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슨 - 주식시장의 전설 존 템플턴, 피터 린치, 워런 버핏의 투자 클래식
스콧 A. 채프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길벗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란하고 화려했던 코로나 시대가 조용히 지속적인 보습으로 가고 있다. -우크의 전쟁은 새로운 시대를 더 부추기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자이언트 스텝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 탐욕에 의한 내적 리스크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자본시장은 급격한 반응을 하고 있다. 개미들은 스탠스를 잡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가는 종목은 간다. 하늘이 무너지는 공간에서도 솟아날 구멍은 생긴다는 것을 여지 없이 보여주고 있다. 솟아날 구멍을 더 크고 확실하게 하기 위한 길로 가는 길에 이미 엄청난 대위기 속에서도 대박을 터뜨렸던 고수들의 경험을 커닝해 본다.

 

존 템플턴, 피터 린치, 워런 버핏이라는 3인의 거장이 주인공이다. 그들의 성장 배경에서 출발하여 성과와 철학을 보여 준다. 사례연구는 그저 뜬 구름식의 이야기를 넘어서 그들의 철학이 작동되는 방법이 이르는 길에서 삶의 자세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서 성장 피라미드라는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만들어낸다. 산만해질 수 있는 투자원칙을 종합 정리해 주는 수고는 독자들에게 엄청난 투자의 힘이 되어 준다.

 

현명하고 꾸준한 거북이 같은 사람을 연구하라(p123). 최초의 정량 분석가인 존 템플턴은 자기가 아는 종목에만 투자한다. 비관론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매수하고, 낙관론이 최고조일 때 매도하는 방법이다. 끊임없이 최고의 저가 매물을 찾는다. 끊임없이 최고의 저가 매물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장기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장기로 투자할 신념도 고수한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것을 사지 않는다. 투자도 다른 증권분석가들이 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한다.

 

피터 린치는 지칠 줄 모르는 탐사자였다. 마음을 열고, 유연한 사고로 아마추어처럼 생각하였다. 주목을 못 받는 소형주, 성장주, 회생주, 꾸준히 성장하는 대형 우량주 등으로 구분하여 투자 방법을 달리하였다. 경제 예측보다는 개별 기업에 집중하며, 재무제표에 기초를 둔 정량적 가치에서 출발하여 최대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적의 알고리즘을 찾으려고 하였다.

 

그의 방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파산 직전의 크라이슬러에 투자해서 1500%의 수익을 얻은 경우이다. 우리의 HMM이나 두산에너빌리티같은 회생주에 투자하는 방법의 진수를 보여 주는 것 같다. 소비자 수요와 산업 부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 개선된 생산 라인업, 충분한 유동성 보유, 낮은 손익 분기점과 성공적인 비용 감축, 낮은 주가라는 보상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모습에서 고작 10% ~ 40%의 수익으로 쾌재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로서 최대한 경제적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하는 모범이다.

 

시장은 당신의 종이다(p272). 생로병사와 함께 희로애락을 겪는 인간사처럼 시장 상황과 기업의 주가도 굴곡이 있다. 최고와 최악을 보여 준다. 기업 자체에 문제가 없다면, 항상 앞으로만 가거나 그렇다고 나락으로만 가는 종목은 없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마진은 투자자에게 기회를 준다. 기회의 마진을 잘 이용하는 투자자일수록 유능하다.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오는 시장을 신뢰하며 시장의 흐름에 먼저 승선한다. 그렇게 워런 버핏은 피터 린치와는 달리 저가 매수의 기회는 사라졌다고 보았으면서도, 가장 승산 있는 곳에 크게 베팅하는 집중투자를 선호하는 보수적 투자자가 되었다. 남들이 욕심을 부리면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부렸다. 시장의 변동성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였다.

 

무한한 호기심과 지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수불석권한다는 오마하의 현인은 여러 명의 스승을 두고 있다. 그들의 가르침에 자신의 경험을 더하면서 자신만의 법칙을 만들어 간다. 당연히 투자 방법도 초기, 후기, 현대로 변화한다는 것에서부터 그만의 특징을 보여준다. 대치대조표에 의한 기업의 정량적 가치에서 경영진의 성격, 마음 점유율, 경제적 해자, 가격 결정력 같은 정성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다만 안전마진, 유형자산 수익률은 여전히 중시한다.

