혹사시켰더니 지금 몸에 이상이 생겨 직장에도 병가를 낸 채 쉬고 있는데, 덜컥 겁이 났다. 물론 저자는 갱년기는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고,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는 하나 본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갱년기의 정도차이가 생겨날 수 있다고 하니 지금껏 혹사시킨 내 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부터라도 내 몸을 잘 챙겨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건강지킴방법들을 밑줄 그어가며 읽었다.



          우리나라 갱년기 여성의 25%가 극심한 증상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10%만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TV를 보다 보면  "우리 딸이 저보고 짜증이 줄었대요!", "이젠 밤에 푹 잘 수 있어요!" 등 갱년기 여성을 위한 치료제 광고도 자주 보이곤 하는데, 대다수의 갱년기 여성들이 '이러다 지나가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냥 참고 견딘다는 얘기에 속이 상했다. 분명 가족들 먼저 챙기다보니, 혹은 가족들이 갱년기를 잘 이해해주지 못해 지지와 격려를 받지 못해 혼자서 끙끙 앓으면서 힘겹게 그 시기를 지내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저자는 갱년기 치료에 대해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증상은 최대 10년까지도 지속된다. 덮어두고 넘어가기엔 너무나 긴 시간을 육체적 .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한 가지 더 간과하면 안 될 것은, 그렇게 흘려보낸 갱년기가 이후의 삶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남은 50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 본문 31쪽 中 -

         




           저자는 여성호르몬 치료를 권하는 것이 아니었다. 호르몬 치료는 혹시나 자궁이나 유방 쪽으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또 한 번 호르몬 요법을 시작하게 되면 중단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고 한다. 마치 변비환자가 변비약을 먹고 쾌변의 기쁨을 본 후 쉽사리 변비약을 끊지 못하듯 말이다. 그러하기에 저자는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몸속의 진액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갱년기 치료의 첫 번째 원칙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갱년기는 진액이 부족해 면역력과 저항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시기이므로 과로가 이어지면 사회생활을 지속하기 힘들 정도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직장을 다니는 환자에게 웬만하면 일을 그만두지 말라고, 그게 더 갱년기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 중간 생략 )

          갱년기 치료는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는 단순히 증상 관리가 아닌 만성 질환과 노화를 예방하는 출발점이 된다.

                                                                                - 본문 83 ~ 84쪽 中 -

      

  

           두번 째로, '나에게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1) 매 끼니 단백질 식품을 챙겨 먹는다 

                      -  생선류와 육류는 2:1의 비율

                      - 한 끼에 몰아 먹지 않고 매 끼니 소량을 나눠 먹기

                  2) 소화력이 약한 경우 채소는 데치거나 쪄서 먹는다.

                       - 양파, 토마토, 부추, 케일, 파프리카, 버섯, 시금치, 가지, 레드 비트를 즐겨먹기

                       - 생 채소를 먹을 경우는 오래 씹기

                  3) 간식은 되도록 적게, 건강한 것으로 섭취한다.

                       - 플레인 요구르트, 영약죽

                       - 과일은 사과 기준 1/4개 정도로 소량씩만 먹기

                       - 자두, 블루베리, 딸기, 아보카도 추천

                  4) 밀가루 음식과 떡 종류는 되도록 삼간다.

                  5) 견과류는 한 스푼을 넘지 않아야 한다.

                        - 갱년기에는 검은깨, 잣, 호두가 좋음

                  6)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신다.

                         - 물은 반드시 차갑지 않게 마시기

                         - 쑥차, 둥굴레차, 구기자차 추천

          


          책을 다 읽고나니 머리에 세 가지가 남는다.

             1) 규칙적인 생활하기

             2) 내 몸에 맞는 음식 먹기

             3) 충분한 수면 취하기

          마치 지금의 나에게 하는 조언 같기도 했다. 과로와 피로에 지쳐 직장일도 놓고 쉬고있는 나에게, 갱년기를 맞이해야 할 중년의 여성인 나에게 그야말로 필요한 방책들이다. 저자의 말대로 평소 건강을 잘 유지해야 갱년기 또한 편안하게 잘 넘길 수 있는 거니, 어찌보면 지금 몸이 좀 탈이 났지만  쉬면서 몸을 다독일 수 있게 됨에 감사가 된다.



            난 책을 읽다가 귀퉁이를 잘 접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읽다가 귀퉁이를 과감하게 접어서 표시해 둔 부분이 있다. 나중에 정말 이 책을 다시 읽어야 할 때, 이 부분부터 읽고 싶은 마음에 꼭꼭 접어두었다.

               

              " 지난 세월 그것이 가족이든, 일이든 나 외의 것에 시선을 두고 살았다면

                남은 절반은 온전히 나를 돌보며 살 수 있도록 인생의 목표를 재정비하자.

                갱년기는 그러기 위해 주어지는 시간이다."


            이제 갱년기가 좀 덜 두렵다. 마치 어린 시절 성교육 책을 읽고 다가 올 사춘기에 대한 겁이 조금 누그러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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