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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독서평설 2020.1 ㅣ 독서평설 2020년 1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2019년도판 중학독서평설) (2019년도판 초등독서평설
우리집 책꽂이의 모습을 찍어봤다. 왼쪽 사진은 중학생인 큰딸의 책꽂이 모습, 오른쪽 사진은 초등학생인 작은 딸의 책꽂이 모습이다. 이렇게 가지런히 꾲혀있는 모습만 봐도 이 엄마는 배가 부르고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데, 우리집 공주님들은 본인의 필요가 아니라 엄마가 일방적으로 주문했다고 생각해서인지 사실 그렇게 즐겨보지를 못했다. 다행히도 동물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 둘째는 뒤늦게 동물 관련 소식이 매달 연재되고 있음을 알고서는 그 코너를 기점으로 해서 점점 읽는 범위를 넓혀나갔다. 그런데 아직도 사춘기 소녀인 큰딸은 마지막 호가 올때까지도 시큰둥했다. 사실 독서평설 정기구독을 신청한 주 목적은 곧 고등학생이 될 큰놈을 위해서인데 이 녀석은 콧방귀만 뀔 뿐 새책처럼 책꽂이에 고이 모셔두기만 하기에 참 많이 속상했다. 아쉬운대로 내가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큰놈이 더 밉기 시작했다. 책이 재미없고 구성이 허접했다면 덜 미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알찬 구성에 그 달의 이슈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기사들, 각 장르를를 불문한 문학과 비문학 읽을거리들, 무엇보다 중요한 최신 입시관련 정보 등이 빼곡히 실린 이 좋은 책을 강 건너 불 구경 하다니!!! 지금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아서 취사선택해야 할 사람이 누군데, 정작 본인은 책표지만 그냥 쓰윽 보고는 고이 꽂아두시니 내가 괜히 앞서갔나 싶어 무던히도 속상해 했던 2019년이다.
그런데 얼마 전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이제 큰 아이는 고등학교 교재를 주문해야 하는데 주문을 해도 작년처럼 올해도 그냥 책꽂이에 장식만 해두면 어쩌나 싶어서 고민하던 찰나 2020년 1월호 고교독서평설을 먼저 아이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작년과 다른 건 그냥 주면서 보라고 하지 않고, 일부러 아이에게 과제를 던져주며 읽게 했다.
" **아! 이 책 한 번 볼래? 엄마가 이 책을 출판사에서 선물로 받았는데 이 책이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떤 점이 좀 아쉬운지, 제일 좋았던 기사가 무엇인지, 더 넣었으면 좋겠다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등등등 좀 알려줘야 하거든? 너가 먼저 한 번 읽어보고 엄마한테 얘기 좀 해줄래?"
하고 큰아이에게 책을 건넸다. 혹시라도 중등 책들을 볼 때처럼 또 시큰둥하진 않을까 싶어 조심스레 건넸는데, 내가 상황설명을 하고 특별과제를 주듯 읽어보라고 했더니 이 녀석이 책상 앞에 앉아서 꼼꼼이 한 장, 한 장 분석하듯(?) 읽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뜻밖이었다. 그러면서 문득 반성이 되는게 '작년에는 아이랑 아무런 상의도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갖다줬던 게 불만이었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나몰라라 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작은 일거리(?)를 부과한 과제를 툭 던지며 책을 건네줬더니 책임감 있는 맏이답게 묵묵히 처음부터 끝까지 진중하게 읽어나갔다. 1시간이 흘렀으려나? 아이가 책을 되돌려주더니 하는 말!
" 엄마! 이 책 생각보다 재밌는데요? 독서평설 책이 원래 이랬어요? 난 이런 책일 줄 몰랐지!"
헉! 이건 무슨 소리래? 몰랐다니? 왜 중등 독서평설은 그렇게 외면했냐고 물었더니, 처음 2월호를 받았을 때 자기 스타일이 아니다 싶어서 그 다음부터는 안 열어봤다는 거다. 1년간 책을 바라볼 때마다 이 엄마는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의 이유는 단순해도 너무 단순했다. 아무튼 생각보다 아이의 반응이 좋아서 바로 인터뷰에 들어갔다. (인터뷰 내용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얘기했더니 제법 심각하게 답변을 해주는 아이의 모습에 피식 웃음까지 나왔다.)
