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
아이작 유 지음 / 다연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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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플래너를 쓴다. 학창시절 학습플래너를 쓰던 습관이 몸에 배인 탓인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나는 줄곧 플래너와 함께 생활한다. 심지어 임신기간 중에도, 그 바쁜 육아기간 중에도 일기장 겸 독서노트 겸 해서 썼는데 1년 동안 꾸준히 100% 써내지는 못하지만 '50%만 써도 만족하자'는 내 나름의 목표아래 해마다 그렇게 플래너를 써왔다. 그래서 12월이 되면 늘 대형서점이나 문구점으로 가서 내년에 나와 함께 할 플래너를 고르는 게 일종의 연례행사이기도 하다. 여태껏 책처럼 제본 된 형태의 플래너를 사용했는데 올해 2019년에는 독특한 6공 바인더 형식의 플래너를 구입하게 되어 속지만 추가로 끼워넣어가며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는 변동이 없는 한 계속 이 제품을 쓸 듯 하다.)

      이렇듯 평소 나는 시간관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솔직히 그렇다고 해서 아주 시간을 전략적으로 쪼개어가며 쓰는 편은 못되지만, 그래도 한 주일을 미리 계획하고, 여유가 있을 때는 한 달을 미리 계획하여 플래너를 쓰다보니 점점 버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한편으로는 돈을 아껴 쓰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느끼고 실감한 것은 아닌데 내 나이 마흔을 넘어서고 나니, 누구나 격언으로 잘 알고 있는 '시간은 금이다', 'Time is money.'처럼 정말 시간이 돈과 같다는 게 뼈저리게 와닿는다. 나도 이제 늙어가고 있다는 걸 몸이 체감하는 걸까? 하루하루의 시간이 귀하고, 무언가 의미있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간절해지니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인  <걱정마, 시간이 해결해 줄거야>만 봤을 때는 요즘 서점계의 대세인 '위로하고 공감하는' 부류의 책인 줄 알았다. 게다가 저자의 이름이 '아이작 유'이길래 '번역서인가?'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런데 표지를 넘기고 목차를 읽는 순간 책을 읽기도 전에 내가 큰 오해를 할 뻔 했었겠다 싶었다. 저자는 순수 한국인에 여러 번 책을 출간한 경력까지 갖춘 KAIST 출신의 유능한 인재이고, 이 책은 '1초'에서부터 출발하여 '1년', '10년', '평생'까지 각각의 시간들에 대한 물리적 시간의 개념, 시간에 따른 과학적 이론, 의학상식, 통계 등의 객관적인 정보외에 저자만의 언어로 정의하는 각각의 시간들의 의미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1초 동안 10,000개의 코카콜라 캔, 그리고 80개의 맥도날드 햄버거가 소비된다. 1초 동안 미국에서만 1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만들어진다. 1초 동안 빌 게이츠는 250달러를 벌고 나이키는 600달러를 번다. 반면 베트남에 있는 나이키 공장 직원은 0.000025달러를 번다.

              - 본문 19~20쪽 인용 -


       하나, 둘, 셋! 이 짧은 3초의 시간에 우리 뇌 깊숙한 곳, 뇌간과 소뇌에선 한순간 상대방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이 사람이 호감이 있는지, 매력이 있는지, 좋은 사람인지를 결정한다.

              - 본문 27쪽 인용 -


        한 건강의학 전문가에 따르면, 하루 30분 정도, 평소보다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5,000보 정도를 걷게 되고 이것이 유산소운동이 되어 체중감량 효과까지 보인다고 한다.

               - 본문 60쪽 인용 -


        살다 보면 갑자기 지칠 때가 있다. 일하기도 싫고 만사가 귀찮아서, 잠시 일상으로부터 작별을 고하고 일탈을 꿈꾸는 그런 때가 있다. 아마 일주일에 최소 한 번, 한 달에 네 번 정도 말이다. 나는 그 시간을 '일탈의 2시간'이라고 부르며 기분 전환을 하는 편이다.

               - 본문 77쪽 인용 -

        



       사실 처음 목차만 봤을 때는 1초, 2초, 3초, 4초, 5초 등의 '시간의 순차적인 흐름대로 진행되겠구나.'라는 생각에 혹시나 따분하지는 않을까 우려를 했던 게 사실이다. 그와 동시에 '누구나 다 아는 시간들이고, 누구에게나 다 있는 시간들인데 그 속에서 저자는 어떤 특별한 얘기를 우리에게 들려줄까?'라는 기대감도 들었다. 우려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1초부터 시작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우려와 달리 나는 1시간을 지나 하루, 5일, 7일, 한달, 40일, 67일까지 쭉쭉 달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책 여기저기에 내가 붙인 인덱스 스티커가 하나 둘 늘어나서 어느새 노랑, 연두, 파랑 등 색색깔의 스티커들로 책이 도배가 되고 있었다. 나의 두뇌만 여력이 된다면 통째로 암기하고 싶을정도로 이 책은 기억하고 싶은 내용도 많고, 언젠가 내가 글을 써야 하거나 여러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경우에 요긴하게 인용하고 싶은 부분들이 참 많았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이 책이 시간에 관련된 지식들로만 모아놓은 책은 결코 아니다. 저자는 그 속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미 책의 앞표지에서부터 저자는 이 책의 주제를 살포시 소개하고 있다. "시간의 연결을 알면 답이 보인다"라고 말이다. 저자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 가르쳐주신 아버지를 향한 존경심과 무한애정을 책의 여기저기에서 표출하고 있는데, 아버지의 영향으로 저자는 삶을 짧게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길게 그리고 멀리 바라보며, 여유롭고도 통찰력 있게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고 얘기하며 독자들에게도 그렇게 하길 희망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모든 이가 시간을 길게 그리고 멀리 조망할 눈을 가지길 희망한다. 목표가 멀리 있다고 느껴질 때, 당장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일들에 일희일비하고 있을 때, 성급히 일을 마무리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 "걱정 마,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라고 외치길 바란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의 여유와 긴 호흡을 가지고 묵묵히 성장해 나아가, 결국 굳건하고 위대한 성공을 얻길 희망한다.

                 - 본문 194~195쪽 인용 -



    

       조금 있다가 플래너를 쓰려고 한다.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간략히 메모하고 체크하고 내일 있을 일들에 대한 계획 또한 세우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할 예정인데, 이제 플래너를 쓸 때마다 이 책의 내용들이 떠오를 것 같다. 내 인생을 구성하는 재료인 플래너의 한 칸, 한 칸들을 써내려갈 때마다 저자가 얘기해 준 '시간의 연결'을 떠올리며 유의미한 하루하루를 만들어 갈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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