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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 이재운 역사소설
이재운 지음 / 시그널북스 / 2020년 1월
평점 :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은 터라 역사 관련 책을 비롯하여 tv 프로들도 챙겨 보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인지 역사소설은 즐겨 읽지 않는다. 이유인 즉, 소설은 소설이기에 팩트가 중요한 역사가 소설이라는 옷을 입는 순간 무언가 가미되었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유기농 100% 제품인 줄 알고 샀는데 제품 설명서를 보니 첨가물이 들어있어서 당혹스러웠던 경험처럼 말이다. 그래서 굳이 역사소설을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닌데 이번 책은 예외였다. 장영실이 내 고장 부산 출신의 인물이기도 하고 나의 짧은 역사적 상식에 입각했을 때 비운의 인물이었다는 기억이 이 책을 펼치는 데 한 몫 했음을 밝히는 바이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요즘 한창 인기리에 상영중인 '천문'이라는 영화가 바로 장영실과 세종대왕의 이야기라는 것! 연기파 배우 한석규와 최민식 두 배우가 '쉬리' 이후 20년 만에 만나 다시 찍은 영화라는 소식에 온 가족이 함께 '천문'을 보러 갈 계획을 세우는 중인데,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책으로 그 감동을 먼저 느끼고 싶었다.
조선 최고의 과학자였으나 그의 말로(末路)는 전혀 기록에 남아있지 않은 비운의 천재 장영실! 여기 저기에서 '장영실'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 장영실은 태종과 세종대에 살았던 인물인 것은 틀림없지만 언제 태어났는지 언제 사망하였는지에 관한 정확한 연대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장영실이 태종과 세종대에 살았던 인물인 것은 틀림없지만, 정확한 생몰 연대는 알려지지 않는다. 그의 과학적 업적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번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지만, 정작 장영실의 출생과 말년 활동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어 일생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 까닭은 그의 출생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종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장영실의 출생에 관한 자료는 「세종실록」에 전하는 딱 한 줄의 기사가 전부이다. “장영실은 그 아비가 본래 원나라의 소주·항주 사람이고 어미는 기생이었다.” 「세종실록」 세종 15년(1433) 9월 16일 |
그리고 장영실의 가문이기도 한 아산 장씨 족보에 보면 「세종실록」과 다르게 아버지 장성휘가 조선에 귀화한 중국인이 아니라, 고려 때 송나라에서 망명한 이후 줄곧 우리나라에서 살아온 귀화인의 후손이라고 되어 있다고 한다.
아산 장씨 족보에는 「세종실록」과 다르게 아버지 장성휘가 조선에 귀화한 중국인이 아니라, 고려 때 송나라에서 망명한 이후 줄곧 한반도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귀화인의 후손이라고 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장영실의 집안은 양반 가문이었고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관료를 배출한 것이다. “장영실은 항주 출신인 장서의 9세손이고, 부친은 장성휘” 아산 장씨 족보 - 네이버 지식백과 인용 - |
아버지는 노비 출신이 아닌데 어머니는 동래현의 기생이었기에 장영실의 신분 또한 천민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역사학계의 일각에서는 부친인 장성휘가 조선왕조에 들어와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어머니가 관노가 되었다는 주장을 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이 부분을 모티브로 삼아 장영실이 아버지의 역모 실패로 인하여 어머니와 함께 개성에서 멀고 먼 동래까지 관노로 보내지게 되었음으로 소설을 시작하고 있다.
저자는 역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책이 술술 읽혀지게끔 편안한 문체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역사소설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미묘한 감정선을 비롯해서 오롯이 저자의 상상에서 비롯되었을 인물들의 많은 대화들로 가득한데 그래서인지 콧등이 찡한 장면도 있고, 목이 메는 울컥한 장면들도 두루 있다. 그리고 이밖에 자나깨나 백성들 생각 뿐인데다 조선 초기 임금으로서 아버지 태종이 잡은 나라의 기틀을 다져 더욱 굳건한 조선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이 넘치는 세종 임금의 모습도 함께 묘사하고 있어서 더욱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을 쓴 저자의 입장에서는 이 책이야말로 인고(忍苦)의 시간들을 쏟아부은 결과물이리라 짐작이 된다. 역사적 사료가 워낙 부족하다보니 저자는 책을 집필하면서 정말 힘들었으리라.
<소설 장영실>은 최소한의 픽션만 넣고, 가능한 한 사실을 상상하며 정직하게 그렸다. 사료가 워낙 부족하여 자칫하면 본질을 놓치기 쉽기 때문에 <조선왕조실록>을 기초로 하여 사실 관계를 따라가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 본문 319쪽 인용 - |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니 영화 '천문'은 두 천재의 뛰어나고 위대한 면만 연출하지 않고 큰 책임과 임무에 홀로 고뇌하며 힘겨워한 면들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이 더 좋다고 한다. 자칫 뻔한 스토리로 끝날 법도 한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소설 '장영실'을 읽으니 더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연기천재이기도 한 한석규와 최민식 두 사람의 연기호흡을 통해 조선 최고의 임금과 조선 최고의 과학자의 캐미가 어떨지 사뭇 궁금하기에 말이다.
영화 보러 가기 전에 아이들에게도 꼭 이 책을 읽혀야겠다. 조선 전기 우리나라가 얼마나 과학강국이었는지, 얼마나 많은 발명품들이 탄생되었는지 꼭 알게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수많은 과학 관련 발명품들이 made by 장영실이었다는 걸 꼭 알게 해줘야겠다. 그리고 그 뒤에는 든든한 세종대왕이 계셨다는 것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