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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고호 지음 / 델피노 / 2019년 11월
평점 :
이 책을 보았을 때 저는 영화 '여보세요'가 바로 떠오르더라고요.
그 영화의 소재도 남한에 사는 일반인에게 북한에서 전화가 걸려온다는 것이 같아요.
영화의 줄거리는 6.25때 헤어져 북한에 있는 여동생을 그리워하는 정은의 엄마는
점점 치매의 증상이 심해져 간다.
엄마는 여동생을 만나러 가겠다고 하거나 전화통화를 하겠다고 조르는 바람에 당혹스러운데
그때, 정은은 북한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고,
어떤 부탁을 받게 되는데...
저는 솔직히 이 책 제목만 보고, 그 영화 소설편인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건 몇 줄 읽고 고쳐먹었어요.
이 책의 내용을 살짝 언급하자면
탈북자를 전문으로 취재하는 기자 영호는 통일을 준비하는 대학생 모임 후배 박PD를 만나
탈북자와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부탁을 하는데
박PD는 생뚱맞게 남한 여자를 소개시켜줘요.
바로 새터민 동지회에서 핫한 남한 여자.
그 여자가 카페에 쓴 글 때문인데
그 글이 폐쇄국가인 북한 평양의 일상을 꿰뚫고 있을 정도로 디테일이 있다는 것이였어요.
사람들은 간첩이 아닌 이상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죠.
그런 여자가 자신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영호는 선뜻 그 여자를 만나러 가요.
그리고 여자가 북한의 일상을 이렇게 잘 알게 된 이유를 알게 되는데
여자의 이름은 주희.
6.25 어느 날과 같이 단 둘이 사는 할아버지가 스마트폰을 이것 저것을 만지시는데
그 때 모르는 번호로 의문의 전화를 받게 되요.
85001160918
전세계에서 850번호를 사용하는 나라는 북한뿐이죠.
2019년에 받은 전화이지만 주체 85년. 1996년에 살고 있는 북한 사람의 전화였죠.
북한에서 전화를 한 여자는 설화였어요.
설화의 오빠는 영재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모범생이면서 한 가정의 자랑거리였어요.
하지만 주국을 배반하고 도망간 덕분에 설화의 아버지의 직급은 강등되어
말단 서기들이나 하는 일도 하고, 거기다 배급 상황도 여의치 않았어요.
그리고 설화가 남한사람과 전화를 한다는 것이 보위원 귀에 들어가는데
과연, 주희와 설화는 어떻게 될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설화가 있는 상황에서의 대사들이
북한 말투가 실시간으로 귀에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 발음이 똑같았던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 더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초반에 북한 사람인 증거를 대봐라, 남조선에 사는 증거를 대보라 할 때의 대사도
책 볼거리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증명해보시라요!
-아니, 내가 내 국적을 왜 증명해야 하죠? 참.. 뭐 좋아요. 빨강이 꺼져라. 독재국가 망해라,
공산당이 싫어요! 돼지...! 이제 믿으시겠어요?
-뭐. 뭐? 빠, 빨, 빨강이? 야이, 개 같은 에미나이야!! 니 조국 통일 바라디 마라!
그 날 제일 먼저 니 머릿가죽 혁명적으로 뱃겨주갔어!!
P. 71
그리고 우리가 흔히 탈북자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들을 볼 때마다 언급되는
북한의 세뇌 이야기도 언급되요.
흔히 들어보았던 세뇌 이야기지만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함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이산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서 마음이 찡해 오기도 했어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기도 했고요.
다시 한 번 이산가족, 북한, 통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