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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아프리카 - 적도 위에서 보낸 뜨거운 180일의 기억
양은주 지음 / 이매진 / 2011년 7월
평점 :
서울의 강남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버스 안에서 누군가의 아프리카를 읽는다. 현대사회에서는 여행이란 것이 너무 흔한 것이 돼 버렸고, 관광과의 차이도 거의 느낄 수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아프리카, 상상에서도 너무 먼 이 곳에 관광의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많지는 않다. 물론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프리카 앞에 붙는 다양한 수식어들을 통해 동경이나 낭만보다는 두려움 혹은 연민을 느낀다.
우간다에서 시작해 탄자니아를 거쳐 에티오피아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도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한다. 어쩌면 이 여정은 두려움과 연민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독자들도 비슷한 기대를 하리라. 두려움과 연민이라는 땅 속에 꿈틀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고 싶다는. 그리고 이 책은 분명 기대를 충족시킨다.
특히 저자가 현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무엇을 가르치려하기보다 함께 느끼려는 시도들이, 그 결과와는 상관없이 따듯하게 다가온다. 성과 위주의 학습에 길든 우리에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한 연민으로 아이들을 바라봤다면 영어 문법이나 수학 공식 하나를 더 알려주는 게 나았을 것이다. 그래야만 너희도 나처럼 서구화된 환경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말이다. 하지만 책에 자주 등장하는 말처럼 ‘이것이 아프리카다.’ 그들에겐 그들의 방법이 필요하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장담할 수는 없다.
내가 아프리카 땅을 밟는 날이 올까. 알 수 없지만 소중한 친구들을 얻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