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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 일상, 그리고 쓰다
박조건형.김비 지음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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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9월 신간 중 하나인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표지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이 책을 고르게 했다.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는 박조건형, 김비 부부가 펴낸 책이다. 박조건형 작가님이 그린 그림에, 김비 작가님이 글을 엮은 책이다. 드로잉 책이라고 하던데, 나로서는 처음 접한 류의 책이었다.(그렇다. 책 편식이 조금 심한 편이다.)

 

추석 때 할머니댁에 가져가서 읽고 있었더니 어느새 언니 손에 들어가 있었다.(?) 언니는 70쪽의 구절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반면 나는 119쪽의 구절이 좋았다.

 

스스로에게 '취준생'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예전보다 때가 타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유가 없는 요즘이었다. 음...뭐랄까,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 더 열심히, 더 빨리 달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니까 이 두 부부의 삶의 흔적을 공유하고, 이 두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을 보면서, 그냥 담담한 위로를 느꼈다. 박조건형과 김비 부부가 풀어내는 일상, 그에 담긴 추억, 의미, 그리고 평소에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많은 것들을 책을 통해 공유하면서 내가 위로받은 책. 그래서 어쩌면 힘들 당신에게도, 건네고 싶은 책.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 사랑은 늙어가고, 사랑이란 원래 변하는 거라고 인정해 버리면 간신히 붙들고 있던 그 모든 사랑의 기억마저 훼손되는 것 같기 때문에, 방법은 없다. 매일 그 사람을 새로이 사랑하는 수밖에. 기억하고 쓰고 그리며 내일 다시 또 사랑해야 하겠구나. 늙어가는 우리 사랑을 끌어안는 수밖에.(p.70)

우리의 삶도 그럴까? 오래 살다 보면 익숙해지고 요령이 생기는 걸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앞에 나만의 길과 틀을 찾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건지.(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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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소설가 - 대충 쓴 척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
최민석 지음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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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소설가. 이 책을 고른 건 다소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이전 활동에는 벽돌책으로 명성이 어마어마한 유발 하라리의 위세에 기가 죽어서 다른 책을 선택할 엄두를 못 냈는데, 이번 신간들은 유발 하라리 책보다는 가볍다 싶어서 더 읽을 여력이 있겠다 싶어 김영사 홈페이지를 뒤적이던 중에 표지가 예뻐서 끌렸다. 물론, 인생의 긴 여정 중에서 언젠가는 책을 내고 싶은 꿈도 한몫 했다. 하..그래, 솔직히 말하면, 요새 내가 고민이 많다. 진로, 다이어트, 인간관계 등. 마침 비도 오고 그래서 학교 가는 길에 살짝 들고 갔다. 그런데 출판사는 김영사가 아니라 비채여서 살짝 당황했다. 찾아보니 김영사의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9월의 어느 날(아마도 저번주), 버스에서 읽은 이 「고민과 소설가」는 읽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는데, 일단 부제부터가 재미있다: 대충 쓴 척 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이라니, 참 솔직한 분이네! 라며 책장을 넘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읽기 전에는 좀 젊은 분이 쓴 책인 줄 알았는데, 웬걸, 솔찬히 자신 분이셨다. 그래도 사십대면 소설가 중에서는 젊은 축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하도 맛깔나게 써서, 어떤 사람이지? 라는 궁금증이 생겨서 찾아봤다.
최민석 소설가는, 2010년 단편소설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고 한다. 출간작으로는 소설집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 장편소설 「능력자」, 「쿨한 여자」, 에세이집 「꽈배기의 멋」, 「꽈배기의 맛」 등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솔직히 다른 작품들은 작가님이 책에서 거의 다(...) 나온다! 막 눈살 찌푸려지게 홍보하는 게 아니라, 센스있게 홍보하셔서 그런지 읽을 때마다 피식, 하게 된다.

