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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아름다운 기분
우아민 지음 / 무니출판사 / 2024년 3월
평점 :
당신이 사랑을 잃었을 때,
함께 잃은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당신의 대답은...요?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는걸..
사랑을 지키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지키기를...
그러나
그렇게 놓아준 사랑은
또 미련이 남게 된다는 걸...
잃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겠죠.
너무나 슬프도록 아름다운
제주 동쪽 마을에서 기록한 스무 편의 애도일기
음악을 들으면서 읽었습니다.
[어딘가 아름다운 기분 플레이리스트]
🏷아마도 우린 슬픔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슬픔을 삶의 곡선으로 매만지려도 시도 속에서
어딘가 아름다운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p.13)
🏷그런데, 마음의 집은 가끔 주인이 바뀌곤 한단다. 어떤 날은 불안이, 어떤 날은 초조가, 어떤 날은 격정이 내 마음의 집을 다스리지. 또 어떤 날은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의 집 주인이 되기도 한단다.(p.39)
🏷밑줄은 많은데 기억나는 문장은 몇 줄 정도, 다른 책, 또 다른 책을 봐도 밀줄은 많은데 기억에 없어요. 그러니까 읽었다는 사실만이 있어요. 아름다운 것들은 운명처럼 왔다가 눈처럼 잊히나 봐요. 슬픔이나 잔혹함은 아무리 몸서리쳐도 새겨지고요. 여전히 꿈에서 불행이 재생돼요. (p.62)
🏷"성숙한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원의 등 돌린 목소리가 내 안으로 들어왔을 때, 꿰매놓은 어딘가가 두둑 뜯어진 것처럼 욱신거렸다. 나는 내가 말한 일상적인 사랑과 원이 말하는 일상에 더해진 사랑의 차이를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랑의 방식이 성숙과 미숙인지는 알지 못했다. 사랑은 언제나 성숙과 미숙 사이 어디쯤에 있었다. (p.90)
🏷젊은 날의 삶은 다른 삶을 준비하기 위한 삶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자체를 위한 삶이기도 하며,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삶이 거기 있기도 하다. (p.104)
🏷어떤 음악을 들으면, 그 곡을 제게 치음 알려준 사람이 생각나요 그것도 번번이요. 처음 가본 길, 처음 읽은 책도 마찬가지고요. 세상에 그런 게 있다는 길 알려준 사람이 떠올라요. '이름을 알려준 사람의 이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사물에 영원히 달라붙어 버리는 것 같아요. (p.118)
🏷"말하자면 눈빛이야. 예쁜 눈이 아닌 내면이 비치는 눈."
사람을 만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냐고 W가 물었다. 이미 아는 말이 우리에게 언어의 의미를 곱씹기보다 내용을 일컫는 평범성이라면, 눈으로 하는 말은 무엇이라 정의하기 힘든 마음이 비치는 진실성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사람의 눈을 호수라고 생각해 왔다. 눈은 셀 수 없는 것을 담고 있으면서도 잔잔해 보이는데 언뜻 비치는 빛에 투명하게 자기가 드러난다. 주관적인 믿음이었지만 나는 늘 거울에 비친 내 눈을 응시하며 일상의 물살로부터 고유한 빛을 잃지 않았는지 점검하곤 했다. 함께 일하게 될 사람을 눈빛으로 평가하거나, 연인의 눈농자 색을 기억하는 건 습관이 되었다.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