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인생소설 - 나는 왜 작가가 되었나
다니엘 이치비아 지음, 이주영 옮김 / 예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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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개미]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학창시절 친구의 권유로 읽게 됐는데, 제목이 '개미'인데다 표지그림도 그다지 관심이 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쇼파에 기대어 건성건성으로 읽던 중, 나도 모르게 어느새 몸을 일으키고 정자세로 읽어나가기 시작하던 소설이 바로 베르베르의 [개미]였다. 그 책이 전 세계에 1,500만 권이 넘게 팔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나서 나는 한 번 더 읽게 되었다. 처음 시시하게 여기며 읽었던 나의 거만한 태도를 반성하며 말이다.

     개미와 인간의 관계를 마치 인간과 신의 관계에 접목시킨 그의 놀라운 상상력에 한 장, 한 장 숨죽이며 넘기던 그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정도로 [개미]의 내용은 보통 작가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가득찬 소설이었다. 그 당시 나는 '이 작가가 과연 이 세상 사람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록 그의 기이함(?)과 차원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고차원적인 상상력에 너무 놀랐었다. 그랬던 그에 관한 인터뷰로 이루어진 책이 나왔다기에 서둘러 책장을 펼치게 되었다.



     이 책은 '나는 왜 작가가 되었나'라는 부제로 출시된 베르베르와의 인터뷰로 이루어진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 최고의 전기작가 중 한 명이자 저널리스트인 '다니엘 이치비아'이다. 그러나 사실 저자는 베르베르의 애독자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랬기에 오히려 이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아마 열렬한 애독자라면 아무래도 베르베르를 극찬하는 내용들로만 가득했을 터이기에, 평정심을 찾지 못했지 않았겠나 싶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내가 상상하는 베르베르의 분위기와 비슷하게 묘사하고 있다.

         베르베르는 두 가지 모습을 지니고 있다. 상대를 매료시키는 모습과 상대를 주눅 들게 하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때는 수도자처럼 겸손하고 따뜻한 면이 있어 이상적인 현자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또 어떤 때는 초연한 작가이자 철학가처럼 보일 때가 있다. 어둠 속에 보이지 않는 달처럼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베르베르의 모습도 있다.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진 채 실험실에 처박힌 과학자의 모습,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이분법에 갇힌 인간들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지킬 박사와 같은 모습이 그것이다.

               - 본문 12쪽 인용 -

      내가 생각했던 베르베르의 모습은 수도자, 철학자 그리고 과학자였다. 저자 역시 인터뷰를 하며 그렇게 느꼈다고 하니 저자와의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며 책의 내용에 좀 더 쉽게 빨려들었다. 어느 순간 내가 베르베르를 인터뷰하고 있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베르베르는 어린 시절부터 여러 가지 재능이 있었나보다. 그림그리는 실력도 뛰어났고, 수학에도 남다른 소질을 보였으며 글 쓰는 실력 또한 인정받을 만큼 그가 가진 재능은 다양했다. 그랬던 그는 법학을 공부하다가 2년의 공부 끝에 포기하고 파리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국립언론학교에 들어간 그는 글쓰기가 천성에 맞다는 것을 알게 되며 잠시이긴 하나 인턴 기자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뭔가 하나에 꽂히면 열정을 다하는 그의 모습과 기자와의 생활이 잘 어울린다 싶었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괴리감을 느낀 베르베르는 그 일을 오래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후 많은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개미]에 관한 에피소드를 보고 하마터면 [개미]가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소설 [개미]는 1991년 3월 14일에 출간될 예정이었다. 당시 베르나르의 나이는 스물아홉에 불과했다. 출간 한 달 전에 베르나르는 책을 집에서 받아 보았다. 충격이었다. 이 소설을 책으로 내기까지 경험했던 모든 거절과 무시를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노력도 많이 했다. 그러나 그렇게 원하던 소설 [개미]가 마침내 손에 들어오자 베르나르는 허탈감에 빠졌다.

                                  (중간 생략)

        [개미]의 출간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의 촉각은 한 곳에 집중되었다. 사담 후세인과 걸프전쟁.

        "책들은 사람들의 관심 밖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걸프전 외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베르베르가 말했다.

        다행히 걸프전은 2월 28일 목요일에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2주 후에 소설 [개미]가 출간되기로 되어있었다.

                        - 본문 165~166쪽 인용 -

       걸프전!  기억난다.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었는데, 당시에는 방학 중에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학교 청소당번을 하는 제도가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추운 겨울방학 중에 학교에 가서 청소를 하는데, 뉴스를 보고 온 친구들이 무슨무슨 전쟁이 났는데, 스커드 미사일을 쏘고 무슨 미사일을 쏘고 하며 난리도 아니라며 얘기했던 기억이 어슴프레 난다. 온 세상 사람들이 아랍 지역의 전쟁에 관심을 쏟을 때 베르베르는 그의 대작 [개미]를 출시하느냐 마느냐의 엄청난 고민에 빠졌있었다니 기분이 묘하다. 여하튼 전쟁의 종결로 [개미]가 출시될 수 있었고, 그랬기에 전 세계 1,5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책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베르베르의 글을 읽다보면 간혹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평범하지 않은 그의 상상에 쉬이 공감하기 어렵긴 하다. 저자 역시 그렇다고 하면서도,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베르베르의 능력이 존경스럽다고 한다. 나역시 그렇다. 주위 사람들의 이목이 두려워서, 사람들의 놀림이나 손가락질이 두려워서 내 생각을 애써 감추기도 하는데, 베르베르는 과감히 자신의 상상과 생각들을 글로 줄줄 펴낸다. 그것도 소설을 통해 자유자재로 표현하고 있다.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베르베르는 그 존재만으로도 기쁨을 주는 흔치 않은 사람 중 하나다'라고.........   나 역시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베르베르의 존재만으로도 독자인 나는 행복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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