 

 

열심히 노력하라, 투자는 마술이 아니다(p152). 흔히 매수는 기술이고 매도는 예술이라고 한다. 매도는 매수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매도에는 뭐라고 형언할 수 없지만 매수에는 없는 어떤 특별한 것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기술이든 예술이든 모두 노력을 담보로 한다. 하지만 이들은 필요충분조건 관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3인의 고수들이 보여주는 것에는 오로지 노력만의 함수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죽도록 노력한다!!! 부댕과 모네의 영향을 받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전시킨 모네처럼 그들도 자신만의 고유한 길을 개척하여 투자의 산은 여러 경로로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세계적인 고수들도 실패를 하였고, 후회도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성실함을 기본으로 극복한다. 로버트 프로스트가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에서 보여준 새로운 지평에의 집요함과 독립적 사고 습관의 중요성을 보여 주고 있는 것 같다. 미국 기업과 시장에 대한 확고한 낙관론, 자신들의 재능과 시간에 대한 사회에 베풂이 있다. 잘 아는 주식, 사업 내용을 이해한 기업, 즉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만 수익 창출에 나섰다. 소규모 성장주와 우량 기업을 선호한 그들은 엄청난 대박으로 가는 길에는 레버리지 없이 인내심으로 무장된 장기투자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저 투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철학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자본시장에서 성공 방법은 실물시장에서의 성공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회는 언제나 문제를 이겨 왔다(p446).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는데, 경제도 그렇다고 한다. 위험과 기회를 만드는 조정 국면과 약세장은 평균적으로 최소 1년에 한 번, 3년에 한 번은 발생한다고 한다. 요즘 같은 약세장도 주식 역사의 긴 호흡의 관점에서 보면, 아무리 전쟁이 어쩌고 인플레이가 어쩌고 떠들어도, 전혀 기죽지 않는다. 그저 이유 없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일상이라고 치부한다. 시황이나 경기 변동을 예측하지 않고 오로지 기업의 미래에만 집중하였던 고수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흥미진진하다(p446).

 

삶의 철학을 닮는다. 투자원칙과 삶의 법칙은 존재의 평면이 동일하였다. 소액으로 해 보거나 모의 투자라는 것도 있다. 매수는 순간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은 손가락 하나 까닥에도 인생의 모든 것을 담은 것 같이 한다. 철저한 제로섬게임의 공간에서 정상에 오르는 데에는 허투루가 없다. 그저 남의 생각이나 잠깐의 얄팍한 재무제표 지식이나 차트 보기로 남의 돈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나 자신에게 투자의 무거움을 일깨운다.

 

 

안전마진 ; 순운전자본(운전 자본 주당 장기부채)3분의2 이하. 적정 가치까지의 유의적 상승을 용인하며 하방 위험을 고려한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성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뇌, 개미에서부터 신과 전생의 이야기가지, 언제나 바닥과 천장을 보여 주지 않는 그의 상상력에 감탄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할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뇌, 개미에서부터 신과 전생의 이야기가지, 언제나 바닥과 천장을 보여 주지 않는 그의 상상력에 감탄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할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행성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뇌, 개미에서부터 신과 전생의 이야기까지, 언제나 바닥과 천장을 보여 주지 않는 그의 상상력에 감탄합니다!!!이번에는 어떤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할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잠들지 못하는 11가지 이유 - 모든 게 터지기 일보 직전인 4050 여성들을 위한 인생 카운슬링
에이다 칼훈 지음, 노진선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때 어른들은 늙으면 새벽잠이 없어진다고 했다그때는 불면증 같은 그 어떤 병인 줄로 생각했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름투성이 말의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X세대는 인생의 진 맛을 보게 되는 그때 그들의 나이에 들어선 것이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X세대라고 불린다인정하고 싶지 않은데중년이라고도 한다역시나 시간의 흐름을 거역하지 못한 것이다쉼 없는 흐름은 얼굴과 기억에 자글자글한 흔적을 남겼다앞으로도 그럴 게 분명하다싸이고 싸인 흔적은 이라는 필수적 일상 공간에서 나타난다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의 불안 속에지금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급격하게 밀려온다얽히고설킨 삶의 속도와 무게는 나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중산층 그리고 200명 이상의 동시대 아메리카 13세대 여성들도 비슷한 처지에 있다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동지애를 간절함에 담는다.

