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좀 빌립시다! -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기괴하며 파란만장한 시체 이야기
칼린 베차 지음, 박은영 옮김 / 윌컴퍼니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뇌'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듯한 분위기다. 서점에만 가보아도 [뇌.신경 구조 교과서], [우울할 땐 뇌 과학, 실천할 땐 워크북], [똑똑해지는 뇌과학 독서법] 등 뇌와 관련해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 읽었던 [똑똑해지는 뇌과학 독서법]에서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최근 뇌과학, 신경생리학, 인지심리학, 뇌 교육을 연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신비스럽고 규명하기 어려웠던 뇌의 구조와 기능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뇌는 유연하고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 비록 육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가 변하고 장기들은 제 기능을 못 하게 되지만, 뇌 신경세포 간의 연결은 계속 생성되어 재구조화가 진행된다는 연구결과들은 흥미롭고 희망을 주는 이야기이다.

                     -  [똑똑해지는 뇌과학 독서법] 에서 인용 -

       1.4kg 정도의 무게로서 우리 몸무게의 약 2%를 차지하는 뇌! 단단한 머리뼈와 뇌척수액으로 보호되는 우리의 뇌는 우주의 모든 구조물 중에서 가장 복잡한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얘기한단다.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일하다보니 우리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20%를 사용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뇌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가 많은 영역이기도 하다. 최첨단 의학과 과학 속에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도 뇌는 아직 미개척 영역이 많으니, 수백 년 전의 시대에서는 뇌에 대해 얼마나 더 궁금하고 알고 싶었을까?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뇌 좀 빌립시다!'는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신체에 얽힌(좀 더 엄밀히 말하면 '시체들에 얽힌') 에피소드들 중 아인슈타인에 관한 이야기의 제목이다. 1955년 복부 대동맥류 파열로 사망한 아인슈타인은 생전 그의 바람대로 화장되었다. 그런데 화장하기 전 그의 시신들은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나눠가지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시신은 이미 추수감사절의 칠면조처럼 꽤 많이 잘려 나간 뒤였던 것이다. 다름 아니라 의사들이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부위를 차지했던 것인데, 따끈따끈한 갈색 안구는 적출하여 그의 안과 의사였던 헨리 애덤스에게로 보내졌다.

                                   ( 중간 생략)

    그리고 정말 중요한 부분, 아인슈타인의 뇌는 병리학자인 토머스 하비 박사(Dr. Thomas Harvey)에게로 돌아갔다. 동료들 사이에서 '못 말리는 괴짜 녀석'으로 불렸던 하비는 부검 보고서를 완성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중간 생략)

    결국 하비는 뇌를 조각조각 자르기 시작했다. 칠면조 다리만한 크기부터 각설탕만한 크기까지 다양하게 조각내어 뚜껑을 돌려 닫을 수 있는 유리병에 담았다. 그러고는 병을 집으로 가져가 맥주 전용 아이스박스 뒤쪽에 숨겨 두었다.

                      - 본문 194~195쪽 인용 - 

        이 이야기를 보면서 도저히 상상도 알될 뿐더러 이해가 가질 않았다. 세기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천재의 두뇌에 대한 관심은 이해하나 어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시신을 함부로 훼손할 수 있는건지 내가 가진 상식으로는 좀처럼 납득이 가질 않았다. 마치 조선시대의 극형 중 하나인 '부관참시'를 보는 기분이었다. 무덤을 파고 관을 꺼내어 시체를 베거나 목을 잘라 거리에 내걸었다는 부관참시의 서양식 버전이라고나 할까?

         죽은 시신을 함부로 손을 대거나 훼손하는 것 자체를 화를 부르는 일로 여겨 조상의 묘를 이장할 때도 아주 예를 다하고 최대한 조심조심 다루는 게 우리문화인데 반해 서양의 문화는 그렇지 않은 듯했다.

       1832년까지 영국에서는 시체를 훔치는 것이 범법 행위가 아니었다. 실제로 할머니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가는 일은 중죄였지만, 할머니의 손가락을 훔치는 일은 범죄가 아니었다.

                         - 본문 37쪽 인용 -

         시체를 훼손하는 일이 범죄가 아니었다니 살면서 죽은 이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겠다 싶다. 특히 18세기와 19세기, 유럽과 미국에서는 시체를 훔쳐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이유인 즉, 의과대학에서 필요한 해부용 시체 공급(?)이 제대로 되질 않으니 시체를 매매하는 일이 암암리에 벌여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시체도굴꾼'이라는 직업도 생겨나고 이 직업은 꽤나 많은 수익을 보장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1850년까지만 해도 시체도굴이 너무 성행하여, 뉴욕의 무덤에서 사라지는 시체의 수만 해도 해마다 600~700구에 이르렀을 정도라고 한다.  

         

         베토벤의 에피소드도 인상적이었다. 베토벤이 살던 시대에는 온간 생활물건들 속에 납이 들어있었단다. 그리고 청각장애 치료용으로 납이 함유된 알약을 사용한 것등으로 인해 그는 결국 납중독으로 사망하게 된다. 베토벤의 임종에 수많은 팬들이 몰려왔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베토벤의 머리카락 한 움큼을 원했으며 결국 많은 사람들이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잘라갔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유명인에게 사인을 받는 것보다 머리카락 한 줌을 더 원했다고 하니 이또한 참 특이하다 싶다. 그러나 그렇게 전해져 온 머리카락들 덕분에 유명인들의 사인 및 DNA, 건강상태와 성격에 관해서도 알 수 있게 되었다. 

         [검은 고양이]의 저자로 유명한 애드거 앨런 포는 비소 중독으로 고생했음을 밝혀냈고, 찰스 다윈은 2013년에 다윈의 턱수염에서 채취한 두 개의 모낭을 통해 다윈이 생전에 '크론병(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는 그가 유전성 심장장병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외에 녹내장, 편두통, 비만을 겪었다는 것 또한 밝혀냈다.



           이 밖에도 목뼈, 다리, 귀, 심장 등등 다양한 신체의 부분들이 주인(?)의 몸에서 분리되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고, 누구의 손에 들어가고 결국 지금은 어디에서 보관되고 있는지 등에 관해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소개되고 있다.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기괴하며 파란만장한 시체 이야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책을 읽는 내내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어디서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그야말로 기괴한 이야기들이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존 인물들 이야기,  위인들 이야기로 시종일관 독자의 관심을 꽉 붙들고 있는 이 책은 온 가족이 다같이 봐도 좋을 것 같다. 얼핏 보면 잔인하고, 혐오스러우며 자칫 역겨울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시대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각 에피소드들을 읽으면 좀 더 이해가 되리라 싶다.

          끝으로 이 책의 에피소드들을 채워준 수많은 '시신의 주인'들에게 애도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들이 있었기에 현대 의학 및 법의학, DNA 테스트, 뇌 과학, 장기 기증 및 복제에 관한 연구가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으리라! 다시 한 번 그들에게 애도와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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