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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직장인 열전 - 조선의 위인들이 들려주는 직장 생존기
신동욱 지음 / 국민출판사 / 2019년 11월
평점 :
" 나는 직장인이다 "
이 책을 펼쳐들고 제일 처음 맞닥뜨린 글귀인 이 문장을 읽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 한 문장에서 왜 많은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음이 느껴졌을까? 내가 이 땅의 직장인이어서일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호흡이 짧은 문장이어서일까? 여하튼 이 문장만 읽었는데도 묘한 동질감과 함께 한 줄기의 위로가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내 입에서 한 마디가 새어나왔다.
"나도 직장인인데........"
갈수록 직장생활이 참 힘들다. 물리적인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다보니 조금이라도 젋을 때보다 체력적으로 부대끼는 서글픈 이유도 있겠지만 점점 각박해지고 자기 중심적으로 흘러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감정노동자'의 직업군 속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게 녹록치만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이지 싶다. 그러다보니 직장 상사나 동료들, 민원인들 때문에 마음을 다치거나 늘어만 가는 업무로 너무 힘든 날에는, 깔끔하게 직장에 사표를 쓰고 나와서 그 길로 멋지게 세계 여행을 떠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스페인의 순례길을 걸어가며 퇴직 후의 인생을 설계하는 그런 상상을 하며 다시금 숨을 돌려본다.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학교에서 국사학과 경제학을 전공하였는데 전공을 참 잘 살린 대표적인 케이스다. 네이버 계열사에서 근무하면서 이런 역사책을 펴내니 말이다. 직장생활 10년 차에 접어드는 저자는 직장인이 갖는 현실적인 고민에 대해 직접적인 도움을 줄만한 역사책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그야말로 '직장인을 위한 역사책'인 셈이다. 특히나 나처럼 역사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공감이 절로 가는 책이기도 하다.
" 이 책은 조선 역사 속 인물들을 철저히 직장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위인이기 이전에 그들 또한 조직에 몸담고 사회생활을 해야 했던, 어쩌면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직장인이라는 시강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다소 독특한 역사책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손 놓고 살았던 역사가 사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역사 속 직장 선배들의 다양한 처세술을 만나보게 해 줄 것이다. " - 본문 6~7쪽 인용 - |
역사 속에서나 만날 수 있던 그들을 왕이라는 CEO 아래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바라보았다는 저자의 독특한 시각에 무척 매료되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으며 그의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을 때만큼이라면 내가 얼마나 저자의 이런 시각에 푹 빠졌는지 표현이 되려나? 단 한 번도 역사 속 인물들을 '직장인'이라는 범주속에 넣어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 무엇보다 오늘 하루를 또 살아내야 하는 직장 생활은 여전히 만만치 않지만, 존경하는 위인들도 힘든 직장 생활을 이겨냈던 우리 선배라는 사실이 큰 위로를 준다. 이제 그 위인들의 삶에 한 발자국 더 들어가 보자. 그리고 그들의 직장 생활 스토리를 들어보자. 위대한 위인들도 나처럼 아등바등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던 직장인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서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 본문 7쪽 인용 - |
정말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롤모델이 되었다. 상사를 제대로 이용한 정도전, 눈치백단의 하륜, 소통을 잘하고 일도 잘한 황희, 겸손의 대명사 맹사성, 사내정치의 모범을 보인 신숙주, 상사를 감동시킨 조광조 등 여러 위인들이 있었지만 나는 그중 하륜에 꽂혔다(?). 고려시대에 태어나 고려신하로 정치에 입문하였으나 조선시대에서 더 빛을 발한 그는 '프레너미(Frenemy)'인 이방원과 손을 잡고 명분도 실리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은 진정한 승리자였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상사보다 너무 앞서가지 않고 자신의 때가 오기를 준비하며 기다려 결국 그 때에 빛을 발하는 하륜을 보며 현명한 직장인으로서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책의 마지막에 부록으로 '조선의 선배 직장인들에게 배우는 7가지 자세'라는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다.
1) 상사와 함께 성장하라 2) 직장동료를 내 편으로 만들어라 3) 선후배 간의 관계에도 노력하라 4) 기본 실력에 충실하라 5) 평판 관리를 통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라 6) 말을 잘하는 것은 직장인의 무기다 7)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괜찮다 |
직장생활을 하다가 힘이 너무 들거나 또는 힘이 너무 빠지거나 할 때 이 7계명을 읽으면 이 책에서 배우고 알게 된 역사 속 위인들의 지혜와 처세가 떠올라 힘이 날 것 같다. '미생' 드라마를 보며 박수를 치며 공감했을 직장인들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과거를 살았던 직장인 선배님들의 노하우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배울 수 있게 해준 저자분께 정말로 감사드리고 싶다. 그런 의미로 나는 이 책에 이런 부제를 달고 싶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Bible!'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