 

미국의 X세대는 부모와 비교해 계층이 하강한 첫 세대이다마지막으로 옛날 방식으로 교육받았다인터넷 전후, 3차 산업혁명의 과도기 공간에 걸쳐 있어서 다양한 역사적사회적 타이밍을 보았다적응을 능가하는 변화의 터닝 포인트를 찍은 물질문명은 앞을 향해서 질주하고 있었다정체성의 혼란이 있을 정도여서 명명도 모르겠다의 의미를 담았다선택지는 많아졌기에 기회도 많아질 것만 같았다원하는 것은 다 가질 수 있고커리어와 가정 생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서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룰 줄 알았다실상은 자꾸만 뒷걸음치고 있는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현재 중년의 문제들이 잔뜩 응축하고 있다가 팍 터진다꺾어진 인생의 꿈과 이상직장 내에서 남녀 불평등육아 문제이혼폐경인간관계의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다얼핏보면 어느 시대에서나 그 나이에 고민하는 문제처럼 보인다하지만 한 발짝 다가가서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존재론적인 고민의 많은 부분은 시대의 흐름과 관련된 것이다살아가는 나라에서 생긴 사건들과 부모들의 만들어준 가정환경은 자신들이 부모가 되었어도 영향을 받고 있었다천조국이 만들어낸 아메리칸 드림의 실험대상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이른다보편성에도 불구하고 베이붐 세대와 MZ세대의 낀 세대로서 그들만의 특수성이 존재하고 있다.

 

내가 지금 뭘 했지내가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쳤나?(P81) 앞만 보고 달리며매사를 제대로 하려고 했다시련 앞에 좌절은 젊음 앞에서는 딴 나라 이야기로 치부했다줄곧 젊음과 함께 하는 줄만 알았다그렇게 시나브로 찾아오고 있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노화라는 것이 거울 속에서 보였다그것도 제일 먼저 남들이 다 알아볼 수 있도록 얼굴로 방문해서 갈 생각을 안 한다매일 쫓아낼 궁리만 한다매일 운동요가와 등산을 한다채식 위주로 먹는 것도 가리고 조절한다머리 염색을 하고 성형수술도 한다그런데도 중년티가 난다고 한다,

 

세상은 새로운 것을 찾아 변화의 속도를 내고 있다. MZ세대가 이끌 때가 왔다고 한다제대로 된 것 하나 없이 나이만 먹은 것 같은 생각에 허전하다작열한 여름 태양 아래 뜨거운 커피는 갑자기 식어 버리고가을 서리 만발하고 김빠진 맥주에 취한 기분이다.

 

 

<레옹(Leon, Leon) 1994. >

 

자유로운 선택이 왜 이렇게 김빠진 삶으로 이어졌을까?(p92) 선견지명이 없는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일까사회구조 탓일까자유의 국가에 살고 있다그 옛날 조상들이 못했던 많은 것들이 할 수 있는 시대이다현직 대통령을 탄핵하자고 백악관 홈페이지에 청원도 할 수 있고손안의 핸드폰으로 온 세상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기회의 공간은 열려 있고 매 순간의 모든 것은 선택 가능성에 열려 있다그런데도 자신만은 시대에 뒤처지고변화의 혜택에서 소외된 것 같다날마다 무거운 등짐에 수족은 묶여 있어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수렁에서 빠져나오려면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굴뚝이다.

 

이제 그만 꿈을 포기해야 할 때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주위 사람들이 다들 네가 널 속이고 있다고 나무라는데도 절대로 굽히지 말고 끝내 성공하는 성공담 속의 주인공이 나인지이제 자신을 그만 속이고 현실을 직시하며 철이 들어야 할 얼간이가 나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p32) 한때 이 세상 모든 것이 나의 가능성 안에 있다고 생각했다꿈만 꾸고 무대포로 노력만 하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여겼다심지어는 가난에 허덕이는 부모 세대가 이해되지 않았다그런데 천둥벌거숭이의 오만이었다삶이라는 것을 몰라도 너무 모른 것이었다.