다시 「고민과 소설가」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이 책은 대학생들의 고민을 받아 답한 칼럼을 모아서 출간한 것인데, 내가 대학생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와, 이 고민이 나만 하던 것은 아니었네!'라는 질문들이 왕왕(꽤 많이) 있었다.  책은 크게 4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1장 자아, 2장 사랑, 3장 관계, 4장 미래로 되어 있다. 그 중 내가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3장과 4장이다. 작게는 '머리가 너무 커서 고민이에요',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죠?'부터 크게는 '마음의 소리, 현실과의 타협. 어느 쪽을 선택해야 좋을까요?', '다 잘하고 싶어요.', '가벼운 인간관계가 적응이 안 돼요'까지. 작가님은 어떤 글에서는 정말 고민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훌훌 털어주시지만, 어떤 글에서는 뼈를 때리는(...) 충고를 하신다.(네, 제가 바로 뼈 맞고 드러누운 사람입니다.)


고민이 많은 당신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 책이 싫은 당신이어도, 가볍게 읽을만한 책. 최민석 소설가의 고민과 에세이, 사부작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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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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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환멸과 분노의 허무주의적 순간 속에 있다. 사람들은 옛 이야기에 대한 믿음을 잃었지만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만약 거리로 달려 나가 "종말의 날이 왔다!"라고 외치고 싶다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보라. "아니야, 그건 아니야. 사실은 내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뿐이야."


유발 하라리의 신작이 나왔다. 그의 작품들 중 가장 얇은(...) 이 책은 총 5부로 되어 있다. 1부는 기술적 도전, 2부는 정치적 도전, 3부는 절망과 희망, 4부는 진실, 5부는 회복탄력성이다. 1부의 1챕터는 '환멸'로, 위 인용구처럼 우리가 처한 상황을 직시하게 만든다. '환멸'로 시작한 1부는 2챕터 '일'로 넘어간다. 2챕터를 읽을 때 흥미로운 포인트는 '기본소득(UBI)'과  '무용 계급' 부분이다. 3챕터와 4챕터에서는 데이터의 개입으로 바뀔 우리의 '자유'와 '평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래에 우리에게 닥칠 변화가 무엇이든 그것은 이질적인 문명들 간의 충돌보다는 단일 문명 내 형제들끼리의 투쟁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21세기에 인류가 직면할 큰 도전들은 본질적으로 전 지구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2부에서 말하는 것은 크게 '분열'과 '통합'의 문제이다. 아니, '통합'과 '분열'의 문제라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유발 하라리는 '그러함에도' 우리가 더욱 상호의존적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현재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분열'이 왜 발생하는지를 각각 '문명', '민족주의', '종교', '이민' 챕터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 어떤 신이나 자연의 법칙도 인간의 어리석음을 막지는 못한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치유하는 한 가지 해법이 있다면, 그것은 겸허함이다.…우리는 지금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런 때 나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무오류성을 주장하는 사람보다 무지를 인정하는 사람을 더 신뢰할 것이다.

'절망과 희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3부는, 10챕터 '테러'와 11챕터 '전쟁'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후의  '겸손', '신', '세속주의' 챕터를 통해 왜 우리가 겸허함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피력한다. 우리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그러면서도 오만하게 굴지 않도록 말이다. 이어지는 4부에서는 '무지', '정의', '탈진실', '공상과학 소설'의 네 챕터를 통해 또 한 번 우리를 흔들며, 마침내 마지막 질문에 대한 논의로 나아간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여 살아가야 하는가?


어쩌면 우리는 답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5부에서 유발 하라리는 '교육', '의미', '명상'의 챕터를 통해 미래에 대한 방향성과 태도에 대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그 중 일부는 알고 있는 내용일 수도 있고, 일부는 모르고 있던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진리는 '행동'에서 빛을 발하는 법일 터이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유발 하라리는 너무 긍정적이지도, 너무 부정적이지도 않다. 우리에게 파도처럼 다가오는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면서, 생각의 여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이야기거리가 참 많은 책이며, 여러 번 읽을만한 책이다. 혼자 읽어도 괜찮치만, 독서 동아리에서 함께 읽으며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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