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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합격생 엄마표 공부법
김혜영.장광원 지음 / 이화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점심 때 큰애와 또 한바탕 했다. 3월이면 고1이 되는지라 겨울방학 때부터 계속 고등학교 과정을 조금 선행하게 했는데 평소 영어, 수학만 학원을 다니던 아이가 국어, 과학까지 더 다녀야하다보니 심기가 불편한 거다. 지난주에 졸업을 한터라 마음은 더 붕붕 떠있고,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늘어난 학원 스케줄로 놀지도 못한다며 툴툴거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나랑 한 판 붙은(?) 것이다. 이런 날이면 엄마노릇하기 참 힘들어서 힘이 쭉 빠진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엄마노릇하기가 갈수록 어려운 게 이제 '엄마'가 해야할 일 중에 '의식주 제공'은 그야말로 가장 낮은 단계의 의무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입시컨설턴트'이지 않나 싶다. 참 씁쓸하지만 이게 현실이라는 사실에 정보력 낮은 워킹맘으로서 마음이 참 무겁다.
이 책을 읽으니 은근히 마음 한 켠이 더 무거워져 오는 건 사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8명의 엄마들은 소위 말하는 '입시성공의 신화'를 일군 일등공신으로서 어떻게 해서 자녀를 서울대에 보내게 됐는지 그들만의 노하우와 교육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감탄이 터져나온다. 심지어 어느 엄마는 자녀 두 명을 서울대에 보내기도 했다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엄마들은 한 마디로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자녀입시지도의 대가들'이지 않나 싶다. 그러하기에 저자(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2명이다)는 서울대에 자녀를 입학시킨 어머니들과 인터뷰를 꼭 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공부했고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를 알고 싶었지만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기회가 된다면 입시에 성공한 아이들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의 어머님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웠는지, 아이의 인성, 공부법, 시간 관리, 스펙 쌓기, 학원 선택, 입시 전략 등 엄마들의 입시와 교육에 관한 그야말로 풀스토리를 알고 싶었습니다. 이런 바람을 안고 자녀를 서울대에 보낸 전국의 어머니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한 결과물이 이 책입니다. - 본문 5쪽 - |
책 속의 엄마들도 대단하지만 저자 또한 대단하다. 전국의 엄마들을 만나서 직접 인터뷰를 했다니 그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느껴진다.
앞서 언급했듯 이 책에 등장하는 엄마들은 서울대에 자녀를 보낸 분들이다. 어린 시절 한글교육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학습지 소개부터 시작해서 초, 중, 고등학교 시절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느 학원에 보냈는지, 어떤 교육프로그램에 참여를 시켰는지를 가감없이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 특정 회사 브랜드, 출판사 이름, 프로그램 주최측 등 실명을 공개할 정도로 그들이 소개하는 내용들은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8명의 엄마들이 소개하는 8종류의 교육방법을 다 읽다보니 겹치는 부분도 있고 서로 다른 부분도 있는데 여러 가지의 내용들 중 개인적으로 와닿는 세 가지 입시전략이 있었으니 다음과 같다.
첫째, '독서'이다. 대다수의 엄마들이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 한글을 조금 일찍 깨우치게 한 후, 글자와 친숙해지게 해서 독서의 바다에 빠트려서 충분히 그 속에서 헤엄치게 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입시전략의 시발점이었다.
책을 많이 읽는 것과 읽지 않는 것에서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이해도나 사고의 깊이가 달랐어요. 책을 많이 읽으면 문장 이해력이 높아지고 그만큼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유리합니다. 모든 지식과 정보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 본문 53쪽 - |
둘째, '영어공부'이다. 영어는 과목으로서 점수를 받기위해 공부하는 과목이 아니라 또 다른 지식를 받아들이는 통로로서 익히는 도구와도 같다는 것이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영어 점수를 잘 받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요즘 엄마들 중에는 영어가 절대 평가라서 신경을 덜 써도 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건 옳은 생각이 아닙니다. 영어는 실질적인 세계 공용어입니다. 세상에서 만들어진 모든 정보돠 지식은 1차적으로 영어로 통용됩니다. 영어를 잘하면 그만큼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통로가 넓어지는 거예요. 영어를 하나의 '과목'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 본문 60쪽 - |
독서가 한글을 통해 지식을 받아들이는 방법인 것처럼, 영어공부는 다른 나라의 언어로 된 지식을 받아들이는 또 하나의 방법인 것이므로 영어공부 역시 독서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어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신선한 논리였다.
셋째, '아이에게 집착하지 않기'이다. 내가 제일 잘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도 이 문제로 인해 아이와 한바탕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큰아이이다보니 더 관심이 가고 집중하게 되어 본의 아니게 아이에게 내 뜻을 강조할 때가 많다. 공부 방법을 비롯해서 학원 선택, 심지어 고등학교 선택에 있어서도 내 입김이 많이 작용함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엄마들은 아이가 어릴 때는 좋은 교육을 시키고 관리를 잘해서 좋은 대학교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많은 계획을 세우지만, 아이가 엄마 뜻대로 따라와 주는 것은 아닙니다. 두 아이의 사춘기를 겪으면서 아이들에게 집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는 내 소유물이 아니므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서 아이가 원한다면 지원해 주고 원하지 않는다면 엄마가 원하더라도 압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 중간 생략) 조바심 내지 않고 아이들을 좀 더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 본문 215~216쪽 - |
부모로서의 경험치가 올라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얻는 결론은 '칼자루는 아이에게 있다'는 것이다. 부모는 그 칼이 잘 들도록 옆에서 칼을 갈아줄 수는 있으나 그 칼자루를 잡고 사용하는 사람은 아이라는 사실을 번번히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역시 사람인지라 결정적인 순간마다 자꾸 아이를 '을'의 위치에 두고 내가 '갑'이 되려고 하니 이럴 때마다 부모교육 보충수업을 받고 싶을 정도로 참 부끄럽다.
이제 3월이면 당장 나는 고딩맘이 된다. 이 책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자면 '아이와 함께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을 해야 한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아이의 미래와 진로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니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조급한 마음도 밀려오지만, 이 책 속의 여러 선배맘들이 해주시는 말처럼 아이를 믿고 기다리며 뒤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도록 하루에도 여러 번 마음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겠지만 그래도 아이가 지치지 않고 3년간 잘 달릴 수 있도록 내가 옆에서 든든한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주고자 한다. 우리 아이의 성공적인 완주를 기약하고 기대하며 말이다.
" 우리 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