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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힙합
정재환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3월
평점 :
오늘 서평할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제목에 있는 힙합이라는 단어에 좀 멈칫했었었어요.
힙합과 관련된 소설인가하고 말이죠.
저는 좋아하는 힙합 노래들이 있긴 하지만 그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수의 노래들이고,
즐겨듣는 노래 장르에도 힙합 장르의 노래는 거의 듣지 않는 음악이였기에 말이죠.
하지만 다행히도 오늘 서평할 이 책의 장르는 제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사실!
그랬기에 왜 미스터리 소설이 힙합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 덕분에 이렇게 읽고 서평까지 하게 되었답니다.
오늘 서평할 책은 정재환 작가님의
곧 죽어도 힙합 이라는 책이랍니다.
이 책은
1. 네 이웃을 사랑하라
2. 형사 3이 죽었다
3. 창고
4. 하정 01번
5. 네버 체인지
6. 고백하는 날
7. 곧 죽어도 힙합
총 일곱가지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소설집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인 미스터리물이여서 읽은 이유도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소재였던 것 같아요.
등장 인물부터가 어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아니었기에
그런 캐릭터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펼치고 있을지 궁금하더라고요.
이 책에 나오는 단편 소설을 몇 가지를 꼽아 말씀드리자면
다달이 대출 이자 갚기도 바쁜데 그럴 여유가 어디있냐고?
권한건대, 앞만 보고 바삐 가던 길 잠시 멈춰 서서 고개 돌려 옆집을 봐라.
다가가 이웃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어라.
단언컨데, 당신의 미래가 바뀐다.
세상의 모든 이웃은 특별하다.
당신이 자세히 보지 않아서 그렇지.
곧 죽어도 힙합 中
네 이웃을 사랑하라 라는 글을 먼저 살펴보자면
8개월 결혼 생활을 하고 다시 돌아온 싱글 지선.
세계적인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 아티온의 블루 다이아인데요.
지선은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거대한 판매망을 구축하여
거대 피라미드의 꼭대기인 최고봉 레드 다이아를 노리고 있는데요.
그렇게 레드 다이아로 향해 가기 위해서는
아파트 주민 중 부녀회장과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자신의 제품을 팔아줄 마스터로 콕 집어두고,
설명회를 하려고 하루 앞두고 있던 어느날!
살인마가 아파트 단지에서 한 입주민을 목졸라 죽이는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
거기에 피라미드 공사 입주 초기 한 할아버지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사실은 살인 사건이었다고 목격자 경비원의 양심 고백까지 터진 것!
그렇게 지선의 황금빛 피라미드가 세워질 땅에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설명회까지 취소 되었다는 것!
이제 벽돌 하나만 올리면 완공이 되는 황금 피라미드를
살인마 하나때문에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없던 지선은
연쇄 살인마를 잡기로 하고, 살인마에 대한 유형이나 논문까지 보던 지선의 눈에 띄는 이름이 하나있었으니
그 이름은 십여 건에 가까운 살인을 저지른 대한민국 지명수배자
이신영
인신영의 범행수법이나 쾌락형 연쇄살인마라는 점에서
어쩌면 이신영이 자신이 찾는 연쇄살인마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되고,
그리고 그 연쇄살인마의 모습에서 자신의 옆 집 이웃에게서 공통점들을 찾게 되고,
어쩌면 자신이 찾는 연쇄살인마가 이웃집 여성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되고,
과연! 자신이 찾는 연쇄 살인마가 자신의 옆집에서 사는 여자일까요?
과연 지선은 연쇄살인마를 잡고 자신의 황금 피라미드를 완성할 수 있을까요?
막상 그 앞에 서면 눈이나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더는 미룰 수 없었다.
그래. 오늘은 고백하는 날이다.
곧 죽어도 힙합 中
고백하는 날 라는 글을 살펴보자면
'구울'이라 불리는 괴물들이 지구에 나타난지 29일째.
구울들은 마구잡이로 인류를 공격했고,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있던 재진은 선호에게 고백한다는 일념 하나로
활과 화살을 챙겨 구울들을 뚫고 고백하러 가는데
과연 재진은 선호를 만나 고백할 수 있을까요?
이편은 상당히 짧은 글이라 아쉬웠어요.
더 많은 내용이 있었더라면
특히나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구울이 나타났다는 점
그리고 활 시위를 당겨 구울과 싸우는 모습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에 나오는 장하리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때는 2058년. 엿 같은 세상이었다.