- 아래의 내용은 엄마와 예비고 1학년 학생 신 모양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 ( 참고로 신 모양은 고교 독서평설 1월호를 읽기 전까지, 독서평설 책에 관해 반감이 심한 상태였음을 미리 밝혀둔다.)
Q : 고교 독서평설 책은 마음에 들었습니까? A : 네! 생각보다 재밌어서 놀랐습니다. 독서평설은 원래 재미없는 책인 줄 알았는데, 안 읽어봤으면 큰일날 뻔 했어요. Q : 어떤 점이 가장 맘에 들었습니까? A : 일단 소재가 다양해서 많은 아이들의 입맛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Q : '다양한 소재'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습니까? A : 제 또래의 학생들이 관심있어하는 주제들이 거의 담겨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문학 파트에 보면 시, 소설, 에세이 등이 골고루 다 있어요. Q :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드는 기사가 있었나요? A : 저는 영화리뷰 내용이 제일 맘에 들었습니다. 그 영화를 보고 싶을 정도로요. Q : 혹시 아쉬운 점이 있나요? 출판사 측에 건의해서 좀 고쳤으면 좋겠다 싶은 내용? A : 못 찾았어요. 아니, 없는 것 같아요. Q : 그럼 이 책을 점수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이나 될까요? A : 음.......90............... 99.9요! Q : 번외의 질문입니다. 신 모양께서는 2019년도에 엄마가 1년 동안 독서평설 책을 무상지원(?)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왜 제대로 읽지 않았나요? A : ...........어.......그건............... 처음 책을 제대로 안 읽어봐서 선입견이 생격서 그랬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읽었을거에요. Q :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아직 방학이 남아있으니 다 소환(?)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A : 엄마~~~!!!!!! ----,,---- |

큰아이가 재밌게 본 영화리뷰 기사이다. 얼핏 읽어보니 내용이 꽤 괜찮은 영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극한 직업의 하나인 택배 기사인 주인공이 회사와 가족 사이에서 겪는 갈등, 그것을 해결하고 싶어 나서는 딸의 이야기가 나에게도 퍽 와닿았다. 한창 예민하고 가족들과 툭탁거리며 종종 우리집 내부의 갈등을 빚어낸는 장본인(?)인 큰아이가 이 영화리뷰를 베스트 기사로 뽑았다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상영 예정작인지, 이미 상영완료한 영화인지 모르겠으나 아이와 함께 꼭 같이 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니 '문화의 창', '2020 시대의 창', '입시의 창', '비문학의 창', '문학의 창'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뒷부분에는 문화소식, 독자참여 코너 등 아이 말대로 다양한 장르를 대표하는 글들이 구석구석 배치되어 있었다. 1권의 책을 통해 이렇게 많은 정보를 얻고, 여기 저기에서 끌어다 놓지 않아도 한 번에 다 읽을 수 있는 여러 종류의 글들은 한창 바쁠 고등학생들에게 참 요긴한 읽을자료로 사용될 것 같다. 마치 매일 집앞까지 배달해주는 건강음료처럼 말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초등, 중등 독서평설에는 책의 앞 부분에 '독서 다이어리'가 있었는데 이번 고교 독서평설에는 없었다.

이렇게 달력에 매일 읽어야 할 분량을 표시해둠으로써 한 달 동안 여유있고 편안하게 볼 수도 있고, 계획적인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싶은데 고교 독서평설에는 이 코너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만약 이 다이어리가 고교 독서평설에도 실리게 된다면 직접 계획을 세워볼 수 있도록 빈 칸으로 놔두어도 좋을 것 같다. 자기 주도 학습도 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정해준 게 아니라, 내가 세운 계획이니 좀 더 지키겨는 마음으로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독서평설에서 왔던 문자를 다시 찾아봤다. 혹시나 마감일이 써있었나 싶어서 말이다. 뒤늦게 터진 독서평설에 대한 아이의 관심을 보니 올해는 신청 안해야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내일 날 밝는대로 주문해야겠다 싶다. 언니 덕분에 우리 둘째도 1년 더 보는 걸로!! 2020년에는 독서평설 책이 새책으로 보존만 되지 않고 너덜거릴 정도로 온 데 굴러다니며 아이들 손에서 놀아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