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단단함 - 세상.영화.책
오길영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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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이 참 맘에 들었다. 단단한데 아름답다.....  책도 읽기 전이건만 순간 문득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단한 심지가 있으나 경직되거나 무겁지 않은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  '저자 역시 그런 삶을 꿈꾸기에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하고 혼자만의 상상을 해보며 책장을 넘기는데 머리글에서 제목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 수 있었다.


      "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더 나은 아름다운 삶을 위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탐구하는 걸 주된 목표로 삼아 쓴 글들이다. 그 바탕 위에서 제기되는 여러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는 고민을 나누고 싶다. 이런 이유로 책 제목을 '아름다운 단단함'으로 정했다. 김수영이 '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아름다운 단단함'(시 [사랑의 변주곡])이라고 썼던, 그런 '아름다운 단단함'을 지향하는 글."

                    - 본문 5~6쪽 인용 -


      책을 읽다보니 저자와 뭔가 통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고 모색하며 써내려 간 글들을 묶은 책이라는 생각에 한 꼭지 한 꼭지의 내용들이 모두 귀하게 와닿았다. 특히나 저자가 크게 잡은 세 가지 주제('세상', '영화', '책') 중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책'이 들어있어서인지도 모른다. 한창 바빠서 영화를 볼 짬도 없었서 그나마 최근에 본 영화가 '기생충'인데 책 목차를 보니 '기생충' 영화에 대해서도 실려있기에 얼른 그 부분부터 읽어보았다. 어지간해서는 항상 책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는 편인데(목차를 통해 뒷부분에 기대가 되는 내용이 나와있는 걸 알더라도 꾹 참아가며 말이다) 이번에는 도저히 기다리며 읽을 수가 없었다. '기생충'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혼자서 풀지 못한 의문점들도 많아서였는지 모른다. 저자는 이 영화가 종속-억압의 관계, 계급 관계에서의 문제를 다룬다고 보고 있다. 영화에 대한 평론에 대해 모두 다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의 견해에는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계급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다룸으로써 계급 사회의 병폐, 그로 인한 폐단 등을 감독은 신란하게 비판하고 있는 '기생충' 영화에 대한 비평을 제대로 읽으니 영화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쉽게 되었다.


       읽던 중 뜨끔한 부분도 있었다. '세상' 편에 있는 '책 수집과 지식 물신주의' 내용이었다. 한 마디로 저자는 책을 많이 사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 그러나 나는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책 모으기 혹은 책 수집욕이 마땅치 않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 이런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왜 돈이나 재산, 혹은 땅 모으기 등이 물신주의요 소유욕의 표현이라면 책 모으기는 그렇지 않단 말인가? 이 기사에서도 만 권의 책을 모은 어느 책 수집가가 비슷한 심경을 털어놓는다. 책 모으기가 "지식욕으로 포장된 소유욕인지도 모르겠어요."  다 읽지도 않을 책에 돈을 털어 넣고 그걸 다른 사람들은 같이 이용하지도 못하는 자기 집구석에 잔뜩 쌓아 놓는 것이 돈이나 재산 모으기의 물신주의와 다르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 본문 127쪽 인용 -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나는 평소 책에 욕심이 많아 갖고 싶은 책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꼭 가지려는 습성이 있다. 그렇게 하나 둘 사다 보니 어느새 책 수집가처럼 책을 모으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 읽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이 얼마나 낭비요 손해인가. 나의 이런 '물신주의'와 '소유욕'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오래 지켜지진 않겠지만 한동안은 책을 사지 않으리라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본다.)


       편하게 읽다보니 어느새 생각이 좀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문화'라는 파트를 채우고 있는 영화와 책을 통해 좀 더 깨어있는 삶을 살아있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도 고스란히 와닿는다. "모두가 흐물거리지 않고 깨어서 야무지게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아름다운 삶이니 모두 깨어나십시오~!"라고 저자가 어딘가에서 외치는 것만 같다. 나도 늘 깨어서 '아름다운 단단함'을 가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 땡글땡글한 알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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