빈부 격차, 젠더 갈등, 종교 분쟁 등에서도 충분히 위태롭던 인류의 평화는
디자이너 베이비, 사이보그, 자아에 눈을 뜬 인공지능 등
급격한 과학 기술 발전이 낳은 결과물들에 결국 무너지고야 말았다,
(...)
도처에 퍼진 혐오의 불길은 음악도 집어삼켰다.
실용이 미덕인 세상에 쓸데없이 감정만 앞선 행위로 치부되어 멸시받기 시작한 음악,
그 중에서도 힙합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곧 죽어도 힙합 中
그리고 마지막은 책 제목과 같은 제목 곧 죽어도 힙합
위에서도 말했듯이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여기에 있는 단편 소설 중에서 당연 이 이야기가 제일 기억 속에 남은 것 같아요.
코드가 저와 너무 잘 맞은 탓인가.
내용을 살짝 살펴보자면
지금으로부터 약 십 년 전, 혐오의 불길이 가장 드세게 타오르던 때
힙합의 대부라 불리던 한 남자 엠씨 석재.
석재는 지방의 한 작은 시골로 내려가 터를 잡았고,
다른 래퍼들도 하나 둘씩 그를 따라 모여들었다.
그 곳에는 평균 나이 예순여덟의 래퍼들이 산 중턱의 작은 정자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그곳에서 영숙과 석재는 랩 배틀을 하는데
이번 배틀로 마지막 음악쇼에 출연할 수 있었기에 피튀기는(?) 배틀이 시작되고,
승자는 석재!
그런 기쁨도 잠시 한 청년 은호는 석재가 관리하는 마을회관 컴퓨터 일공이 정기점검하러 왔다는데
하지만 석재는 그런 은호가 수상하기만 하고,
사실 8년 전, S-102, 일명 일공이라 불리는 국영기업의 슈퍼컴퓨터로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이 마을에 왔고,
석재는 이 일공이가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어있도록 유지하는 일을 맡고 있었는데
어느날 석재는 무심코 일공이에 설치된 프로그램들을 하나하나 살피던 중
가사 만들기 프로그램을 발견하게 되고, 스스로 가사를 쓰지 못하는 석재는
결국 실행하게 되고, 그렇게 힙합의 왕으로 군림(?)하게 되죠.
그런데 문제는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면 잠깐 인터넷 연결 랜선을 빼야했고,
이 청년과 함께 일공이를 보러가게 되면 랜선이 빠진채 있을 일공이를 발견한다는 것이었죠.
그런 석재와 은호의 앞에 누군가 헬리콥터를 띄어 석재를 죽이려드는데
사실 이들을 위협하는 단체들은 사이보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조직이었고,
통신 위성을 장악했기에 모든 통신이 위험한 상태였던 것
일공이는 사실 인류의 핵전쟁을 막는 컴퓨터였는데
과연 석재와 은호는 통신들을 위험해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를 보면서 가사를 만들어 내는 컴퓨터의 모습에서
노래를 만들어내던 AI와 챗 GPT의 모습도 느껴졌는데요.
그리고 사이보그와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컴퓨터라니
미래의 이야기에 힙합이라는 소재와 함께 하다보니
재미있게 느껴지는 글이였어요
전반적으로 작가님의 개그가 엿보이는 글들이 많았는데요.
특히나 제가 설명한 단편 말고도
조연이 죽은 촬영장에서 주인공의 비밀을 밝히려는 단역배우 이야기라던가
대머리 부장에게 찍혀서 복수하려는 탈모 직원 등등
소재가 흥미로울 수 밖에 없었어요.
무엇보다 이렇게 흘러가겠지 이런 예상과는 확 뒤집어지는 이야기도 많아서
나름 반전있게 잘 보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추리면 추리, 미스테리면 미스테리, 구울이 나오는 공포라던가
SF까지 단편 영화를 본 듯 후다닥 읽혔던 책이었던 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은 탓일까 정재환 작가님의 다른 글들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 옆에서 너무 키득거리면서 집중해서 보니
아이도 저를 보더니 이 책은 버리지 말고,
자기가 어느 정도 크고, 글을 잘 읽으면 볼거라면 신신당부를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어디에서나 볼 법하지만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이야기
곧 죽어도 힙합 서평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