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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이주호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1593년 2월 행주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순신 장군의 추천으로 항왜를 한 일본장수 사야가는 일본에서 어린 나이에 조총 부대장을 했음만큼
조총에 대해서는 특출한 사람이다.
전쟁에서 조선과 일본의 전쟁에서 불리한 점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건 조총도 큰 몫을 하였는데,
조선에도 조총부대가 생겨 이제 무서울 기세가 없다.
서장에서의 간략한 사야가의 등장은 곧바로 사야가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사야가는 본래 조선에서 태어났으나 역모로 인해 집안이 몰살당하고 3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다.
천식이 있어 금방 죽을 줄 알았던 그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전 답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게 제 꿈입니다."
p 46
겐카쿠의 손에서 히로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조총부대원으로 자라게 되고,
겐카쿠의 딸 아츠카와도 사랑이지만 드러낼 수 없는 감정을 가진 채 살아간다.
천식 때문에 몸이 약해 체력보다는 머리로 승부하는 그는 뎃포(조총)의 원리에 대해 꿰뚫고 묘안을 내놓는다.
이에 붉은돌부대(겐카쿠의 부대)는 히로로 인해 당시 군주인 노부나가의 눈에 더더욱 든다.
그러나 히로를 탐내는 이가 또 있었으니, 이는 후에 일본 전국통일을 한 히데요시였다.
히데요시 역시 노부나가를 군주로 모시며 지냈으나, 히로를 소개하는 자리에 함께 있어
히로를 자신의 양자로 주던지 아츠카를 측실로 주라고 겐카쿠에게 요구하게 된다.
이에 겐카쿠는 거절을 하게 되고, 이때부터 히로와 아츠카의 안타까운 이별이 시작된다.
" 어느 곳이든 네가 살고 있는 곳에 뿌리를 내리면 되는 거야.
그곳이 고국이고 고향이 되는 거지."
p 115
조선인으로 태어났으나 일본에서 자라 일본인이라고 하기도, 조선인이라고 하기도 모호한 그의 앞에
아츠카는 하나의 빛과 같은 존재였다.
읽는 중간 중간 히로와 아츠카의 애틋한 감정은 보는 내가 더 안타까움이 들었다.
후에 노부나가가 죽음으로써 히데요시는 야망을 펼치며 교토를 장악하고, 겐카쿠 역시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그를 히로는 암살하려고 하지만, 실패로 돌아가 도망자 신세로 부대원과 아츠카와 지낸다.
이에야스의 가호 아래 있던 히로는 히데요시의 묘책으로 인해 결국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고,
아츠카가 히데요시의 인질이 됨으로써 어쩔 수 없이 조선과의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되도록 필요 없는 살생을 하면서 조선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던 히로는
나중에 이순신을 암살하는 명령을 시행하기도 하지만, 시미즈가 전하는 소식에 자신을 놓아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그에게 이순신은 항왜를 제안하게 되고,
그렇게 처음 서장의 김충선을 만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은 역사소설이지만 사실은 아닌, 이주호 작가의 상상력이 보태져서
마치 드라마를 보듯, 영화 한 편을 보듯 묵직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실존 인물의 생애에 대해 좀 더 픽션을 얹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 이야기꾼임에 감탄이 절로 난다.
실제로 김충선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주호 작가의 많은 참고문헌만 봐도 얼마나 연구를 많이 하고 이야기를 꾸려나갔는지를 엿볼 수 있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담긴 역사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