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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 운명, 당신은 내 웬수
박정수 지음 / 창해 / 2020년 2월
평점 :
새책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되면 항상 표지를 먼저 뚫어져라 본다. 제목, 부제, 표지그림, 출판사, 추천사 등 책 표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그 이상의 의미를 충분히 한 번 생각해보고 책 날개에 소개된 저자를 살펴본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솔직히 말하자면 작가의 나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알아보는 습관이 있다) 어떤 일에 종사하는지, 또 다른 저서에는 어떤 책들이 있는지를 살펴본 후 목차를 짚어보고 프롤로그로 넘어간다. 사실 프롤로그만 읽어도 이 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기에 나는 책 읽기 전에 꼭 프롤로그를 꼭 읽어본다. 이 책 역시 이런 순서로 접선(?)을 시도하는데 목차를 보다가 흠칫 놀란 부분들이 있었다. 이 책 곳곳에서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다시피 저자는 상당히 강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을 처단하자', '부모님이 돈을 달라고 할 때는 절대 드리지 마라', '대학을 졸업하면 무조건 집에서 내쫓자', '당신의 자녀를 정부의 노예로 만들고 싶은가?' 등등 다소 높은 수위(?)의 목차들을 보며 강인한 성격의 저자일 것임이 조심스레 짐작이 되었는데 본문을 읽다보니 역시나 저자는 선이 굵고 파워풀한 성격의 소유자인 듯 했다. 여지껏 내가 만나본 저자들과는 다소 결이 다른 저자였다.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겼고 각각의 소주제들을 어떻게 매듭지을지 예상해가며 읽는 게 이 책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쓸 때부터 모든 독자들이 자신의 생각에 공감하지 않을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 이 책을 읽는 독자분 중에는 이 책을 욕하는 분도 계실 것이고, 좋아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실제로 나는 이번 책 원고를 준비하면서 모든 독자분에게 이해를 바라며 대중적으로 글을 쓰지는 않았다. 이 책을 읽고 참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아마 남녀평등을 요구하는 여성들에게는 이 책의 많은 내용이 욕을 먹게 될 거라 예상한다. 박정수라는 남자는 이성관계, 부부관계, 자녀 교육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구나 하고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 프롤로그 - |
내가 본문을 통해 캐치한 저자의 나이대는 40대 후반. 나이대에 비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생각이 묻어나는 부분들이 많긴 하다. 그러나 결혼을 앞둔 미혼의 후배들에게, 결혼을 한 후배나 동기나 선배들에게, 그리고 자녀교육으로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저자는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자신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삶의 지혜들을 전하고자 애씀이 느껴진다. 심지어 여러 차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본인의 상처까지 다 공개하면서까지 말이다. 물론 저자의 생각들에 100% 공감하는 바는 아니다. 어떤 내용들에는 수긍이 가나 또 어떤 내용들에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릴 정도로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았다. 그건 저자의 생각이 나와 '다르다'는 것이지, 저자의 생각이 '틀리다'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나는 다름을 인정하며 저자의 생각들을 쭈욱 읽어나가던 중 진심으로 공감되고 깨달음을 얻게되는 내용을 발견했다.
" 난 부부 사이가 잘되는 조건 중 하나는 바로 많이 웃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옆에서 와이프가 많이 웃어 주고, 와이프가 웃긴 말을 하면 남편이 더 크게 웃어주고, 손님들이 와도 웃어주고, 친척들과의 모임에서도 아주 활기차게 웃어주고..... 모든 만남의 자리에서 이렇게 웃어주면 와이프나 남편 모두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그냥 미친 듯이 웃어주자. 내 남편의 기분이 하늘을 날아가도록. 그냥 미친듯이 웃어주자. 내 와이프가 하루 종일 기쁘도록." - 본문 70쪽 - |
많은 생각이 들며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연애시절에는 그렇게 남편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고, 마냥 웃어주었는데 이제 내 나이 '4학년'이 되고 나서는 남편과의 대화에서 그렇게 크게 웃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늘 '팩트 전달'로 가득한 대화의 연속이었지 즐겁게 웃으며 대화해본 게 몇 번인가 싶을 정도이니 말이다. 처음부터 크게 노력하려면 쉽게 지칠 터이니 앞으로 하루에 한 번씩 잘 우어주어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저자가 말했듯이 '그냥 미친듯이' 웃어줘볼까 싶다. 가짜 웃음에 나의 뇌도 행복을 느낀다고 하는데, 웃다보면 나도 남편도 행복지수가 상승되리라 믿으며 저자의 조언 하나를 실천해봐야겠다. 그러다 보면 우리집에 사는 '웬수님'이 멋진 나의 '운명'으로 보이는 날이 오리라 믿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