 

지금은 달아나야 할 상황인지 배워야 할 상황인지부터 자문한다. 신새벽에 잠 못 이루고 삶에 대한삶을 향한 온갖 생각들이 십자로에서 갈피를 못 잡는다미래의 꿈은 불타올랐다가 사그라지고과거의 부끄러움은 지워지지 않는다지난날의 놓쳐버린 많은 것들은 테트리스 게임의 블록들을 보고 있는 것 같게 한다후반으로 갈수록 막대들이 점점 더 빨리 떨어지고결국에는 쌓이는 막대기는 화면 전체를 꽉 채워서 더 이상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이다파고들면 끝이 없어서 배우긴 쉽지만 정복하는 건 어려운(easy to learn, hard to master)’ 방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일상의 평범 속에서 날마다 허무하게 비석 하나 없이 무덤의 심연 속으로 사라져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존재론적인 생각들의 그물망 속에서 자신의 본질을 보게 된다.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 All the Bright Places. 2021.>
 

내 인생의 영웅을 떠올려 본다(p305). 어려운 환경에서도 항상 지지해주던 부모님날 격려해 주던 선생님들따라 하고 싶던 작가들어릴 때 친절했던 친척들산 날과 살아갈 날이 비등한 시절에 하루에 몇 번이나 도망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라올 때마다 견디고 또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된다그들이 걸었던 기대는 잠깐의 싸구려 기억에 부치지 못하겠다시간 앞에 죄인보다는 한 번 더 자신의 선택을 믿어 보려고 한다스스로 실패자로 낙인찍는 것보다는 버티고 또 버틴다지금까지의 추락에 의미를 부여한다인생이라는 게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는 것에 모든 것을 건다기억뿐일지라도 가능성 앞에 소명의식을 갖는다.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할만한 일이 있을까?(P85) 40대가 되면 적어도 가시밭보다는 꽃길이 많을 줄 알았다예상과 전혀 다른 현실을 무조건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그렇다고 방황만을 할 수는 없다눈을 흐리멍덩하게 뜨고서 골몰한다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다른 관점으로 인식하거나 마음에서 훌훌 털어버리는 등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한다.

 

정신을 점검하지 않는 한 결코 자신을 구하지 못한다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데에 앞세운다삶을 채울 온갖 즐거운 활동을 위한 몸부림의 꼼지락 한다날마다 배우려고 한다일주일의 세 번 수영을 배운다롤모델을 찾고 조언을 줄 책을 읽는다. SNS를 한다그에 따라서 행동하려고 한다아직은 희망 고문 수준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을지라도 끈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버티고 온 것에 본전 생각도 있다. BTS의 ‘Life goes on’을 흥얼거린다.

 

잘 살아야 한다는 임무를 부정적이고도 자신을 벌주는 식으로 바라본다(p322). ‘’잘 산다는 것은 엄청 어렵다자신이 할 수 있는 오만가지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하지만 좋은 시작이 영원하지 않듯이 힘든 시기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삶을 예상 밖의 무언가로 새롭게 보려고 한다시작은 과거의 철저한 재검토이다. ‘잘 늙는다는 초등 시절의 버킷리스트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그때는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었고심지어는 아주 소심한 것이라고 여겼을 정도였다엄청난 오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투입과 산출이 일치하는 함수 관계를 넘어선다

 

잘 늙는다는 것은 잠자리가 말해 준다잠드는 법과 깨지 않고 계속 자는 법은 중년의 여자들이 모였을 때 가장 흔한 주제 중의 하나인 이유이다일상의 필수 영역인 잠자리는 모두의 관심사이지만그 누구에게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영역 같다손에 잡히지 않은 미완성의 진행형 상태를 즐기도록 하는 것 같다지구 중력을 서서 간신히 버티고 있음을 누워서도 근근이 감당할 정도의 수준에 있음이다새벽마다 자신을 미워하지 않아도 되고뭔가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그립게 한다나사 하나만 느슨하게 풀려도 이불의 무게가 천근만근이다실패가 아니라 단지 완성을 향해 가는 중이라는 합리화는 내 영혼의 민낯을 오늘 새벽 4시에도 보게 한다.

 

11가지 다이내믹한 다큐멘터리는 하나의 인생 서사문을 만든다고민과 갈등으로 점철되는 한편의 옴니버스 내러티브의 모습이다내면의 경험들은 삶을 다양한 각도이다멀리서 보나 가까이 보나 아주 따분한 장면들만 연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아주 재미없고 지루해서 인기 없고 배울 것 없는 글들로 가득 찰 것 같지만끈덕지게 끝까지 읽으면 뭔가를 건질 수 있을 것만 같은 시각이 만들어진다인생의 속도는 온몸으로 받을 수밖에 없더라도무게를 견디고 꿈꾸던 선로로 가기 위해서 밤마다 잠 못 이루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