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황선미 지음 / 비룡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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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모, 입양아, 장애인과 같은 사람들은 사실 눈에 잘 띄는 사람들은 아니다. 하지만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들이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하고, 했어야 하는 이야기다. 이 책이 그렇게 내 손에 들어왔다. 표지에 크게 그려진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찍는 아이. 그리고 제목 엑시트(exit). 이 아이는 카메라 렌즈에 무엇을 담고 있는 것일까. 이 아이가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 아이는 주인공 노장미로 고아에 미혼모다. 이 아이에게 세상은 너무 가혹하기만 하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였으며(세상 물정도 모르는 아이에게 생겨버린 검은 구멍은 장미가 부모에게 받은 형벌이었다. 그것을 막아 줄 마개 역시 부모 뿐이었으나, 그들은 무책임했다.p.43) 딱 한번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그 날, 상대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장미에게 사랑은 그저 더럽고, 아프고, 구차하고,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것이 되어 버렸다(p.53) 시설에서는 아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본능적인 것이지만, 너희는 아이를 키울 현실적인 여건이 없으니 그 사랑을 포기하라고 종용한다. 그렇게 장미는 사랑을 받을 수도, 줄 수도 없는, 사랑따윈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장미에게 세상은 나 하나 몸 기대 누울 곳 없는 잔인하고 고된 곳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여기서 더 나아질 수가 없다. 탈출구가 없다. 그 때 청소부가 장미에게 손을 내민다. 때론 거칠고, 매정해 보이지만, 그 속내엔 왠지 내가 기대도 될것 같은 여운이 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장미에게 "넌 나쁜게 아니라 아픈거야." 라고 위로해주며 장미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다.
  장미가 하티를 포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티 역시 또다른 입양아가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이 누리는 삶과 입양아, 미혼모들의 삶이 참 대조적으로 잘 그려져 있는데, 장미가 입양아들의 모습과 하티의 모습을 오버랩해서 보며 괴로워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하티의 삶이 그들처럼 되었을 지도 모른단 생각, 내 일부라는 생각에 하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입양아들의 마음아픈 모습(공허한 눈빛, 부모를 찾지 못하는 모습, 생모가 자신을 보기 거부한다는 것 등)이 보는 독자들에게도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참으로 많은 눈물도 흘리고, 마음 저려하며 이 책을 읽었다. 책 내용은 허구지만, 어느 누구에게는 이 또한 현실이겠지. 자꾸만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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