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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평점 :
브라질에 홀로 남은 엄마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딸.
비행기로 27시간이나 떨어진 거리.
두 사람은 매일 컴퓨터 화면 너머 푸른빛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딸과,
익숙한 일상 속에서 딸의 빈자리를 견뎌내는 엄마.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만
서로 다른 하루를 보내는 두 사람은
화면 너머의 대화를 통해
기쁨과 외로움, 그리움을 차곡차곡 나누며
새로운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며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나 역시 아이와 처음으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어느덧 2년째다.
물론 주말이면 집에 오고 방학도 함께 보내지만,
예전처럼 매일 곁에 있는 일상과는 분명 다르다.
그래서였을까.
이 소설 속 모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꾸만 내 이야기를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마음,
보고 싶어도 쉽게 닿을 수 없는 거리,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문득 밀려오는 그리움까지.
여러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며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나 역시 엄마이면서 우리 엄마의 딸이다.
그래서 소설 속 엄마와 엄마의 엄마를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끝내 눈물이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자식을 향한 마음도, 그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도
세대를 거쳐 같은 사랑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뒤 재회한 엄마가
딸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는 장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 짧은 몸짓 하나에 보고 싶었던 시간과
말로 다 하지 못한 사랑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졌다.
언젠가는 우리 아이도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지금은 주말이면 돌아오지만,
언젠가는 더 먼 거리와 더 긴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5년 만에 다시 만난 모녀의 순간이
더욱 뭉클하게 다가왔다.
아직 그 시간을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그 마음만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랑은 결코 멀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부모와 자식은 서로를 놓아주는 법을 배우면서도
끝내 같은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전해주는 소설이었다.
특히 자녀를 떠나보낸 부모이거나,
부모를 그리워하는 누군가의 딸이라면
이 이야기가 더욱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올 것 같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해 본 사람,
자녀의 독립을 응원하며 빈자리를 배워가는 부모,
그리고 부모를 그리워하는 모든 딸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함께하는 시간보다 서로를 믿는 마음이
더 깊은 연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따뜻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