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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때론 혼자이고 싶다 - 혼자여서 고맙고 함께여서 감사한 순간
온기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웹서핑을 하던 중 우연히 눈이 가는 전시회 홍보물을 봤다.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전시회가 대구에서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에바 알머슨'이 누군가 싶겠지만 그녀의 대표 그림만 봐도 "아~! 그 그림 그린 사람이 에바 알머슨이야?"라고 할만큼 그녀를 상징하는 대표 그림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사람좋은 표정을 띤 한 여자의 머리카락이 꽃으로 가득 장식된 그림........ 여기 저기 광고로도 많이 사용되는 그녀의 그림은 볼 때마다 나 역시 입가에 미소를 띠게 된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묘한 힘을 가진 그림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 책의 표지그림을 보는 순간 에바 알머슨의 그림이 떠올랐다. 표지를 장식하는 눈 감은 여자의 머리에 하얀 꽃들로 가득한 이 그림이 에바 알머슨의 그림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에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이 편안해져 옴을 느꼈다. 그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책장을 펼쳐서인지 내용이 술술 넘어갔다. 읽다가 잠시 책을 엎어두고 차 한 잔을 마시고 왔더니 학교에서 돌아온 둘째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엄마......... 요즘 힘들어?"
"아니, 왜?"
" 그런데.....왜......이런 책을 읽어? 엄마 고민있어?"
"......................."
웃음이 터졌다. 초딩 딸아이가 받아들이기엔 이 제목이 무겁게 와 닿았나보다. '엄마도 때론 혼자이고 싶다'는 책제목을 문자 그대로 이해했기에 아이에겐 걱정스런(?) 책으로 와닿았던 모양이다. 사실 난 이 제목이 너무 맘에 들었다. 제목만 읽었는데도 공감받는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며느리로 살아가는 게 녹록치만은 않은 세상이니 가끔은 정말 혼자서 오롯이 24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가져본다. 엄마이기 전에, 아내이기 전에 나도 한 여자라는 사실은 왜 다들 몰라줄까 싶어 속상할 때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러했기에 난 이 책의 제목부터 너무 맘에 들었다. 100점 만점에 100점 주고 싶을 정도라면 말 다했지 싶다.
지은이 온기는 나랑 참 많은 부분이 닮아서 더 공감이 많이 갔다. 엄마의 케어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엄마를 챙겨줘야 했던 어린 시절, 원만한 사이이지 못하셨던 부모님, 사춘기 아들로 인해 숱한 날들을 속 끓이며 눈물로 보낸 일들 등의 일화들을 보며 묘한 공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적시는 장면들도 있었다. 나도 저자와 비슷한 상황이 많았기에 어린 시절부터 철이 일찍 들어 3명의 동생들을 챙기다보니 더 애어른이 되어버린 내 모습이 그녀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다. 뭐든 열심히 최선을 다하서 해내고야 마는 근성 역시 나와 같았다. 그랬기에 자식에게 더 많은 열정을 쏟았고, 그 열정은 끝내 애증이 되어 돌아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조차 같았다. 마치 내 얘기를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물론 그녀의 원가정과 나의 원가정이 가진 문제의 장르는 달랐지만 그 문제로 인해 가정이 화목하지 못했고, 그런 가정 속에서 절대부족한 행복을 누렸기에 그녀도 나도 결혼 이후 생겨난 가정과 자식에게 더 많은 공을 쏟고 기대를 걸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아직 아이가 어려 저자와는 조금 다른 자녀고민으로 힘들어하지만, 그래도 사춘기라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그녀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그녀가 아들에게 쏟아부었다는 말을 나도 딸아이에게 야멸차게 쏟아부었으니 말이다. "너도 결혼해서 너랑 똑같은 딸 낳아봐!!"라고 얼마나 많이 외쳤는지 모른다.
저자와 서로의 아픔과 어릴 적 상흔들을 서로 달래주듯 책을 읽다보니 어느 새 나도 힐링이 된 기분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것도 아닌데, 나와 비슷한 그녀의 이야기를 읽었을 뿐인데 서로 교감하며 읽은 묘한 기분이다. 더군다나 책을 다 읽고나니 내가 이 책의 제목을 제대로 오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정한 혼자는 진짜로 혼자임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고독하고 외롭다고 느껴지면 그것은 이미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욕망의 숨은 그림자일 뿐이다. 나에게 있어서 '혼자'는 어쩌면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 뒤켠에 숨어있는 그리움이자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 본문 239쪽 인용 - |
저자가 말하는 '혼자'의 의미는 'alone'이 아니었다. 'miss'였던 것이다. 너무나도 그리움으로 가득찼고 이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혼자'이고 싶다고 반어적으로 표현했을 것이리라 짐작해본다.
내가 만약 저자를 만날 수 있다면........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꼭 얘기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 너무 잘해왔어요. 어린 시절때도,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도 너무 잘 하고 계셔요~!!!"라고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야무지게 홀로서기를 해 온 그녀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많이 외로웠을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면서 꼬옥 안아주고 싶다. 이제는 그녀의 앞날이 평안함과 행복함으로만 가득하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